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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 소독하지 말라고 부추기는 정부"

"내시경 소독하지 말라고 부추기는 정부"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6.03.1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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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독 원가 1만 8천원...수가는 2천원 수준
의사들 "세척에 쓰는 물값도 안 된다" 비난

내시경 소독 수가가 신설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원가에 턱없이 못미치는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돼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작업을 진행하면서 내시경 소독 수가를 1900원~2000원대 초반으로 결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액수는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가 내시경을 한 번 소독하는데 소요되는 원가 분석 결과와 큰 차이가 난다. 학회는 인건비·소요재료·약제·감가상각을 고려한 자동세척기와 내시경보관장 비용의 합으로 계산한 소독 원가를 최근 공개했다.

▲박창영 대한위장내시경학회 차기 회장

학회에 따르면 우선 1분당 간호사 인건비를 최소 수준인 244원에 세척 시간 40분을 곱하면 내시경 1회 소독에 드는 인건비는 9760원이다. 여기에 솔·장갑 등 소요재료 2000원, 자동세척기 감가상각비 500원, 세척액 5600원 등을 합치면 1만7860원이 된다.

김용태 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는 "심평원은 자체 분석한 소독원가가 6400원이라면서 그마저도 3분의 1만 수가로 인정하겠다고 한다"며 "정부는 내시경을 소독액에 담구기만 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계산한 것 같다. 소독액이 6000원 정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 몸 속으로 들어가는 내시경은 먹는 물과 같은 수준으로 정성을 들여 깨끗하게 관리해야 한다. 환자 안전을 위해서는 가장 기본인 소독에 대해 최소한 원가는 보전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지곤 학회 총무기획이사(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도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를 올려달라는게 아니지 않나. 환자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재료비의 원가만 보장해 달라는 것"이라며 "그동안 소독 의무를 의료기관에만 지우고 한 푼도 지원해주지 않다가 10년 동안 요구한 끝에 겨우 신설하는 소독 수가가 원가에도 못미친다면 누가 제대로 소독하겠나"라고 비판했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에서 내시경 소독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순정 수석기사는 "물로만 세척해도 2000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소독액으로 40분 넘는 시간을 들여 세척하는 내시경 소독 수가가 2000원대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소독 수가와 별도로 소독액 비용을 보전해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용범 대한위장내시경학회 회장은 "내시경을 제대로 소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언제든 감염 사고는 터질 수밖에 없다. 소독 수가와는 별도로 소독액은 정부가 정책 급여로 원가만큼 지불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창영 학회 차기 회장은 "위내시경 수가 자체도 원가인 8만745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4만3490원에 불과하다. 개원의가 위내시경을 한 번 하면 4만원 정도를 손해보는 셈"이라며 "원가에 못미치는 수가로 의사들의 사기와 치료 수준을 떨어뜨리면 그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입게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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