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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증질환으로 상급병원가면 진료비 3~4배↑
경증질환으로 상급병원가면 진료비 3~4배↑
  • 고수진 기자 sj9270@doctorsnews.co.kr
  • 승인 2016.01.2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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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염 등 단순 소화기계 질환, 상급병원 6만...의원 1만 5000원
"종별 기능 강화...수가 개선으로 의료전달체계 확립해야"

동네의원에서 외래진료로 해결할 수 있는 경증질환인데도 불구하고 병원급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진료비가 3~4배이상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에서 경증환자를 동네의원으로 회송하는 비율도 0.12%에 불과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등을 분석해 의료기관 종별 52개 경증질환에 대한 내원일당 진료비를 확인해 본 결과, 2014년 기준으로 상급종합병원의 경증질환 환자수는 40만 8729명, 종합병원 150만 4511명, 병원 158만 7698명으로 파악됐다. 경증환자의 병원급 이용 비율은 14%로 조사됐다.

▲ 의료기관 종별 52개 경증질환에 대한 내원일당 진료비 (2014년 기준)

52개 경증질환의 내원일당 진료비 평균은 동네의원이 1만 5622원인데 반해, 상급종합병원은 4만 6850원으로 3배 이상 높았다. 종합병원은 3만 4543원으로 2.2배 높게 조사됐다.

주요 상병의 내원일당 진료비를 비교해보면, 고혈압의 내원일당 진료비는 의원이 1만 4650원이며, 종합병원은 2만 7925원·상급종합병원 3만 3706원으로 각각 의원의 1.9배, 2.3배 비쌌다.

당뇨병도 의원은 1만 8168원·종합병원 3만 9191원·상급종합병원 4만 8033원으로, 의원보다 1.2배·2.6배 이상의 수준을 보였다.

소화불량이나 위염 등 단순 소화기계 질환의 경우에는 상급종합병원(6만 1862원)과 종합병원(4만 1574원)의 내원일당 진료비가 의원(1만 6576원)에 비해 3~4배로 나타났다.

▲ 주요 경증 상병의 내원일당 진료비 비교 (2014년 기준)

외래 다빈도 상병 분포를 보더라도, 상급종합병원은 암·당뇨·고혈압·감기·협심증을 가장 많이 진료했으며, 경증질환의 내원 일수 점유율은 10.4%에 달했다.

종합병원과 병원에서는 감기를 가장 많이 진료하는 질병으로 꼽았으며, 경증질환 내원 일수는 각각 17.8%, 18.6%로 집계됐다. 의원의 경우에는 경증질환 내원 일수 점유율이 28.8%로, 종합병원과 병원보다 10%정도 만 차이를 보였다.

경증환자를 상급종합병원에서 동네의원으로 회송하는 비율은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최근 10년간 88만 2471명의 52개 경증질환자 중 회송수가를 청구해 동네의원으로 회송한 환자는 1397명, 0.12%에 불과했다. 650명의 외래 경증질환자 중 1명 꼴로 동네의원으로 회송하고 있는 실정이다.

빅4로 불리는 병원은 삼성서울병원은 6만 3872명의 외래 경증질환자 중 510명(0.8%)을 회송했으며, 서울아산병원은 5만 1249명 중 21명(0.04)%, 서울대병원은 4만 4945명 중 7명(0.02)%, 세브란스병원은 5만 568명 중 10명(0.02)%를 회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43개 상급종합병원 중에서 단 한명의 환자도 동네의원으로 회송하지 않은 병원도 18개소에 달했다.

그렇다면 병원에서 진료하는 52개 경증 질환의 외래진료를 동네의원이 담당하게 되면 얼마의 진료비가 절약될 수 있을까.

52개 경증 질환의 동네의원 진료 확대를 통한 진료비 지출 절감액을 파악한 결과, 총 1482억원의 진료비 지출이 절감됐다. 종별로 보면, 상급종합병원은 37억원·종합병원 75억원·병언 34억원 등의 절감액을 보였다.

이런 의료전달체계의 문제는 대형병원의 공격적인 외래 확장을 들 수 있다. 대형병원의 외래 확장은 외래 수입을 증가하고, 신규 입원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이는 물량 위주의 생존경쟁 하에서는 대형병원도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동네의원과 역할이 중복되는 중소형 병원의 과잉공급을 꼽을 수 있다. 2000~2014년 사이에 늘어난 병상 수는 18만 4272병상, 이 중 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71.2%였다. 병상 공급 과잉 상태로 접어든 2000년대 이후의 병상 공급은 동네의원과 기능이 중복되는 중소형 병원이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2009년부터 2014년 사이의 의원급 의료기관의 외래 내원일수는 0.8% 감소했으나, 300병상 미만 병원급 의료기관의 외래 내원일수 증가율은 13.1%로 증가하고 있다.

종별 기능 강화...수가 개선이 '해답'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서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종별 기능 강화와 협력을 위해 각종 보상체계를 수립하고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의협의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개선과제'에 따르면, 상급병원의 경우 고난이도 중증질환 입원 위주로 역할을 재정립 하기 위해 입원 및 중증질환 진료수가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상급병원이 의원급에서 다루는 질환을 진료한 경우, 종별가산율을 하향조정하고, 반면 고난이도·중증질환 입원 위주의 상급병원 종별가산율을 상향 조정한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1차의료 활성화를 위해서 동네의원의 초진 외래관리료를 재진 수준으로 상향 조정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과별 협력을 위해서는 진료의뢰 수가를 신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초기의 노력들이 실패했다"며 "이런 현상이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의료체계 전반에 더 큰 문제로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의료기관 종별에 있어 그 기능과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며 "각 의료기관이 각각의 기능과 역할에 집중하고 효율적인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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