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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불가능한 의료사고 '후유증 치료비' 청구 못한다
회복불가능한 의료사고 '후유증 치료비' 청구 못한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3.02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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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간판탈출증 정신과 전문의, 신경근 차단술 직후 사지마비 장애
법원, 11억원 배상 판결...후유증 치료비 7억 2653만원 병원 청구 못해

▲ 서울고등법원
의사가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해 환자의 신체기능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된 경우, 손상 이후 후유증세의 치유 또는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수술비와 치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17 민사부는 추간판 탈출증 치료를 받기 위해 A대학병원에서 경막외 차단술을 받은 후 완전 사지마비가 발생한 B환자(정신과 전문의)가 제기한 38억원대 손해배상 소송(2015나31713, 대법원 파기환송심)에서 피고의 책임을 80%로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다.

B씨는 1998년경 양쪽 바깥쪽과 왼쪽 목부위 저린 증상이 있었고,  통증이 심해지자 2003년 8월 5일 A대학병원 정형외과에서 경추 제5-6번 척추증 및 좌측 제5번 경추근 병증 진단을 받았다.

A대학병원 통증클리닉에서 시행한 MRI검사 결과 경추 제4-5번 추간판탈출증, 경추 제5-6번·제6-7번 추간판부분탈출증, 퇴행성 관절로 인한 척추공간협착 등의 소견이 확인됐으며, 신경전도검사에서 경추 제5번 좌측 신경근증 소견을 보였다.

B씨는 같은 날 경부 경막외 신경차단술을, 2004년 3월 9일 경막외 신경차단술을, 3월 16일 좌측 견갑상 신경 차단술을 받았다.

하지만 시술을 받았음에도 통증이 계속되자 3월 23일 14:10분경 제5번 신경근 차단술을 받았다. 의료진은 조영제 0.5ml를 주입, X선 투시상 신경근의 해부학적 모양과 양상 등을 확인하면서 바늘을 추간공 후방 아래쪽 횡돌기 홈통을 목표로 삽입한 후 스테로이드제(트리암시놀론 20mg)와 국소마취제(리도카인 1㏄)를 천천히 주입했다.

하지만 약제 주입 후 수 분 뒤 A씨는 호흡마비·의식소실·전신마비 등 완전 척수 마취 내지 경막외 마취 증세가 나타났다.

A대학병원 의료진은 15:20분경 앰부배깅 등 응급조치를 하면서 원고를 회복실로 이동시켰다. 당시 산소포화도는 95∼98%로 측정됐다.

의료진은 B씨에게 앰부배깅을 계속하면서 기도유지기 삽입 및 구강흡인 등의 조치를 취한 후 16:55분경 LMA튜브를 삽입, 인공호흡기 작동을 시작했으며, 17:08분경 산소포화도에 변화가 없자 LMA튜브를 발관한 후 기관내 삽관으로 전환했다.

B씨는 18:00경 의사의 말에 반응을 보였고, 자가호흡을 시작했으며 19:25분경 중환자실로 옮겼다. 19:30분경 시행한 CT검사 결과 뇌연수부터부터 경추 제3번까지 광범위한 척수경색 발생이 확인됐으며, 3월 31일 시행한 경부 MRI검사에서도 연수와 경수, 흉수에 이르기까지 확산성 부종이 관찰, 척수경색 소견이 확인됐다.

B씨는 현재 경추 제3번 이하의 모든 운동신경과 감각이 소실됐으며, 입을 움직여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호흡부전·연하장애·사지마비 등의 증상이 고정돼 향후 치료에도 개선 가능성이 없는 상태다.

시술 사건이후 B씨는 자주 폐렴·호흡부전 증상을 보였으며, 하루 두 차례 기계를 이용해 기침을 시키고, 하루 100여차례 기계를 이용해 침을 흡인하고 있으며, 기관절개술·위루설치술·방광루설치술 등을 받았으나 배변과 배뇨를 조절할 수 없고, 사지와 몸통을 움직일 수 없어 일상생활 동작을 전적으로 타인에게 의존하고 있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51세 7월 6일인 B환자의 기대여명 및 여명 종료일은 15년이 되는 2019년 3월 23일까지로 예상했다.

직업 및 가동연한은 65세가 되는 2017년 7월 25일로 했으며, 신경정신과를 공동 운영(지분 50%)를 운영하고 있는 점, 종합소득세 등 과세표준확정신고와 관할 세무서의 사업소득금액 등을 통해 평균수입과 월평균 비용을 고려해 월 1093만 6875원의 수입을 올렸을 것으로 인정했다. 후유장애 및 노동능력 상실률은 100% 상실을 기준으로 했다.

A대학병원의 손해배상 책임 제한 비율은 1998년경부터 저린 증상의 나타났으나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다가 소견이 확인되자 시술을 받은 점, 척추신경근 차단술의 경우 드물기는 하나 신경근 동맥 자극 등으로 불가피하게 척수경색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책임을 모두 의료진에게 돌릴 수 없는 점, 환자의 상태는 치료 도중에도 시시각각 변화하므로 의료인이 현대의학의 모든 기술을 다해 진료한다 해도 예상외의 결과가 생기는 것을 완전히 피할 수 없는 점,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나자 최선의 처치를 다한 점 등을 고려해 80%로 정했다.

이에 따라 B환자가 일할 수 있는 2017년 7월 25일까지의 수입(13억 3865만 4907원)의 80%인 10억 709만 3925원과 위자료 3000만원 등 총 11억 92만 3925원을 배상토록 했다.

이와 함께 2004년 3월 23일부터 2009년 6월 24일까지 발생한 치료비 7억 2655만원(본인부담 6266만원+비급여 6억 6388만원) 가운데 B씨가 1만 7140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7억 2653만 2888원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나, 치료비 채권 발생원인으로서 의사가 환자에게 부담하는 진료채무는 환자의 치유를 위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현재의 의학수준에 비추어 필요하고 적절한 진료조치를 다해야 할 채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의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탓으로 오히려 환자의 신체기능이 회복불가능하게 손상됐고, 손상 이후 후유증세의 치유 또는 더 이상의 악화를 방지하는 정도의 치료만 계속해 온 것 뿐이라면 의사의 치료행위는 진료채무의 본지에 따른 것이 되지 못하거나 손해전보의 일환으로 행해진 것에 불과해 병원측으로서는 환자에 대해 수술비 내지 진료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1993년 7월 27일 선고 92다15301)을 인용, 병원은 환자에게 치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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