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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이종욱 박사 WHO 사무총장 당선
[집중취재] 이종욱 박사 WHO 사무총장 당선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3.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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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O 사무총장 당선 의미
유엔산하 전문국제기구에 한국인이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한상태(75) 박사가 WHO 서태평양지역 사무처장(1989∼1999)을 역임한 적은 있으나 WHO 산하 6개 지역본부 가운데 하나였고, 유엔 산하 국제기구의 선출직 수장에 뽑힌 것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인 것이다.

WHO 가입 당시 국제기구와 선진국들로부터 원조를 받아야 할 정도로 가난한 나라였던 한국은 1970년대 눈부신 경제발전을 토대로 성장을 거듭, 경제규모에서 세계 12위권으로 도약했다. 국제사회는 88 서울올림픽에 이어 2002 한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한국의 저력을 인정하고 있다.

이 박사의 당선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달라진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이 박사의 당선을 계기로 한국은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도움을 주는 국가로 새로운 자리매김을 해야 만 한다. 국제 보건분야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만큼 책임도 그에 비례에 커질 수 밖에 없다.

한국의 WHO 정규 분담금 규모는 2002년의 경우 417만 달러로 192개 회원국 중 17번째를 차지했다. 서태평양 국가 중에서는 일본, 호주에 이어 3번째 분담국이라고 한다. 한국은 정규 분담금 이외에 북한을 비롯한 말라리아 발생국에 퇴치사업비와 의약품 및 장비를 지원한 바 있으며, 금연사업 지원금을 내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분담금 규모도 사무총장 소속국가의 위상에 걸맞게 지금보다 더욱 늘어나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북한 보건의료분야 지원 역시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 박사는 지난 2001년 현 그로 하를렘 부룬틀란트 사무총장의 북한 방문을 수행한데 이어 2002년 8월에도 방북, 결핵퇴치사업에 남다른 관심과 지원활동을 펴왔다.

WHO의 지원계획과 한국의 대북정책 기조가 같은 방향성을 갖고 있는 만큼 북한의 보건인프라 구축 및 질병퇴치사업에 대한 기술적, 물적 지원이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남북 교류협력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박사의 당선으로 국내 산업기술의 발전과정에서 다소 뒤쳐진 생명과학, 백신, 제약산업의 새로운 도약도 기대되고 있다. 결핵,말라리아를 비롯한 각종 질병 치료제와 예방 백신의 개발과 공급시 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생산 백신 및 의약품의 국제적 인증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가 선행된다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길이 그만큼 넓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더 나아가 WHO를 포함한 국제기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남으로써 유능한 인력이 국제기구에 더욱 많이 진출, 세계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도 새로운 책임감과 부담을 떠 안게 되는 측면도 있다. 국제기구 수장 배출국의 위상에 걸맞는 국제 분담금 증액 문제를 먼저 꼽을 수 있다. 여기에 WHO라는 기구의 특성상 한국의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으므로 세계보건의료 수준에 걸 맞는 정책, 제도, 예산 등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세계보건기구를 이끌어 가는 수장 국가의 위상에 걸맞는 보건,의료의 위상과 수준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먼저 보건의료 예산을 선진국 수준으로 상향조정하는 작업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종욱박사선거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유근영 교수(서울의대 예방의학)는 "이 박사의 당선으로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엄청나게 달라질 것"이라며 "보건의료계가 도약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유 교수는 "이 박사가 사무총장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조직적인 후원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며 "WHO 사무총장을 10년 동안 역임한 나까지마 전 사무총장 재임시 일본정부는 체계적으로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이종욱 박사를 말한다
공과대학을 거쳐 다른 동기들보다 다섯 살이나 많은 나이에 서울의대에 다시 입학한 이 박사는 동기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한 대신 사회봉사에 일찍 눈을 떴다. 대학시절 내내 경기도 안양 나자로마을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의료봉사를 했던 이 박사는 졸업 후 3년간 춘천의료원 봉직의사를 끝으로 해외무대로 눈을 돌렸다.

미국 하와이대에서 공중보건학 석사과정을 마친 이 박사는 1983년 남태평양 피지에서 남태평양 한센병 관리 책임자로 WHO 근무를 시작하면서 가난하고 소외된 지구촌 가족들을 위한 외길 인생을 내달렸다. 서태평양 지역사무처 질병관리국장(1993∼1994)을 거쳐, 1994년 WHO본부 예방백신사업국장 및 세계 아동백신운동 사무국장을 역임(1994∼1998)했다.

1995년 백신사업국장 재직당시 소아마비 유병률을 세계인구 1만명당 1명 이하로 떨어뜨리는 성과를 거두자 'Scientific American'은 이 박사를 '백신의 황제'(Vaccine Czar)라고 높이 평가했다. 지구촌에서 사실상 소아마비가 박별됐음을 선언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셈이다. 1997년 유명한 테니스 스타인 마르티나 힝기스로부터 7만5천달러의 백신연구기금을 끌어내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1998년 현 부룬틀란트 사무총장 취임 이후 수석 정책보좌관과 WHO 정보기술 담당관 등 핵심 부서를 두루 거쳐 2000년 결핵,에이즈,말라리아 등을 전담하는 결핵관리국장으로 임명돼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가난과 질병과의 전쟁에 앞장서 왔다.

지난해 9월 사무총장 출마결심을 굳히고 난 직후 언론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박사는 "88올림픽, 2002월드컵 유치와 4강 신화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의 결과물"이라며 "WHO사무총장 선거에 도전하는 것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관련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학졸업 후 평범한 의사의 길을 접고 훌쩍 하와이로 날아간 것부터 WHO에 진출, 세계의 빈국과 오지를 넘나들며 아프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팔을 벌렸던 것도 불굴의 도전정신과 맥이 닿아 있다.
 
■ 사무총장 선거 이모저모
"꿈이 현실화됐습니다. 정말 잘 된 일입니다."
권이혁 전 복지부장관(성균관대 이사장)은 이 박사로부터 사무총장 당선소식을 직접 전해듣고 "전면에 나서 큰 도움을 주지도 못했는데 내일처럼 너무나 기쁘고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권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22일 발족한 이종욱박사선거후원회장을 맡아 국내 보건의료계의 힘을 한 데 모으는 일에 힘을 쏟았다. 후원회 간사를 맡은 유근영 교수(서울의대 예방의학)는 한국의학원의 도움 속에 후원금 관리를 비롯 궂은 일을 도맡는 한편 민간단체의 후원을 이끌어 내는데 앞장섰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15일 이 박사를 사무총장 후보로 공식 추천하고 외교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민간단체의 지원 분위기도 무르익기 시작했다. 이 박사는 10월 24일 대한의사협회를 방문, 신상진 회장과 만나 WHO 사무총장 출마의사를 밝히고 협조방법을 모색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계는 지난해 11월 22일 '이종욱 박사 선거위원회'를 결성, 이 박사 후원에 합심했고,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한국제약협회 등 의료계 각 단체도 잇따라 후원회를 열어 후원금 모금에 적극 팔을 걷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외교통상부의 협조아래 이 박사를 지원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시켰다. 김성호 복지부 장관은 미얀마,중국,브라질,일본 등 WHO 집행이사국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으며, 신언항 복지부 차관,이기호 청와대 경제특보,문경태 복지부 기획관리실장,엄영진 WHO 집행이사(한국대표),신영수 심사평가원장도 10여개 집행이사국을 분담해 방문 외교를 펼쳤다.

외교당국은 여수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정의용 주 제네바 대사를 통해 외교여력을 WHO 사무총장 선거에 집중시키며 힘을 보탰다. 이번 최종선거의 최대 승부처였던 5, 6차 투표에서 잇따라 동점이 나오자 미국측 집행이사가 영국측 집행이사를 설득, 결정적인 한 표를 행사하도록 치열한 외교전을 펼쳤다는 후문도 이와 무관치 않다.
 
■ WHO 개요
1948년 4월 7일 WHO 헌장 발효(세계보건의 날로 지정됨)와 함께 창설된 WHO는 유엔의 50여개 전문기구 중 가장 규모가 크다. 192개 회원국에 전체직원이 5,000여명에 이르며, 연간 집행예산이 22억 달러(약 2조 6,400억원)에 달하는 세계 3대 민간기구다.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으며, 지역본부는 서태평양(마닐라), 동남 및 남부아시아(뉴델리), 아프리카(브라자빌), 중동(카이로), 아메리카(워싱턴DC), 유럽(코펜하겐) 등 6개가 있다. 한국은 지난 1949년 8월 17일 가입했다. 한국은 서태평양지역에, 북한은 동남 및 남부아시아지역 소속으로 분류돼 있다.

WHO의 목적은 모든 사람들이 가능한 최상의 건강수준에 도달하는데 있으며, ▲국제보건의료사업의 지도,조정,연구 ▲각국의 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재정지원, 기술훈련 및 자문활동 ▲각종 질병퇴치 사업 및 보건관계단체간의 협력 증진 등의 기능을 도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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