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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포지셔닝

청진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포지셔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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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2.2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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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미 원장(경기 고양·일산서울내과의원)

▲ 김금미 원장

신도시 도로변 주상복합건물의 2층, 주변에 3개의 종합병원이 있고 반경 두세 블록 안에 대여섯 개의 내과의원으로 둘러싸여있는 병원 밀집지역. 내가 개원하고 있는 곳의 현주소이다.

이 곳에서 18년째 개원을 하고 있다. 지어진 지 20년 된 노후한 건물, 엘리베이터는 복도제일 끝에 있어 연세드신 분들은 이용하기도 어려워한다. 들어오는 건물의 입구는 열심히 찾아야 보이도록 숨어 있다. 평범한 내과의사인 내가 이러한 상황에서 그럭저럭 살아남고 있다.

매일 아침 출근해 진료실에 들어서면 그림 한 폭이 나를 맞는다. 작고 어두운 방에서 밖을 우두커니 바라보는 할머니의 뒷모습이다. 그림 속 할머니를 보며, 나는 어떻게 하면 나의 환자들의 마음속에 가장 위로 되고 상담 받고 싶은 의사로 자리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마케팅 컨설턴트 잭 트라우트는 '잠재 고객의 마인드 안에서 하나의 상품이 가치 있는 위치를 확보하기 위한 행동, 고객의 마음 속에 1 위가 되도록 자리잡아가는 행동'을 '포지셔닝'이라고 말했다.

'포지셔닝'은 1972년 <애드버타이징 에이지> 잡지에 연재 기고된 이래 상품을 판매하고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가장 발전된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1915년 등장한 코카콜라는 지난 100년간 콜라 분야에서 세계 1위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

펩시콜라가 펩시 챌린지 광고로 무장하고 코카콜라의 1위 위치를 공략하려 노력했지만 'The Real Thing!'을 자처하며 고객의 마인드 안에 굳건히 자리 잡은 코카콜라의 세계 1위 권좌는 무적이다. 그렇다면 나는 나의 환자들의 마인드 안에 어떤 의사로 포지셔닝 되어 있을까.

나와 나의 병원은 환자에게 어떤 정체성을 지니고 있을까. 나처럼 평범한 의사를 방문하는 환자들은 나에게서 어떤 점이 가장 첫 번째로 마음에 들었으며 무엇을 기대하고 오는 것일까.

포지셔닝의 첫 번째로 나에게서 사고를 시작하는 것이 아닌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로 했다. 환자들은 나에게 '따뜻한 위로를 주는 의사'이기를 바라고, 나의 병원이 '청결하면서 아늑한 병원'이기를 원하고 있었다. 나는 병원의 청소에 더욱 신경을 썼다.

병원 안의 작은 베드들, 검사용 침대와 회복실에 모든 침대들에 따뜻한 전기장판과 포근한 담요를 깔아서 누구나 따뜻하고 깔끔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환자들은 건강검진 후 결과지를 우편발송으로 받아도 무엇을 읽어야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검진 결과지에 꼭 읽어야 하는 부분에는 노란색 형광색으로 표시해 보내드렸다.

우리는 점점 더 복잡한 커뮤니케이션, 정보의 홍수 안에 파묻혀 살고 있지만 우리는 원하는 정보만 얻으려 하고 원하는 대로 사안을 바라본다. 잭 트라우트는 이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내가 상대방의 마인드에 가장 높은 위치를 포지셔닝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마인드 안의 빈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LG 전자는 치열한 노트북 경쟁 속에서 2016년 새해에 들어서자마자 초경량 980그램의 15인치 노트북 PC그램을 내놓았다. LG 노트북은 놀라운 가벼움으로 노트북 시장의 빈틈을 찾았다. 이제 초경량, 기능 대박의 1위 노트북 자리를 선점하고 있다.

나의 내과의원 주위에는 요양병원을 제외하면 2차병원이 없다. 주위에 아파트는 밀집돼 있다. 신우신염이나 폐렴 등으로 대학병원에서 입원할 정도는 아니지만 집중적인 주사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있다.

나는 이러한 환자들이 아침에 와서 치료를 받고 집으로 가는 시스템을 제공해 의료전달체계의 빈틈을 찾고 있다.

고객의 마인드 안에 빈틈을 찾아 업계 1위의 포지셔닝을 하기 위한 노력, 그 모든 과정에는 진실함이 동반돼야 한다. 대형차가 전통적으로 선호됐던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폭스바겐은 'Think Small!'의 기치를 걸고 합리적 실용성을 강조하면서 소형차의 빈틈을 차지했다.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폭스바겐은 엔진출력·연비저하에 문제가 전혀 없는 디젤엔진을 광고했으나 그 디젤엔진 가스배출을 조작해 타 자동차보다 오염물질을 55%나 더 배출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제 고발과 과징금, 거대한 리콜문제에 휩싸이게 됐다.

기업은 고객에게, 의사는 환자에게 그리고 의료계는 국민에게 진솔한 모습으로 그 마인드 안에 높게 자리잡으려 한다. 과학적 질병 치료에서 1위의 포지션을 영원히 자리잡을 것만 같던 의료계이다. 이 상황에서 다른 방향으로 한의학과 대체의학이 국민의 마음속 빈틈을 크게 비집고 들어서려 하고 있다.

현대의학이야말로 코카콜라보다 더욱 선명한 'The Real Thing'임이 분명하지만, 경쟁자들이 노리는 빈틈을 채우고 국민의 마음속 1위의 자리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길이 험난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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