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돌연사 환자 유족 2억원대 소송 '기각'
"응급상황 예견 어렵고, 설명의무도 없어"
2013년 시작된 소송은 2년 넘게 진행, 대법원 환송판결까지 거쳐야 했다.
최종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입원실에서 돌연사한 A환자의 가족이 B신경외과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2억원 대 손해배상 항소(2015나2060342)를 기각했다.
법원은 재판 과정에서 B신경외과의원이 망자의 가족에게 가지급한 8000여만 원도 반환토록 했다.
A씨는 2012년 6월 10일 물놀이를 한 후 좌측 허벅지 안쪽 부위에 통증이 계속되자 13일 B신경외과의원을 찾았다.
외상은 없었으며, 골반 및 고관절 부위에 대한 X-선 촬영에서도 이상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좌측 허벅지 부위를 손으로 만지거나 누를 때 통증을 호소하자 내전근 근육 파열로 진단한 B신경외과의원장은 진통제와 소염제를 주사하고, 전기치료·저주파 물리치료(표층열치료·심층열치료·간섭파전류치료)를 시행한 후 귀가시켰다.
A씨는 2002년경부터 당뇨 증세가 있어 당뇨약을 복용했지만 병원에 잘 가지 않고, 약을 거르기도 해 내원 당시 혈당수치가 428㎎/㎗(기준치 80∼110㎎/㎗)로 높았다.
A씨는 귀가 후 통증이 계속되면서 멍과 출혈이 있자 6월 14일 11:29분경 B의원에 다시 내원했다.
B신경외과의원장은 입원과 함께 항생제 치료 및 혈액검사를 시행했으며, 혈당수치가 586㎎/㎗로 측정되자 보호자 C씨에게 평소 복용 중인 약을 처방받아 오라고 조치한 후 경구용 혈당강하제 글리민 2정을 처방했다.
16:00분경 병실을 찾은 B원장은 A씨가 침대에서 안정을 취하지 않은 채 담배를 피우려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흡연은 좋지 않다고 주의를 준후 침대에 누워 있을 것을 지시했다.
17:10분경 처치실에서 A씨의 환부를 진찰한 결과 부종이 더 심해지고, 부분적인 괴사가 진행되는 것을 확인한 B원장은 상급병원으로 전원할 것을 권유했다.
B원장은 20:30분경 의원에 도착한 보호자 C씨에게도 당 수치가 높기 때문에 상급병원으로 전원해야 한다고 설명했으며, 20:46분경 혈당수치가 369㎎/㎗로 다소 낮아지자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 다음날 상급병원으로 전원키로 한 뒤 야간 당직 간호사인 D씨에게 23:00분경 글리민 1정을 추가 투약할 것을 지시한 후 퇴근했다.
하지만 23:00분과 01:00분경 A씨가 식은땀을 흘리고 통증을 호소하자 D당직 간호사는 유선으로 B원장의 지시를 받아 진통제를 주사했다. 이 과정에서 신체활력징후나 환부 상태의 변화 등을 확인하지는 않았다.
A씨는 03:22분경∼03:46분경 주차장에 있는 자신의 승용차에서 흡연 후 병실로 올라왔다. 보호자 C씨가 입원실을 찾은 것은 05:00분경. 당시 A씨는 병실 바닥에 업드려 있었으며, 05:07분경 119구급대가 도착할 당시 이미 의식·호흡·맥박·동공반응이 없었고, 사후 강직 및 복부·안면부·팔등에 시반이 형성돼 있었다. 좌측 앞뒤 부분이 사타구니 아래부터 무릎 바로 위까지 검붉게 변해 있었다.
E병원 응급실 의료진은 05:17분경 도착한 A씨를 살펴본 후 사후 강직이 심하고, 생명징후가 없어 이미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
A씨 가족은 두 번째 내원당시 이미 괴사성 근막염을 앓고 있었음에도 이를 진단하지 못해 적절한 치료나 전원조치를 취하지 않아 급격한 패혈성 쇼크가 발생해 사망했다며 의료과실을 주장했다.
1심 재판부(2013년 9월 25일 선고)는 당뇨치료를 미흡하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입원 후 인슐린 투여가 되지 않아 혈당 조절이 악화됐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망과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상급병원으로 즉시 전원하지 않았다는 A씨 가족의 주장에 대해서도 응급상황으로 보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물리치료 및 테이핑 요법은 침습적인 의료행위가 아니므로 자기결정권이 문제되는 사항으로 보기 어렵다며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종심도 부정맥 또는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돌연사에 무게를 둔 1심 판결과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원과 같은 의료기관에게 모든 입원환자에 대해 응급상황이 발생할 것을 예상하고 이에 대해 조치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으로 준비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면서 "다만 응급상황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그에 대비한 준비를 해야 하지만 망인이 응급상황이 예상되는 환자로 보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괴사성 근막염 및 합병증에 의한 화농연쇄구균의 패혈증의 경우 대부분 혈압이 100/60mmHg 미만으로 떨어져 쇼크 상태가 발생하므로 서서 걷는 것은 물론 앉아 있기도 어렵다"면서 원고측이 주장한 의료진의 과실보다는 돌연사에 무게를 실었다. A씨가 03:22∼03:46분경 혼자 걸어서 주차장에서 흡연한 후 병실로 돌아온 점에도 주목했다.
재판부는 응급처치 미시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지도·설명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측 주장을 이유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