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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감염병전문병원, 적절한 역할과 규모는?

중앙감염병전문병원, 적절한 역할과 규모는?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6.02.2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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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연구용역 결과 발표..."컨트롤센터 역할 중요"
"과욕보다 실효성 우선 고려...정부의 예산 지원은 필수"

▲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정기석)는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방안' 모색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메르스 같은 신종감염병이 국내에 또다시 유입됐을 경우, 어느 정도 수준의 대응체제를 갖춰야 적절한 대응이 가능할까?

전 세계적으로 신종감염병 발생률이 증가하면서 국내 유입 사례와 가능성 역시 커지면서, 필요한 인력과 시설·장비를 갖춘 중앙감염병전문병원 등 대비체제 확립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 예방관리법 개정 등 신종감염병 국내 유입·확산 시 대응체제 재정립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정기석)은 22일 서울 중구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방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정부 연구용역으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방안을 연구한, 오명돈 서울의대 교수, 이석구 충남의대 교수, 박형근 제주의대 교수, 권순정 아주대 공대 교수 등은 중앙감염병 전문병원의 필요성, 역할, 적정 규모, 바람직한 운영모델 등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 오명돈 서울의대 교수.
먼저 오명돈 서울의대 교수는 "국제적으로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해지고 각종 국제행사가 늘어나면서 전 세계적 신종감염병 확산과 국내 유입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지난해 메르스를 경험한 이후 국내에서 감염병 대비체제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확산돼, 감염병 환자 격리와 진단·치료를 위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제했다.

이어 "정치권과 시민사회계에서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권역별감염병전문병원, 국가지정격리병상 규모 확대 등의 요구가 크지만, 국민이 느끼는 공포감을 만족시키기 위한 수준으로 대응체제를 갖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현실적으로 신종감염병을 관리할 수 있는 수준과 의료인력·예산확보 능력 등을 고려해 적절한 인력과 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중앙감염병전문병원 역할에 대해 일반적인 기대와 의학적 판단은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일반적으로는 격리에 기대하는 심리가 크지만 감염병전문병원의 적절한 역할은 신종감염병의 중증도에 따른 고도격리시설, 중등도 격리시설, 일반격리시설 등을 갖추고 단계별로 적절히 격리하고, 이후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 시설·장비는 예산만 확보하면 갖출 수 있지만, 필요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인력 확보 측면에서 감염병 전문의와 전문 간호사 몇 명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각 신종감염병의 특성과 증상, 기저질환 여부 등 환자의 상태에 따라 여타의 전문의와 중환자 치료 전문인력 등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석구 충남의대 교수는 메르스 발생 당시의 상황 등을 토대로 적절한 고도격리병상, 일반격리병상 등의 규모를 분석한 결과를 소개했다.

이 교수는 "높은 치사율을 가지는 감염병 발생 시 감염병의 감염경로 등에 따라 기존 병원의 시설이나 장비, 인력과는 다른 독립된 고도의 격리 시설과 전문인력이 필요하며, 기능적으로 독립돼 있지 않은 환자후송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인 불명의 감염으로부터 시설이나 인력을 보호하고, 감염 환자들의 접근성을 해결하기 위한 하부감염관리시설과 고도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들을 접촉하고 평가할 수 있는 의뢰시설 필요성과 함께 고도격리병상 내에 임상진단장비나 영상장비, 중환자 관리 장비 등이 배치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감염예방과 시설의 기술적 결함 등에 대비하기 위해 감염병전문병원 당 고도격리병상은 2병상을 1개 단위(Unit)로 2개 단위를 설치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매우 높은 치명률과 감염률을 보이는 에볼라가 발생했던 미국의 경우 4개 병상으로 10명까지 대응이 가능했다는 점도 부연했다.

일반격리병상의 경우는 메르스 발생 당시 최다 입원 환자 수가 136명 있다는 점에서 136병상을 갖추면 감염병 대비에 충분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박형근 제주의대 교수는 감염병전문병원 운영 기본방향으로 예측되는 상황에 대한 철저한 사전 대비, 유연성, 안전성, 예산 독립 등을 제시했다. 더불어, 적절한 인력과 시설·장비를 갖추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재정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에,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진단·치료 넘어 연구·교육, '씽크탱크' 역할까지"

▲ 공청회에 참석한 발제자들과 토론자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의 역할을 감염병 환자의 격리·진단·치료 이외에 감염병 연구와 의료인에 대한 교육 그리고 정부가 감염병 대책을 제대로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데 정보와 대안을 제시하는 '씽크테크' 역할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김우주 고려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 사태 당시 질병관리본부가 대응을 주도했지만, 전문성이 떨어져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만일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을 설립한다면 신종감염병에 대한 격리·진단·치료 이외에도 관련 연구와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 그리고 정부가 신종감염병 사태에 대응하는 정책을 펼치는데 조력자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런 공청회에 올 때면 기시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신종플루 사태 때에도 고도격리병상을 설치하고 일반격리병상을 300병상 이상 설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 해결책이 되고 있다"면서 "이번 만큼은 공청회에서 제안된 내용이 제대로 실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권용진 국립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 역시 "메르스 사태 당시 국립중앙의료원은 환자 치료 이외에 정부의 대응전략 수립에 대해 조력했었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의 기본 역할과 이외에 감염병 대응을 관리하는 센터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석구 교수가 제안한 고도격리병상과 일방격리병상 4+136개소 시나리오는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박형근 교수의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의 적자 예상에 대해서도 동감하며, 적자분에 대해서는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기모란 국제암대학원대학 교수도 감염병 대응으로 인해 발생하는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의 적자에 대해서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기 교수는 "국방부는 연 수십 조의 예산을 사용하지만, 전쟁에 쓰지 않았다고 해서 적자라고 하지 않는다. 진료 안보도 국방안보 못지않게 중요하다"면서 "진료 안보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경제적 효과가 있다. 단순히 진료수익보다 지출이 많다고 적자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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