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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의원급은 모든 응급상황 대비 못해"

법원 "의원급은 모든 응급상황 대비 못해"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2.2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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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돌연사 환자 유족 2억원대 소송 '기각'
"응급상황 예견 어렵고, 설명의무도 없어"

▲ 서울 고등법원은 의원급 의료기관에 입원했다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의원급은 모든 응급상황 대비할 수 없다"면서 2억원 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 주장을 기각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가 의사가 퇴근한 이후 돌연사 했다. 유가족들은 치료 미흡과 상급병원으로 신속히 전원하지 못한 점 등을 들어 2억원 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13년 시작된 소송은 2년 넘게 진행, 대법원 환송판결까지 거쳐야 했다.

최종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입원실에서 돌연사한 A환자의 가족이 B신경외과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2억원 대 손해배상 항소(2015나2060342)를 기각했다.

법원은 재판 과정에서 B신경외과의원이 망자의 가족에게 가지급한 8000여만 원도 반환토록 했다.

A씨는 2012년 6월 10일 물놀이를 한 후 좌측 허벅지 안쪽 부위에 통증이 계속되자 13일 B신경외과의원을 찾았다.

외상은 없었으며, 골반 및 고관절 부위에 대한 X-선 촬영에서도 이상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좌측 허벅지 부위를 손으로 만지거나 누를 때 통증을 호소하자 내전근 근육 파열로 진단한 B신경외과의원장은 진통제와 소염제를 주사하고, 전기치료·저주파 물리치료(표층열치료·심층열치료·간섭파전류치료)를 시행한 후  귀가시켰다.

A씨는 2002년경부터 당뇨 증세가 있어 당뇨약을 복용했지만 병원에 잘 가지 않고, 약을 거르기도 해 내원 당시 혈당수치가 428㎎/㎗(기준치 80∼110㎎/㎗)로 높았다.

A씨는 귀가 후 통증이 계속되면서 멍과 출혈이 있자 6월 14일 11:29분경 B의원에 다시 내원했다.

B신경외과의원장은 입원과 함께 항생제 치료 및 혈액검사를 시행했으며, 혈당수치가 586㎎/㎗로 측정되자 보호자 C씨에게 평소 복용 중인 약을 처방받아 오라고 조치한 후 경구용 혈당강하제 글리민 2정을 처방했다.

16:00분경 병실을 찾은 B원장은 A씨가 침대에서 안정을 취하지 않은 채 담배를 피우려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흡연은 좋지 않다고 주의를 준후 침대에 누워 있을 것을 지시했다.

17:10분경 처치실에서 A씨의 환부를 진찰한 결과 부종이 더 심해지고, 부분적인 괴사가 진행되는 것을 확인한 B원장은 상급병원으로 전원할 것을 권유했다.

B원장은 20:30분경 의원에 도착한 보호자 C씨에게도 당 수치가 높기 때문에 상급병원으로 전원해야 한다고 설명했으며, 20:46분경 혈당수치가 369㎎/㎗로 다소 낮아지자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 다음날 상급병원으로 전원키로 한 뒤 야간 당직 간호사인 D씨에게 23:00분경 글리민 1정을 추가 투약할 것을 지시한 후 퇴근했다.

하지만 23:00분과 01:00분경 A씨가 식은땀을 흘리고 통증을 호소하자 D당직 간호사는 유선으로 B원장의 지시를 받아 진통제를 주사했다. 이 과정에서 신체활력징후나 환부 상태의 변화 등을 확인하지는 않았다.

A씨는 03:22분경∼03:46분경 주차장에 있는 자신의 승용차에서 흡연 후 병실로 올라왔다. 보호자 C씨가 입원실을 찾은 것은 05:00분경. 당시 A씨는 병실 바닥에 업드려 있었으며, 05:07분경 119구급대가 도착할 당시 이미 의식·호흡·맥박·동공반응이 없었고, 사후 강직 및 복부·안면부·팔등에 시반이 형성돼 있었다. 좌측 앞뒤 부분이 사타구니 아래부터 무릎 바로 위까지 검붉게 변해 있었다.

E병원 응급실 의료진은 05:17분경 도착한 A씨를 살펴본 후 사후 강직이 심하고, 생명징후가 없어 이미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

A씨 가족은 두 번째 내원당시 이미 괴사성 근막염을 앓고 있었음에도 이를 진단하지 못해 적절한 치료나 전원조치를 취하지 않아 급격한 패혈성 쇼크가 발생해 사망했다며 의료과실을 주장했다.

1심 재판부(2013년 9월 25일 선고)는 당뇨치료를 미흡하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입원 후 인슐린 투여가 되지 않아 혈당 조절이 악화됐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망과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상급병원으로 즉시 전원하지 않았다는 A씨 가족의 주장에 대해서도 응급상황으로 보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물리치료 및 테이핑 요법은 침습적인 의료행위가 아니므로 자기결정권이 문제되는 사항으로 보기 어렵다며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종심도 부정맥 또는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돌연사에 무게를 둔 1심 판결과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원과 같은 의료기관에게 모든 입원환자에 대해 응급상황이 발생할 것을 예상하고 이에 대해 조치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으로 준비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면서 "다만 응급상황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그에 대비한 준비를 해야 하지만 망인이 응급상황이 예상되는 환자로 보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괴사성 근막염 및 합병증에 의한 화농연쇄구균의 패혈증의 경우 대부분 혈압이 100/60mmHg 미만으로 떨어져 쇼크 상태가 발생하므로 서서 걷는 것은 물론 앉아 있기도 어렵다"면서 원고측이 주장한 의료진의 과실보다는 돌연사에 무게를 실었다. A씨가 03:22∼03:46분경 혼자 걸어서 주차장에서 흡연한 후 병실로 돌아온 점에도 주목했다.

재판부는 응급처치 미시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지도·설명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측 주장을 이유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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