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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과연 착하기만 한 암일까?
갑상선암, 과연 착하기만 한 암일까?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01.2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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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발견 늦으면 치료 성적 나빠 조기치료로 생존율 높여야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낮은 병기에서 조기치료 강조

윤정한 회장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가 착한 암으로 알려진 갑상선암도 늦게 발견될수록 치료성적이 나쁘기 때문에 낮은 병기에서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는 22일 오후 3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갑상선암의 올바른 이해'를 주제로 간담회를 열고 갑상선암에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과, 치료를 언제,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갑상선은 목의 전면에 위치해 나비 모양을 한 장기로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하고 저장하는 기능을 한다. 나비모양의 양 끝을 좌엽과 우엽으로 부르고, 그 사이를 잇는 부위를 협부로 부른다.

갑상선암은 갑상선에 발생한 암을 총칭해 부르며, 조직학적 모양, 암의 기원세포 및 분화 정도에 따라 유두암·여포암·수질암·역형성암(미분화암)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 받지 않으면 전이·재발 높아
2013년 국가암정보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암 중 갑상선암이 가장 많이 발생한 암(18.9%)으로 알려졌다.

갑상선암은 대개 착한 암으로 불린다. 갑상선암 중 80∼95%에 해당하는 분화갑상선암은 예후가 양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회 전문가들은 착하기만 하지는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기욱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홍보이사는 "갑상선암의 경우 평균 발생 연령이 40∼50대로, 다른 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발병하기 때문에 환자들에게는 5년 생존율 수치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착한 암으로 인식돼 온 갑상선암도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전이 및 재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고, 암의 위치나 성격에 따라 치명적인 경우가 있어 전문의와 상의 하에 수술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착한 암-병기 높아질수록 치료 어렵긴 마찬가지
갑상선암도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병기가 높아질수록 생존율이 낮아진다.

2010년 미국암협회(ACS)에서 발표한 병기에 따른 5년 생존율을 살펴보면, 갑상선 유두암의 경우 1, 2기는 100%이지만, 3기에서는 93%로 낮아지고 4기에서는 51%까지 떨어진다.

갑상선 여포암의 경우 1, 2기는 마찬가지로 100%이지만 3기의 경우 75%에 불과하며, 4기는 50%까지 떨어진다.

갑상선암 중에 치료 예후가 가장 좋지 않은 수질암의 경우 1기는 100%에 가깝지만 2기는 98%, 3기는 81%이며, 4기의 경우 28% 수준이다. 암이 늦게 발견될수록 치료성적이 나쁜 것.

특히 림프절 전이나 원격전이가 있을 경우에는 생존율이 더욱 떨어진다. 암의 국제임상병기분류인 TNM에 따라 갑상선암의 병기를 구분하기도 하는데, 종양의 크기가 클수록 T의 뒤에 붙은 숫자가 커지고, 림프절 전이가 있을 때 N을, 원격전이가 있을 때 M으로 표기한다.

미국내분비학회 저널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림프절 전이나 원격전이가 없는 T3M0에서 5년 생존율은 98.2%, 10년 생존율의 경우 97.1%로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전신 전이가 있는 M1의 경우 5년 생존율이 59.2%, 10년 생존율이 39.9%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장항석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학술이사는 "갑상선암은 낮은 병기에서 조기에 치료하는 경우 생존율이 우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갑상선암 수술 여부 결정에 있어서 암의 크기 뿐만 아니라 N 또는 M과 같이 전이를 비롯해 암의 치료 경과와 예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인들이 다각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항석 학술이사가 낮은 병기에서 조기에 치료하면 생존율이 우수하다고 발표하고 있다.
▶국내 갑상선암 수술 및 치료 수준 우수
우리나라 갑상선암의 5년 생존율은 미국·캐나다·일본 등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우수한 국내 갑상선암 수술 및 치료 수준도 우리나라 갑상선암 생존율을 높이는데 있어서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은 년간 100례 이상의 수술을 하는 내분비외과의사의 갑상선암 전절제술 후 일시적인 합병증 발생률은 10∼2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반면 반면 우리나라는 미국의 절반 수준인 5∼10% 정도이고, 영구적인 합병증 발생률은 0.03∼0.5%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윤정한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장은 "암을 조기에 발견해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수술이 필요할 경우 시행함으로써, 수술범위를 줄이고 이를 통해 수술로 인한 합병증 발생을 감소시키는 등 갑상선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갑상선암 환자의 건강과 안위"라고 말했다.

▶2015년 발표된 ATA 가이드라인 무슨 내용?
최근 여러 논쟁 속에 미국갑상선협회(ATA) 가이드라인이 2014년 잡은 초안을 그대로 2015년에 확정 발표하게 됐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미세갑상선암의 치료 예후에 대한 논쟁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5년 ATA 가이드라인이 개정 전인 2009년 버전과 비교해 가장 많은 변화를 보인 부분은 갑상선 전절제 적응증 부분이다.

종양의 크기가 장경 4cm를 초과하거나, 육안적으로 피막 외 침윤이 있거나, 임상적으로 림프절 전이나 원격전이를 보이는 경우에는 반드시 갑상선 전절제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 다른 위험요소가 없다면 갑상선 미세암은 원칙적으로 반절제를 권고했다.

반면 크기가 1cm에서 4cm 사이며 림프절전이가 없고 피막침윤이 없는 경우에는 전절제와 반절제가 모두 가능한 것으로 권고하고 있다.

박진우 진료권고안 제정위원회 위원장
세침흡인세포검사(FNA)의 적응증도 축소됐다. 초음파 검사에서 암을 의심하는 상당한 증거가 있고, 결절의 최대 장경이 1cm를 넘는 경우에만 세침흡인세포검사를 강력 권고하고 있어 0.5cm 이상이었던 2009년 가이드라인에 비해 강도가 훨씬 낮아졌다.

이처럼 ATA 가이드라인에서 전절제술의 적응증이 축소된 부분은 수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비율과 환자들의 삶의 질 저하가 고려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세침흡인세포검사의 적응증이 축소된 부분도 최근 미세유두암의 우수한 치료성적과, 우리나라와 달리 상대적으로 매우 비싼 미국의 의료비용 등이 반영됐다.

실제 ATA 권고안에서도 미국에서 갑상선암을 진단 받은 경우 일반인에 비해 개인 파산의 가능성이 수 배나 증가하는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국내 갑상선암 치료 가이드라인 곧 나온다
그러나 ATA 가이드라인과 관련 학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갑상선암 종양 크기가 0.5cm 이하인 미세 갑상선암이라도 가족력이나 방사선 노출 여부, 종양의 위치에 따라 조직검사와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지난해 11월 개최된 제1회 아태평양 갑상선학회에서도 1cm 이하의 작은 암일지라도 종양이 신경에 가까이 붙어있거나, 임파선 전이 등이 있는 경우에는 전문의 판단에 따라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에 세계 석학들의 의견이 모아진 바 있다.

단순히 암의 크기가 아닌 위치나 성격에 따라 전문의와 상의 하에 수술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

가이드라인의 내용도 국가마다 다르다. 2013 독일 GAES 가이드라인에서는 크기에 제한 없이 모든 결절에서 세침흡인세포검사를 권고한다. 또 2012 유럽 ESMO 가이드라인에서는 1cm 이상부터 갑상선전절제술을 권고하고 있다.

박진우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진료권고안 제정위원회 위원장은 "갑상선암 치료에 드는 국내 의료비용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음을 고려한다면 검사와 수술에 있어 환자 개인의 선택이 존중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에서도 지난 10여년 간 축적된 임상경험을 반영한 치료지침을 마련 중이며, 현재 이를 위해 학계 의견을 최종 수렴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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