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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소녀들의 초상, 스티키몽거 <코스믹 걸스>展
우울한 소녀들의 초상, 스티키몽거 <코스믹 걸스>展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6.02.2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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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데이몬데이 갤러리, 3월 27일까지 연장전
▲ 벽 전체 설치작업
서울 송파동 석촌호수변에 위치한 에브리데이몬데이 갤러리에서 3월 27일까지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작가 스티키몽거(박주희)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녀의 한국 첫 개인전으로 미국 뉴욕 활동 4년 여만의 국내 나들이로 독특한 화풍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그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1970년대 분위기를 담은 여자아이다. 단발머리에 커단란 눈망울…. 흑백의 강렬한 모노톤의 그림들은 마치 일본만화 아톰속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온 듯한 여주인공의 모습으로 예쁘장한 소녀임에도 불구하고 스산하고 기괴한 기운을 뿜어내는 아이러니한 캐릭터다.

갤러리는 크게 각종 피규어들을 전시해 놓은 지하 카페와 지상 갤러리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로 연결돼 있는데, 결코 밝아보이 않는 독특한 캐릭터의 그림이 갤러리 지하에 위치한 카페에서부터 시작해 여기저기 캔버스를 특정짓지 않고 벽에 그려져 있다. 아니 붙여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카페의 벽 전면부 혹은 바닥에 붙여진 그녀의 그림은 꽤 큰 스케일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시공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

스티키몽거의 작업과정은 주로 수묵화나 펜화로 그림을 그린 후 디지털작업을 통해 직접 시트커팅기계로 뽑는 공정을 거친다. Sticky vinyl은 그녀가 아날로그 작업의 손맛과 디지털 작업의 용이함, 두 가지 모두를 충족하는 방법을 찾다가 여러가지 시행착오 끝에 얻은 방식이라고 한다.

 

▲ 밤호수, Acrylic, Oil pen, Matt varnish on stretched canvas, 50cm(사진 왼쪽), 모래바람, Oil pen, Satin varnish on stretched canvas, 50cm(사진(오른쪽)

 

마치 목판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들게하는 그녀의 작업은 한국에서 여중·여고를 다녔던 작가 본인의 소녀시절에 대한 인상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그녀가 보냈던 소녀시절의 단상들…. 작가 기억 속 '소녀'들은 규율과 학칙을 바탕으로 단정한 제복(?), 같은 머리스타일을 하고 있어야만 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입시라는 거대한 불안을 온 몸으로 버텨내는 존재들이었다.

결국 '껍데기 같은 제복을 입은 가련한 풍경'으로만 기억되는 유년시절의 그 불안한 기억들은 유감이라 얘기 하는 작가에게 아이러니하게도 작업의 원동력이 된다.

작업에서 많이 보여지는 점들, 줄무늬 같은 패턴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미지들은 제복을 입은 소녀들의 군집에 대한 작가의 관심에서 파생됐다. 그리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그림을 우주적이며 몽환적이고 추상적으로 보이게끔 도와주고 있다.

유니폼을 입고 극도로 통제된 사람보다는 마네킹에 가까운 모습을 한 엘리베이터걸을 통해 억압된 현대인을 표현한 일본 사진작가 야나기 미와, 키신 시노야마의 소녀 사진들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스티키몽거….

그녀는 "이번 전시는 비록 비슷하게 생긴 얼굴에 같은 제복을 입은 소녀들이지만 각자의 내면속에 우주적인 무한한 세계관 혹은 가능성이 있는 소녀들의 이야기들로 풀어보고 싶었다."며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마음을 내비췄다.

갤러리에 걸린 소녀들의 모습은 끝임 없이 통제 받고 남들과 맞춰가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다를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작가는 다소 어두운 이야기 끝에 '코스믹 걸스'가 품고 있는 우주와도 같은 무한한 각자의 잠재력 또한 잊지않고 전하며 마무리 한다. 그것은 그녀가 주는 희망의 메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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