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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 해결한 청와대, 이번엔 '서발법' 올인

테러방지법 해결한 청와대, 이번엔 '서발법' 올인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6.03.04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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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익 '의료영리화' 지적에 '사실 아냐' 반박
의료계 "청와대 주장 대변하는 복지부 못믿어"

▲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이 3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관한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테러방지법 국회 통과로 발등의 불을 끈 청와대가 보건의료를 포함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비스발전법) 국회 통과를 또 촉구하고 나서자, 야당 의원이 의료영리화 추진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그런데 보건의료정책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의료영리화 지적에 대한 명확한 해명 없이 야당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기존 태도만 되풀이해 빈축을 샀다.

야당이 2일 테러방지법 제정을 막기 위해, 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해 이뤄지는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행위인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면서 정부와 여당이 원하던 테러방지법이 제정됐다. 청와대는 곧바로 서비스발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자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김용익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서비스발전법은 의료영리화를 추진한 법이라며 정부와 여당을 공격했다. 그런데 김 의원의 지적에 긴급기자회견까지 자청한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은 "서비스발전법과 의료영리화는 무관하다"는 주장만 반복할 뿐 속시원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청와대와 김 의원의 서비스발전법을 둘러싼 설전은 2일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월례브리핑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주요 연설에서 서비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언급했다. 1525일째 발 묶인 서비스산업법의 시초가 노무현 정부다"라고 주장하며 서비스발전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면서 시작됐다.

안 수석은 "의료영리화 조짐은 노무현 정부 시절 의료산업발전 기본안에 더 많이 포함돼 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의료영리화를 용인하겠다는 표현까지 쓰기도 했다. 인제 와서 서비스발전법에 있지도 않은 의료공공성 훼손을 들어 반대하는 것은 술잔 속에 비친 뱀 그림자 때문에 놀랐다는 배중사영(杯中蛇影)과 같은 우를 범하는 것"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인력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의료계의 발전 잠재력을 사장시키는 것은 소중한 국가자원을 썩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김용익 의원 ⓒ의협신문 김선경
이에 김 의원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안 수석의 주장을 강력히 반박했다. 김 의원은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사회정책수석비서관으로서 보건의료정책을 사실상 진두지휘하던 인물이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참여정부도 서비스발전법과 의료산업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는 주장을 또다시 되풀이하며 물귀신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추진하는 정책의 정당성이 없거나 국민을 설득할 논리를 찾지 못하면 어김없이 참여정부를 물고 늘어지곤 했다. 서비스산업법을 빙자한 의료영리화 정책도 마찬가지"라며 "청와대가 서비스발전법의 당위성을 자신들의 논리와 생각으로 설명하고 설득할 생각은 하지 않고 왜 굳이 참여정부를 들먹이고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자기 당이 추진하는 정책이 옳은 것이고 국민을 설득할 자신이 있으면 '참여정부도 했단다'라는 식으로 바짓가랑이를 잡아끄는 물귀신 작전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자신들의 정책이니 자기 논리를 내세우고 주장해서 국민을 설득하면 되는 일"이라고 몰아붙였다.

특히 "참여정부 사회정책 수석을 맡았던 당사자로서 의료선진화니 의료영리화니 따위의 견강부회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 지난 2014년에도 공개적으로 언급했지만 '의료영리화는 내가 했건 남이 했건 분명히 잘못된 정책'이고 나쁜 정책"이라면서 "참여정부에서 추진한 의료영리화 정책은 잘못된 것이었으며 당시 청와대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이던 나에게 모든 책임이 있음을 밝히고 사과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청와대는 서비스발전법을 통해서 의료공공성이 훼손된다는 주장은 배중사영고 같다고 주장했다. 근심과 걱정을 하는 국민이 있다면 청와대와 정부는 국민을 무시할 것이 아니라 의혹을 해소해 줄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가 제출한 서비스발전법에 따르면 의료와 교육을 포함한 서비스를 다루는 모든 행정부처는 위원장으로 있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수립한 기본계획에 각 부처의 정책을 맞춰야 한다"면서 "청와대는 자신들이 제출한 법의 내용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과전이하(瓜田李下)'라는 말이 있다. '의심받을 행동을 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힐난했다.

김 의원 끝으로 "그동안 우리당은 서비스법에서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는 최소한의 장치를 만들어서 새누리당과 협상에 임했으나, 청와대의 '토씨 하나 바꿀 수 없다'는 방침에 따라 협상이 진전되지 않았다"면서 "서비스발전법의 발목을 잡는 건 청와대 자신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의협신문 김선경
이에 보건복지부는 3일 예정에 없던 차관 주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 의원의 주장에 대해 해명했지만, 보건복지부의 해명은 그동안 수없이 반복했던 해명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쳤다.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은 기자회견에서 김 의원의 지적이 '사실이 아니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방 차관은 먼저 서비스발전법은 의료영리화 추진을 위한 법이 아니며 김 의원이 지적한 의료기관 영리자법인 허용, 민간보험사 해외환자 유치, 원격의료 추진 등도 의료영리화와 무관하다고 부인했다.

방 차관은 "박근혜 정부는 국민 의료비 경감을 위해서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와 3대 비급여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해왔다"며 "서비스발전법은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장점을 확고하게 유지하면서 의료서비스 발전시키려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이라고 강변했다.

이어 "의료기관 영리자법인 허용이 의료영리화 목적으로 추진됐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며 "의료업 이외의 분야의 영리화를 허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간보험사 해외환자 유치 추진에 대해서는 "늘고 있는 해외환자들에게 보험 혜택을 줌으로써 부담을 줄여 해외환자 유치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료계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원격의료 추진에 대해서도 "동네의원 중심 만성질환 관리가 핵심으로, 일부의 의료취약지를 제외하고는 병원급 이상에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서비스발전법이 제정되면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주도권이 보건복지부에서 기획재정부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의료비 폭등에 대한 우려 등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넘겨버렸다.

방 차관의 해명에 대해 의료계는 이유 있는 지적과 우려를 정부가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실망과 분노를 표했다.

모 시도의사회 임원은 "의료계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무리한 정책과 제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할 때마다 국민을 앞세워 직역이기주의로 매도하면서 자신들의 뜻을 관철해왔다"면서 "보건의료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도 청와대의 정치적 결정에 따라 스스로 회의적이었던 원격의료 같은 제도를 추진하고 있는데, 하물며 보건의료에 대한 주도권을 기획재정부가 갖게 되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개탄했다.

그는 특히 "의료현장에서 매일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이 서비스발전법 등 의료영리화 의혹 또는 가능성이 있는 제도나 정책에 대해 우려하고 반대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그런 우려를 불식시킬 보완책을 마련하기는커녕 그런 일은 없을 테니 무조건 믿어 달라는 식의 해명으로는 의료계의 이해와 협조를 얻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서비스산업법 등 정부가 추진해온 일련의 의료영리화 추진 정책들에 대한 의료계와 야당의 합리적 지적과 우려를 마치 어린아이가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것처럼 여기는 보건복지부의 태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청와대의 주장과 해명을 그대로 빌려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보건복지부를 더는 신뢰할 수 없다. 보건복지부가 이런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의료계는 서비스발전법이 의료영리화법이라는 우려를 거둘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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