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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 연구, 정부 꾸준한 지원 절실"
"희귀질환 연구, 정부 꾸준한 지원 절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03.0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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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 진료·연구는
희귀질환자 가족 전체를 케어하는 것

매년 2월 마지막 날은 '세계 희귀질환의 날'(Rare Disease Day)이다.

희귀질환은 인구 2000명 중 1명이하의 질환으로 정의되는데, 전 세계적으로 6000∼7000여종의 희귀질환이 알려져 있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50만명의 희귀질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정부로부터 200여종의 질환이 의료비 지원을 받고 있다.

희귀질환은 질환의 희귀성 때문에 질병에 대한 임상적 이해가 부족하고, 대부분은 유전성 소인에 기인해 임상적 진단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 아직 적절한 치료방법과 대체의약품이 개발되지 않아 만성 진행성 경과의 심각한 다장기 기능장애를 동반하게 돼 환자 및 가족, 그리고 국가적으로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초래한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희귀질환의 연구 및 환자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08년 희귀질환 진단치료기술 연구사업단을 선정해 운영, 국내 희귀질환의 총괄적 현황을 조사하고 진단치료기술의 선진화 등에 기여하고 있다.

또 희귀질환연구 사업의 연구경쟁력 확보를 위해 2012년 5월 6개의 희귀질환 중개연구센터를 선정해 연구를 시작하고 있다.

이 6개 센터를 총괄하고 있는 정해일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서울대병원 희귀질환센터장/희귀질환 진단치료기술 연구 및 지원센터장)을 만나 그동안 6개센터의 연구성과 및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편집자>

 

 

희귀질환 연구를 총괄하고 있는 센터장을 맡고 있다. 센터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2008년 희귀질환 연구는 한 사업단에서 진행했는데, 희귀질환의 종류가 매우 다양한 이유 때문에 연구를 한 센터에서 진행하는 것이 무리가 있고 효율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신경 질환 ▲내분비계 질환 ▲혈관 질환 ▲신장 질환 ▲면역 질환 분야로 센터를 나눴고, 통합적인 조율은 '희귀질환 진단치료기술 연구 및 지원센터'에서 맡아 진행하게 됐다.

희귀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환자가 적고, 연구에 대한 투자도 적다. 특히 연구자도 적기 때문에 발전이 쉽지 않은 분야인데, 이러한 의료 혜택에서 소외되는 환자들을 지원한다는 뜻에서 출발한 것이 희귀질환 진단치료기술 연구 및 지원센터이다. 치료법을 개선하고, 새로운 진단법과 신약 개발 등을 통해 제대로 된 치료를 하자는 것이 센터의 주된 목적이다.

희귀질환연구사업단 활동은 지난 2012년 마감됐고, 2012년부터 3년 간 1주기 활동이 진행됐다. 올해는 3년 간 진행되는 2주기 활동이 시작된 첫 해이다.

1주기 활동이 진행된 3년 동안 어떠한 성과가 있었나?

▲ 정해일 교수(서울대병원 희귀질환센터장·소아청소년과)

센터 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1단계의 결과를 종합해 보면 '성과가 있었다'는 것이 내부적인 평가다. 희귀질환은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한 분야이기에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가 힘든 분야이나, 관련 특허를 출원하고, 새로운 환자 치료법을 개발했으며 질병 관련 유전자를 발견하고, 논문을 발표하는 등 성과가 있었던 1주기였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신장 및 감각계 질환 분야에 대해 말을 하면, 환자 치료 및 진단에 접목할 수 있는 연속성 있는 연구를 1주기에 이어 진행해나가고자 한다.

매년 질병관리본부·국립보건원과 공동으로 희귀질환 국제 심포지엄을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 주로 어떤 내용이 다뤄지나?

희귀질환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정책적인 부분까지 다루고 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는다. 심포지엄이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WHO, 유럽지역 등 희귀질환 연구에 있어 선진적인 지역 및 단체와 교류를 하는 것이다.

교류와 더불어 국내 희귀질환 관련 정책의 제도적인 정착을 위해 정부 관계자들을 초청해 의견을 듣고 있다. 센터에서 그동안 도출한 연구 성과도 공유한다.

현재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희귀질환 종류가 매우 적은 것 같다.

지난해 12월 '희귀질환관리법'이 제정되면서 올해 44개 극희귀질환에 대해 우선 혜택을 부여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본다.

현재 희귀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6000∼7000종으로 보고되고 있고, 국내에서 파악하고 있는 것은 1000종이 약간 넘는다. 기존에 산정특례를 인정한 것이 151종이고, 이번에 추가된 44종을 더하면 195종이다. 나머지 805종에 대한 논의가 아직 남아 있다.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지원을 절실히 기다리고 있는 희귀질환자들이 많다.

얼마전 센터에서 'aHUS, 의료진과 함께하는 힐링토크'를 진행했다. 희귀질환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만성적인 희귀질환인 aHUS(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는 혈전과 염증이 몸 전체에 있는 작은 혈관에 손상을 입히는 '혈전성 미세혈관병증'(TMA)을 일으켜 신장·심장·뇌 등 주요 기관이 손상되며 이로 인해 사망까지 할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희귀질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한 공개 강좌는 센터별로 1년에 5∼6개씩 진행하고 있는데, 힐링토크는 처음이다. 이번 aHUS 힐링토크는 참석했던 보호자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하반기부터 정례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aHUS는 환자 숫자가 많지 않은데, 환자들이 전국에 분포되어 있어서 환자와 가족들간의 교류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환자들간에 새로운 네트워크가 생겨나는 기회가 됐다.

희귀질환자들이 보장받을 기회가 더 필요해보인다. 이를 가로막는 장벽이 있다면?

 

정책적인 보완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희귀질환은 사실 한 곳의 기관이 아픈 병이 아니다. 한 환자가 신장·심장·신경 등 다양한 기관에 문제가 생기고, 더불어 보행장애 등으로 걷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약값뿐 아니라 휠체어 등의 보장구 비용이 부담이 된다. 또 여러 기관에 문제가 있다 보니 병원 진료도 다양한 진료과에서 진행된다. 하지만 하루에 모든 진료과에서 진료를 받지 못하는 문제 때문에 환자들이 겪는 고통이 크다. 앞으로 이같은 문제가 개선되기를 바란다.

오래 전부터 희귀질환 연구를 하고, 환자를 진료하면서 느낀 바가 클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연구를 더 하고 싶나?

희귀질환에 관심을 갖는 연구자의 숫자가 많지는 않다.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과 비교해 10명, 20명의 희귀질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입장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이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희귀질환은 유전성 질환인 경우가 많다. 즉 대를 이어 발병 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질환이기 때문에, 집안 전체가 큰 부담을 지고 고통 받게 된다. 이에 희귀질환에 대한 진료와 연구는 희귀질환자와 가족 전체에 대한 케어를 해준다는 특별한 보람을 갖는다.

연구만큼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환자 편의 및 진료에 대한 부분이다. 이에 서울대어린이병원 내에 희귀질환센터가 세워졌다. 희귀질환센터에서는 '원스탑 진료', 즉 한 번 내원했을 때 모든 진료를 통합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재 희귀질환 진단치료기술 연구 및 지원센터 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는 정부의 지원금이 들어가는 유일한 과제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연구가 끊기지 않고 확대 및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희귀질환 연구는 초기 기본 연구자원을 투입하면서 맞춤형 의료의 최적의 영역이다. 민간 투자가 어려운 희귀질환 연구를 선진화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희귀질환 연구는 적어도 5년에서 10년 정도는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연구비 규모가 커지는 것은 물론 중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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