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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시밀러 '브렌시스' 교체투여 허용될 것"
"바이오시밀러 '브렌시스' 교체투여 허용될 것"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6.03.09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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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철 한양의대 교수(한앙대류마티스병원장 류마티스내과)

배상철 한양의 류마티스병원장
17년 전 배상철 한양의대 교수(한앙대류마티스병원장 류마티스내과)를 처음 만났을 때 들었던 얘기가 기억난다.

어느날 자신에게 치료받던 환자가 씩씩거리며 찾아오더니 류마티스 환자에게 항암제를 왜 처방했느냐며 따져 설명하느라 애를 먹었다는 스토리였다.

병원 근처 약국 약사가 나름 복약지도를 하다가 항암제 처방을 찾아내고 환자에게 일러줬다는 얘기인데 지금 보니 그 항암제가 'MTX(메토트렉세이트)'였다.

지금은 1차 치료제인 MTX가 당시만해도 낯선 최신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였다는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 얘기다.

세월이 흘러 류마티스 치료패턴에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MTX와 DMARD를 비롯해 소위 생물학적 제제인 TNF-α 억제제 시대가 열렸다. 최근에는 국산 바이오시밀러와 경구용 류마티스 치료제 출시 소식이 화제다.

배상철 교수를 4일 만나 국산 바이오시밀러 '브렌시스'의 가능성과 오리지네이터 '엔브렐'과의 교체투여 관련 쟁점 등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배 교수는 브렌시스 국내 임상시험은 물론 초기개발 과정에서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엔브렐과의 교체투여에 대해서는 동등성이 입증된 만큼 당연히 승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렌시스를 포함한 국산 바이오시밀러의 전망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일문일답>

최근 주목받는 류마티스관절염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꼽자면?

모든 질환이 다 그렇듯 류마티스 역시 빨리 치료에 들어가야 연골이나 관절 손상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기능장애를 줄일 수 있다. 조기 치료와 적극적인 관여가 대세다. 그렇다보니 어떤 환자에게, 어떤 치료제를, 어느 순간에 써야 가장 효과적일지 관심이다. 그걸 알면 타깃 환자에게만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어 재정 절감은 물론 여러 이점이 생긴다.

그런 예후 인자를 찾는 것이 큰 연구의 흐름이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를 비롯해 많은 치료제가 출시되면서 치료제의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것 같다. 15년 전 생물학적 제제 출시로 류마티스 치료수준이 업그레이드됐는데 이제는 먹는 류마티스 치료제까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류마티스 치료를 위한 다양한 치료제들이 개발되면서 오히려 치료는 점점 전문화되고 있다. 지금은 '류마톨로지스트'가 아니면 다양한 약제 중 적정한 치료제를 골라 환자를 진료하기가 쉽지 않다.

브렌시스를 비롯한 국산 바이오시밀러 출시도 화제다. 결국 오리지네이터와의 동등성에 대한 신뢰를 얼만큼 줄 것인지가 성공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여러 임상시험에서 브렌시스와 오리지네이터 '엔브렐'과의 동등성은 입증됐다. 기존 치료제(MTX) 사용 후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은 중증의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500여명을 대상으로 52주 동안 동등성을 비교한 임상 3상 시험이 대표적이다.

임상시험 결과, 브렌시스·MTX 투여군의 'ACR20' 반응률(투약 후 통증 20% 개선도를 평가하는 지표)이 80.8%로 오리지네이터·MTX 병용투여군 81.5%와 비슷했다.  안전성 역시 오리지네이터와 유사했다.

'주사부위반응(Injection Site Reaction)' 정도는 17.5%를 기록한 오리지네이터보다 브렌시스가 3.7%로 낮았다.

기존 오리지네이터를 쓰던 환자가 브렌시스로 치료제를 교체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되고 있다. 조만간 미국과 유럽 정부가 오리지네이터와의 교체투여에 대한 입장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안에 미국과 유럽 정부가 교체투여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것 같다. 두 약이 동등하다고 입증된 만큼 교체투여는 당연히 허용해야 한다. 의사와 환자가 충분히 얘기한 후 교체 여부를 결정하면 되지 않겠나. 유럽과 미국 정부도 교체투여를 허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그런 발표가 나오면 의료진은 교체투여에 대한 부담을 어느정도 덜게 될 것이다. 결국 약값이 교체여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보험 시스템 위주의 유럽은 국가가 나서서 교체투여를 독려할테고 사보험 체계인 미국은 아무래도 환자가 약값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다만 미국이나 유럽 정부가 허가 이후 브렌시스 생산시설과 공정과정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감독이 있을 것으로 안다.

배상철 한양대 류마티스병원장
주된 시장이 유럽과 미국이다보니 한국에서 오리지네이터와의 가격차이는 크지 않다. 브렌시스의 주요 타깃 환자군이 있나?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네이터를 능가하지 못한다. 숙명이다. 바이오시밀러는 그런 것이다. 그렇다보니 특화된 타깃이 있을 수 없다. 결국 오리지네이터보다 저렴한 값이 차별점이라면 차별점이다.

한국에서는 오리지네이터보다 약 5% 정도 저렴해 약값 차이가 크지 않다고도 하지만 평생 투여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않은 차이로 느끼는 환자가 있을 것이다.

굳이 차별점을 들자면 임상시험에서 브렌시스가 오리지네이터보다 '주사부위반응'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브렌시스의 주삿 바늘을 감싸는 고무 마개가 오리지네이터와 달리 '라텍스'를 함유하지 않아 라텍스에 과민한 환자의 주사부위반응이 적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먹는 류마티스 치료제 젤잔즈 출시도 눈길을 끌고 있지만 한국은 기존 치료제와 생물학적 제제에 실패한 환자만 쓸 수 있도록 보수적인 급여기준을 받았다.

내가 치료하는 환자 중 임상시험에 참여한 덕에 한 7∼8년 젤잔즈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가 한 30∼40명 정도 있다. 예후를 보면 상당히 효과적인 약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존 생물학적 제제가 세포 밖에서 작용한다면 젤잔즈는 세포내 신호전달체계에 영향을 미친다. 생물학적 제제와 효과가 비슷하다. 효과는 비슷한데 주사제가 아닌 먹는 약이다보니 주사를 기피하는 환자에게는 확실히 장점이다.

미국류마티스학회는 지난해말 젤잔즈를 1차 치료제로 변경하는 지침을 발표했지만 국내 급여기준이 2차 치료제로 책정된 것은 적절한 결정이었다. 장기임상 결과를 좀더 보고 천천히 급여기준을 확대하면 될 듯 하다.

이상반응 사례가 수집되고 국내 전문가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때 1차 치료제 급여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주사제는 투여하는 과정에서 환자 교육도 하고 어느정도 관리를 할 수 있지만 경구용 약제는 특성상 오남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우려를 잘 관리해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면 그때 1차 치료제로 책정하면 된다. 젤잔즈가 어느정도 안정적인 궤도에 오른다면 생물학적 제제를 위협하는 어마어마한 치료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치료제는 많아졌지만 그만큼 급여기준도 까다롭다.

시시각각 발전하는 류마티스 치료 패러다임을 따라잡기 위해 의사가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이런 전제가 충족된다면 그 다음은 의사를 신뢰해야 한다. 치료효과가 없으면 정부가 뭐라 하기 전에 의사나 환자가 먼저 그만둔다. 하지만 지금은 중간평가를 계속 해야 한다. 불필요한 행정적인 부담이 크다.

물론 새 치료제를 투여할때 '진입평가'는 있어야 한다고 보지만 가능하면 의사에게 자율성을 주고 믿고 맡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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