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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메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특별기획 메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02.1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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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우울증 28%·PTSD 8%…심리치료 지원 필요
본지-신경정신의학회 메르스 진료의사 설문

지난해 5월 우리나라 전역을 휩쓸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가 종식되고 공포감이 차츰 사라지고 있지만, 메르스 환자를 진료했던 의사들은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PTSD) 증상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협신문>이 지난해 11월 17일부터 12월 15일까지 약 2개월 동안 실시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메르스 환자를 진료했던 의사 28%가 우울증상을 보였고, 8%는 외상후스트레스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고려대 안산병원이 발간한 <4.16 세월호 침몰사고 백서>에서 안산지역 주민 10명 중 1명(11.8%)이 우울증 증세를 보인 것에 비하면 메르스 사태가 의사들에게 얼마나 큰 충격을 줬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안산지역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와 특정 집단인 의사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우울증 조사를 직접 비교하기는 무리가 따르지만 자신이 메르스에 감염될 수도 있다는 위험한 상황에서 환자를 진료했던 의사들의 고충이 컸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또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를 유발하는 외상적 사건은 충격적이거나 두려운 사건을 당하거나 목격하는 것을 말하는데, 보건복지부와 대한의학회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일생 중 남자는 60%, 여자는 50% 정도 이러한 외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을 한 모든 사람이 외상후스트레스 장애가 생기는 것은 아니며, 사건을 경험한 여자의 20%, 남자의 경우 8%가 외상후스트레스 장애가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단일 사건으로 외상후스트레스가 8%로 나온 것은 메르스 사태의 한 가운데서 진료에 임했던 의사들에게 얼마나 충격적이고 두려운 사건으로 다가왔는지를 방증한다.

지난 2015년 5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발생한 이후 정부는 후속조치로 진료의뢰·회송 시범사업 실시를 통해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메르스 사태로 피해를 입은 의료기관에 1700억원이 넘는 재정을 지원했으며, 병문안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환자들이 무조건 대형병원 응급실을 이용하는 문화도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메르스 사태 발생 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묻기 위해 의사출신 장관으로 교체하고, 감사원은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징계를 권고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메르스 사태 때 진료현장에서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땀을 흘린 의료진에 대한 지원방안은 찾을 수 없어 아쉬움이 크다.

<의협신문>은 지난 2015년 11월 16일 '의협 창립 특집호'에서 의사 회원 687명을 대상으로 메르스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설문조사에서는 현직에 몸담고 있는 의사들이 2015년 5월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을 때 개인적으로 어떤 심리적 상태를 겪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의사들 66.5%가 두려움과 공포를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의협신문>은 일반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그치지 않고 메르스가 발생한 의료기관에서 근무한 의사 및 메르스 환자를 직접 진료한 경험이 있는 의사들의 심리적 상태를 심층적으로 알아보기 위한 설문조사를 다시 한번 실시했다.

우울증 정도를 알아보기 위한 설문조사에서는 공신력 있는 우울증 척도검사를 사용했다. 총 64명의 의사들이 설문에 참여한 가운데 28%가 우울증상을 보였다. 8%는 외상후스트레스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유의 메르스 사태로 인해 의료진의 심리적·정신적 고통이 컸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메르스 심층 설문조사는 이소희 과장(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이 대한신경정신의학회를 대표해 참여했다. 우울증 척도검사에 도움을 주고, 결과 해석에 자문을 아끼지 않았다.

메르스 심층 설문조사 결과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에서 근무한 의사들이 평균 보다 더 우울하고 외상후스트레스 증상이 높았는데, 정부는 병원이 손실을 입은 부분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의사들이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를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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