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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앞둔 '환자안전법' 곳곳 '구멍'

4개월 앞둔 '환자안전법' 곳곳 '구멍'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3.17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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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병원·요양병원 "인력·시설·장비·자금 부족...탁상행정" 비판
강의실 없는 학회·단체 교육기관 배제...잘하던 감염관리마저 위축

▲ 환자안전법 하위법령 제정에 즈음한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한 이왕준 병협 정책이사, 이상일 한국의료질향상학회 부회장, 정영훈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왼쪽부터).
올해 1월 제정,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환자안전법'을 놓고 일선 병원들이 난색을 표했다.

16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환자안전법 하위법령 제정에 즈음한 전문가 및 의료현장 의견수렴 토론회' 참석자들은 "병원 현장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며 "수정이나 보완없이 시행할 경우 환자보호와 의료질 향상이라는 법안 제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환자안전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환자안전법 법령 제정 추진 과정에 참여한 이상일 울산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한국의료질향상학회 부회장)는 "환자안전법을 제정한 목적은 환자안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 의료기관의 자율적인 환자안전활동을 활성화 하는 것인데 현재 법령은 초기에 논의해온 안과 상당히 다르다. 이같은 법령으로는 시행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며 "환자안전자문위원회와 토론회를 열어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교수는 "국가환자안전위원회에 전문가 참여 비중을 높여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전문성 확보를 강조한 뒤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고학습시스템 운영 위탁기관으로 시행령에 명시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설립 목적과 업무 성격이 맞지 않는만큼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안전사고의 개념도 기저질환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 이 교수는 "병원 단위별로 환자안전지표를 공표할 경우 환자안전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전담인력 자격을 감염관리 경험과 지식이 있는 의사·간호사와 해당 의료기관이 인정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교육기관 지정 기준도 시설·장비·인력 기준을 삭제해 전문학회와 단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병원계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나선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정책이사는 "중소병원과 요양병원은 5년 이상 경력이 있는 의료인력을 확보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전담인력에 대한 비용을 지원하고, 자격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환자안전법 하위법령 제정 전문가 토론회에서 학회와 병원계를 대표해 참석한 전문가들이 지정토론을 펼치고 있다.

지정토론에 나선 엄중식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정책이사는 "세균이나 미생물에 의한 의료관련 감염은 최선을 다해 관리해도 완벽히 제어할 수 없고, 사고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환자안전사고와 의료관련 감염은 개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엄 정책이사는 "10년 이상 자율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한국병원감염관리체계(Korean Nosocomial Infection Surveilance System, KONIS)를 환자안전법으로 통합할 경우 업무가 중복되고, 행정 업무가 가중돼 둘 다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될수 있다"면서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관리 정책이 잘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안전법이 이를 흔들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김필수 본플러스재단분당병원장은 "자율적인 보고 시스템과 교육이 환자안전법이 지향해야 할 핵심"이라며 "보고에 그칠 게 아니라 환자안전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발생 원인과 과정을 분석하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환자안전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의무이사를 맡고 있는 김주형 한빛요양병원장은 "급성기병원에서 환자안전 문제는 감염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요양병원은 낙상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한 뒤 "요양병원에서 실질적인 환자안전을 위해서는 전담인력보다는 양질의 간병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면서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에 무게를 실었다.

정영훈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입법예고 기간 동안 지적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의견을 수렴하겠지만 시민단체와 이견이 있는 부분은 절충안을 낼 수밖에 없다"며 현실적인 고충을 털어놨다.

정 과장은 "의료관련 감염의 경우 법령상 환자안전사고와 차별화하지 못했지만 법령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구분해 반영하겠다"면서 "전담인력의 업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법령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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