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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적정성평가 첫 설명회, 요양기관 '뿔'났다

심평원 적정성평가 첫 설명회, 요양기관 '뿔'났다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6.02.1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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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현실 외면한 채 요양기관에만 책임 떠넘겨 원성
과도한 자료제출 체감, 심평원 "쉽다"고만 해 '빈축'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올해 첫 요양급여 적정성평가 설명회가 18일 서울 aT센터 그랜드홀에서 열렸다. 병원 평판과 직결되는 만큼 올해 바뀌는 주요 지표를 알기 위해 빈 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았던 설명회. 그러나 심평원은 '적정성평가가 의료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건 물론 요양기관에 무리한 책임을 지운다'는 비난만 뒤집어썼다.

심평원은 위암 1차 적정성평가 당시 수술영역에 해당하는 '내시경절제술 후 추가 위 절제술 실시율 지표와 관련,'환자가 외과적 수술을 거부하거나 추가 내시경절제술 또는 내시경만 시행할 경우' 점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A요양기관 관계자가 "요양기관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수술을 거부했을 때도 요양기관이 책임져야 하는가"라 질문하자 이규덕 심평원 평가위원은 "수술이 꼭 필요하다면 끝까지 환자를 설득해야 한다"는 입장만 되풀이해 참석자들의 아우성이 빗발쳤다.

"그건 아니다. 필요해서 권해도 안 한다는 환자가 많다"는 원성이 쏟아지자 이 평가위원은 "동의한다.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환자를 지속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대답만 반복, 참석자들로부터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쓴소리를 들었다. 

▲ 이규덕 심평원 평가위원장.
잇따른 비난에 이 평가위원은 "환자의 거부 의사와 이에 대한 병원의 노력을 어떻게 평가할지 요양기관들이 참여하는 자문단과 함께 의논해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요양기관의 반발은 거셌다.

이날 참석한 B요양기관 관계자는 "요즘 환자들은 이전과 달리 삶에 주도적이다. 인터넷을 통해 수술을 받으면 어디까지 회복되는지에 대한 정보도 많이 안다. 의료지식이 없어 의사에게만 의존하던 예전과는 완전히 다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수술한다고 장기를 원래대로 100% 복구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단지 수명 연장의 개념일 뿐이므로 수술은 환자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C요양기관 관계자는 "환자에게 수술을 얼마나 권해야 할지가 최근 요양기관의 이슈인 건 맞다. 환자와 보호자간 의견이 다를 때도 많은 고민에 빠진다"라며 무조건적인 수술 권유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의료지식이 없는 환자에겐 여러 방법을 알려주지만 환자가 수술의 장단점을 충분히 숙지한 상황에서 수술을 거부할 경우 그만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심평원의 방침은 이상과 현실간의 괴리"라 비판하며 "환자가 수술을 거부하는 경우는 보통 암 말기인 때다. 말기가 아니라면 우리도 적극적으로 권한다. 그러나 말기 환자가 수술을 거부할 때는 요양기관도 환자의 의견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결국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 권유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 스스로 판단해 수술을 거부했을 경우 이를 새롭게 평가할 지표의 도입이 절실해 보인다는 것이다.

자료제출 충돌...심평원 "별 거 아닌데?"vs 요양기관 "직접 해보든가"
심평원이 요양기관의 자료제출을 너무나 당연시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료제출에 소요되는 인력과 시간은 고려하지 않는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것.

D요양기관 관계자는 올해 변경된 폐렴 조사표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환자 혈압과 호흡 등 5개 항목을 기입하도록 된 CURB-65(폐렴 입원초기 중증도 판정도구)를 들며 "간호사들이 일일히 다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의사가 기록되는 것만이 평가에 반영된다"며 "점수가 인정되지도 않는데 심평원은 사망률이나 중증도 보정에 자료를 활용하기 위해 제출하라고 하는 것"이라 비난했다.

이어 "조사표 항목을 기록하려면 전자의무기록(EMR)을 다 뒤져야 한다. 전산으로 자동 입력되는 게 아닌 이상 환자마다 별도의 엑셀파일을 만들어 저장해야 하는데 심평원은 이를 너무 쉬운 일이라고만 말한다"고 했다.

요양원은 폐렴 적정성평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요양원에서 폐렴으로 내원했을 경우 해당 요양원의 전화번호를 기록해달라는 심평원의 요구에도 '무리'라는 입장을 밝혔다. 

E요양기관 관계자는 "요양원에서 온 환자들은 소견서가 없는 경우도 많고 대부분 고령이라 보호자에게 연락해 확인해야 한다. 또 요양원은 이름이 비슷한 데다가 이 환자가 정말 해당 요양원에서 온 게 맞는지 확인해야 해 일이 이중삼중으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특히 "적정성평가가 잘 된 요양기관의 질 향상을 높이기 위해서 심평원이 어떻게 도와주겠다는 내용은 없고, 병원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어려운 일도 아닌데 왜 그러느냐'는 입장만 되풀이 한다"며 "심평원이 병원의 자료제출을 너무 당연하게 이야기한다. 이는 어제오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며 불쾌함을 표시했다.

이러한 지적에 이규덕 평가위원장은 "CURB-65 지표는 65세 이상 여부, 맥박, 호흡 수, 의식 여부, 피검사 결과의 5개 항목에 불과하다. 또 조사표는 환자가 입원했을 때 한 번 작성하는 것이라 그렇게 힘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요양원 관련 불만에 대해서도 "폐렴 적정성평가 대상에서 요양병원 환자는 제외된다. 병원이 낮은 평가를 받을 것 같아 환자를 요양원에서 왔다고 뺄 수도 있다. 진짜 요양원에서 왔는지 알기 위한 확인절차라 권유했을 뿐 의무는 아니다. 다만 가능하면 작성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요양기관과 심평원간의 인식 차이를 좁히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참석한 요양기관 관계자들은 "올해 변경된 평가기준에 대해 알게 된 점은 유익했다"고 답변했다. 심평원은 '2015년도 위암·폐암·폐렴·만성폐쇄성폐질환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 요양기관 설명회'를 18일 서울 aT센터에서 첫 개최했다. 이번 설명회는 총 3번에 걸쳐 열려, 22일 대구 경북디자인센터 컨벤션홀, 23일 광주 광주역사 무등산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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