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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한 마디에 3천억 왔다갔다? 고달픈 병원들

환자 한 마디에 3천억 왔다갔다? 고달픈 병원들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6.03.0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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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질평가지원금은 선택진료제 보상책인데 환자경험이 왜?
의료질 향상이 목적...그러나 객관적 평가 가능할지 의문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올해 들어 '만족도' 조사에 박차를 가하는 움직임이다.

심평원은 적정성평가에 환자경험 항목을 새롭게 추가했다. 건보공단은 재가급여의 서비스 평가를 강화하고 만족도 여부를 전화로 조사, 요양기관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그러나 병원들은 환자의 주관적인 느낌과 판단에 의존하는 만족도 평가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겠냐는 지적과 함께, 이를 요양기관 평가 지표로 활용하는 건 물론 지원금 차등지급의 수단으로 삼는 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심평원은 올해부터 적정성평가에 환자 만족도 여부를 평가하는 환자경험 항목을 신설했다. 앞으로 요양기관을 평가할 때 의료의 질뿐 아니라 환자를 대하는 의료진의 태도와 병원 환경 등도 함께 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심평원은 지난해 9월 '환자경험 예비평가를 위한 조사' 용역을 발주했으며 지난해 10∼11월간 10개 기관을 대상으로 의료진 서비스·치료과정·병원 환경 등에 대한 만족도 수준을 조사, 현재 평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중이다.

그동안 적정성평가가 의료 질에 치우쳤다는 분석에 따라 환자 중심적 평가를 통해 환자경험을 의료 질 평가의 한 영역으로 넓히겠다는 것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3월 중 예비평가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환자경험을 평가할 예정이다. 의사·간호사·치료과정 등 병원에서 환자가 경험하는 의료진에 대한 내용을 평가하고 있다"며 "아직 평가 문항이 확정된 건 아니다. 예비평가 결과를 보완해 가이드라인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건보공단도 만족도 평가를 실시, 올해 3∼9월까지 시행되는 재가급여 노인요양기관 평가에서 수급자의 서비스 만족 여부를 중점 조사한다.

 
평가 세부지표를 2014년 357개에서 2016년 276개로 줄이는 대신 서비스 평가 지표를 강화했고, 평가기간 중 2회에 걸쳐 전화로 수급자 만족도를 알아본다. 평가대상도 기관운영·요양보호사·수급자·보호자 항목 등으로 나눠 다각적인 평가에 나서기로 했다.

건보공단은 2009년 첫 재가급여 평가를 실시한 이후 올해로 7년째를 맞아 평가가 안정된 만큼 불필요한 절차는 줄이고 확대할 것만 선별해 평가하겠다는 계획. 또 평가결과를 모두 공개하는 한편, 최하위 등급을 받은 기관은 이듬해에 반드시 재평가를 받게 하는 등 평가 기준도 강화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기관 중심에서 만족도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불필요한 항목들은 삭제했다. 그동안은 재가급여를 실시하는 요양기관 확대를 위해 진입 장벽을 낮췄지만 이제는 수급자 만족도에 초점을 둔 질 관리에 집중할 시점이라 판단했다"며 "재가급여 수급자는 와상환자와 치매환자가 많다. 욕창관리가 주된 임무이므로 수급자 만족도가 서비스 질과 실질적으로 연결되는 만큼 이같은 평가기준을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병원들 "주관적 지표로 지원금 지급이 말이 되나" 반발
그러나 병원들은 심평원과 건보공단의 만족도 평가 도입에 반발하는 움직임이다. 특히 적정성평가의 경우 심평원 설립 목적에도 맞지 않는 건 물론 환자경험을 의료질평가지원금 지급의 기준으로 활용하는 건 옳지 않다며 볼멘 목소리다.

A병원 관계자는 "요양급여 적정성평가는 말 그대로 요양급여에 대한 적정성을 평가하는 제도다. 그런데 환자경험 평가항목에는 '의료진이 충분한 설명을 해줬는가', '의료진의 설명에 만족하는가' 등의 항목이 들어있다고 알고 있다. 급여가 적정했는지 판단하는 기준과 환자 만족도간의 상관관계가 무엇이냐" 비난하며 "심평원의 존재 이유는 진료비 심사와 평가를 위해서다. 환자 만족도 조사는 심평원 업무와 전혀 상관없다"고 지적했다.

환자경험을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위한 지표로 활용하는 것도 비판했다. 의료질평가지원금은 선택진료제 축소에 따른 병원 손실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 왜 전혀 관계 없는 환자경험을 배분 기준으로 사용하느냐는 것이다.

앞서 심평원은 의료질평가지원금의 배분 기준으로 적정성평가를 활용하겠다며 올해 질향상분담금에 총 5000억원의 보험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평가 영역은 ▲의료의 질 및 환자안전 ▲전달체계 ▲공공성 ▲교육수련 ▲연구의 총 5개 영역으로, 병원들은 평가결과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지급 받게 된다. 문제는 질향상분담금의 60%인 3000억원이 양질의 의료 서비스 인프라·환자안전 강화·우수한 치료효과·환자중심 서비스를 살펴보는 '의료 질 및 환자안전' 영역에 배분된 것.

더군다나 의료 질 수준이 전반적으로 상향조정된 만큼, 올해 신설된 환자경험 평가 결과에 따라 요양기관들은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얼마나 더 가져갈 수 있을지가 결정되는 상황이다. 때문에 더욱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평가해야 할 지표를, 개인의 느낌과 기분에 좌우될 수 있는 '경험적' 측면에 기대는 것이 과연 공정한지에 대한 병원들의 불만이 속출하는 상황. 

하지만 심평원은 "의료 선진국에는 환자경험을 평가하는 별도 기관이 존재한다. 또 외국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환자경험 평가가 의료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조사가 있다"며 환자경험 평가는 의료 질 향상을 위한 당연한 수순이라는 입장이다.

주관성 논란에 대해서도 "메르스와 집단 C형간염 발생 등으로 최근 환자안전과 관리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며 "공정한 평가를 위해 주관성은 최대한 배제했다. 가능한 모든 항목을 객관화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A병원 관계자는 "선진국에도 평가기관은 미국의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인증(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 JCI) 등 몇 개에 불과하다. 또 외국의 경우 환자경험 평가가 국내에서처럼 지원금을 배분하는 식의 예산 항목으로 적용되진 않는다"고 반박했다.

B병원 관계자 역시 "아무리 객관성을 유지하려 한다 해도 환자경험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정량 평가가 어려운 면이 있는 게 사실인데 과연 제대로 될지가 의문"이라며 "평가를 위한 평가가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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