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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담배소송 7차 변론, 여전히 양측 '팽팽'
담배소송 7차 변론, 여전히 양측 '팽팽'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6.03.05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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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과 폐암간 역학연구 인과성 놓고 의견 줄다리기
여자 재판장으로 바뀌며 더 열띤 토론 분위기 연출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담배회사들은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건보공단이 (주)KT&G, 한국필립모리스(주), (주)BAT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7차변론이 4일 오후 2시에 서울중앙지방법원 동관 466호 법정에서 열렸다.

본래 이번 변론에서는 흡연의 중독성을 심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월 22일 법원 보직이동으로 재판부가 변경됨에 따라 이날은 1∼6차 변론에서 다뤘던 주요 내용들을 되짚어보며 소송의 쟁점을 가렸다.

이번에도 건보공단과 담배회사들은 두 가지 쟁점에서 팽팽히 맞섰다. 하나는 공단의 직접손해배상청구의 적합성, 다른 하나는 흡연과 폐암간의 인과관계 증명이었다.

담배회사 측은 "건보공단 사업 목적과 담배소송은 연관성이 없다. 따라서 직접손해배상청구를 할 권리가 없다"며 "이번 소송은 금연운동 차원에서 제기된 것에 불과하다" 비난하며 소송 각하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공단 측은 "간접손해도 배상책임의 대상이 된다"며 불법행위로부터 파생되는 간접적인 손해도 발생 예견 가능성이 있다면 배상책임의 대상이 된다는 대법원 판결(94다5472)을 제시했다. 흡연으로 폐암 등 질병이 발생하면 공단이 보험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손해 발생을 예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대법원에서 공단의 직접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한 사례인 원외처방약제비 소송(2009다78214)과 생동성시험조작 소송(2011다96650)을 들며 담배소송 역시 대리청구가 아닌, 직접청구가 가능하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건보공단 측은 흡연과 폐암 간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도 "흡연이 폐암을 유발한다는 것은 자연과학계의 합의된 이론이자 확정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흡연과 폐암간의 인과성이 직·간접적으로 확인됐다는 전문가 의견도 첨부하며 "이미 수년간 방대한 역학연구가 진행돼 흡연에 의한 폐암 발암의 기전이 규명된 것은 물론 각종 권위있는 보고서를 통해 인과관계가 확정됐다"고 변론했다.

담배회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역학연구 결과는 개별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담배회사 측은 "역학연구에 의해 어느 집단에서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정량적으로 검출됐다 해도, 그 결론이 해당 집단에 속한 개인에게 적합하다는 근거는 될 수 없다. 이는 역학연구의 필연적 한계"라며 "폐암은 비특이성 질환이므로 역학연구를 통한 인과관계 인정이 어렵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건보공단 측은 "일반적인 인과성은 개인적인 인과성의 총합이므로 역학연구는 법적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따라서 역학연구는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특이성·비특이성 질환의 이분적인 구분은 학문적 근거가 없다. 또 흡연은 폐암 중에서도 소세포암과 편평세포암을 주로 유발시킨다는 점에서 특이성이 매우 높다"고 선을 그었다.

▲ 7차 변론에 참석한 성상철 건보공단이사장.
이날 변론에 참석한 성상철 건보공단이사장은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건보공단이 담배소송을 청구하는 건 당연하다"며 "흡연과 폐암 발생간의 인과관계는 이미 입증됐다. 많은 학술지에도 관련 내용이 실려있다"며 담배회사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어 "다음 변론에서는 흡연과 폐암 발생간 인과관계 입증이 더욱 객관적으로 가능하도록 자료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롭게 바뀐 재판부에 대해서도 "변경 후 첫 변론일인데 쟁점을 잘 파악한 것 같다. 차분한 느낌을 받았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이번 변론에서는 재판부 변화가 눈에 띄었다. 2월 말, 법원 인사 개편으로 재판부가 바뀜에 따라 7차 변론부터는 여자 재판장이 등장한 것이다.

재판장은 공단과 담배회사 측 모두에게 의문점을 확인하고 사실확인을 위한 각종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등 이전의 남자 재판장보다 한층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불필요한 설명은 잘라내고 의문점은 계속해서 지적하는 재판장의 날카로운 질의에 양측 대리인들은 자신의 주장이 더 타당하다고 연이어 호소하며 열띤 분위기를 연출했다.

건보공단 측 대리인은 "여자 재판장은 더욱 정확하고 꼼꼼하게 자료를 확인하는 경향이 있다"며 "현재 자료를 계속 취합 중이다. 이대로라면 해볼만 하다"고 조심스레 승소의 가능성을 점쳤다.

건보공단과 담배회사간의 8차 변론은 4월 22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 동관 466호 법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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