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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의사들 "큰일 날 소리"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의사들 "큰일 날 소리"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6.01.2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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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의사회 "피임율 과신, 무분별 남용 우려"
내성 커지면 피임 실패 증가...낙태 등 사회 문제도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하려는 움직임이 또 다시 일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여부를 올해 상반기 안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5일 긴급 성명을 내어 "응급피임약은 의사 처방 및 복약지도에 따라 복용해야하는 전문의약품"이라며 "일반의약품 전환은 피임약 복용률이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지고 피임 및 성에 대한 바른 인식이 정착된 후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의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선 응급피임약이 '사후 피임약'으로 잘못 인식돼 이미 오남용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일반 피임약 처방 건수는 최근 5년간 3.36배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동안 응급피임약 처방 건수는 4.52배나 늘어났다. 응급피임약 처방건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은 응급피임약이 반드시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어야 한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응급피임약의 효과에 대한 과신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산의회에 따르면 응급피임약을 제대로 복용해도 100명 중 5~42명 임신될 수 있다. 응급피임약의 평균 피임률 85%는 콘돔 75%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며, 미레나나 루프 등 여성용 피임시스템의 평균 99%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산의회는 "응급피임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응급피임약의 피임효과를 높이자는 주장 자체는 응급피임약의 피임효과가 상당히 낮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응급 피임약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되면 TV 광고가 가능해진다. 이로 인한 젊은 여성들의 남용이 예상된다. 산의회는 "응급피임약이 TV광고에 제한 없이 노출되면 응급피임약을 거부감 없이 자주 복용하게 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응급피임약을 반복적으로 복용하면 호르몬 내성 또한 커져 피임효과는 더욱 감소하게 된다. 피임실패율이 급증하는 최악의 상태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를 무조건 따라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외국의 경우 먹는 피임약의 복용률이 14.3~42.6%에 달하고 응급피임약은 응급시에만 복용한다는 인식이 이미 자리잡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먹는 피임약 복용률이 2.8%에 불과하다는 것.

산의회는 "피임률이 높은 영국· 스웨덴·노르웨이·미국 등에서조차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후 원하지 않는 임신이나 낙태율은 줄어들지 않는 반면, 응급피임약 판매 및 성감염성 질환만 폭발적으로 증가한 사례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의사의 처방 없이 응급피임약을 복용하 수 있도록 허용할 경우 계획적 피임 실천율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고, 이로 인한 불법 낙태 증가, 아동 복지의 저하 등 사회적·윤리적 문제도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의회는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영아 살해, 영아 유기, 아동 학대 등의 사건에서 보듯 자녀를 건강하게 양육할 준비가 돼있지 않은 상태에서 부모가 되는 것은 장차 우리나라의 주역이 될 아동의 발달과 복지·인권이 훼손될 우려를 높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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