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대표의 골밀도 측정...전문가 눈엔 '코메디'
한의사 대표의 골밀도 측정...전문가 눈엔 '코메디'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6.01.14 05:5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규현 대한골대사학회장 "A부터 Z까지 잘못됐다"
젊은 환자 T값 아닌 Z값 봐야 "기초 지식 조차 없어"
▲양규현 대한골대사학회 회장이 최근 한의사협회장의 골밀도측정 공개시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의사협회장의 골밀도측정기 공개 시연을 두고 '엉터리 오진'이라는 의학계의 비판이 제기되자 김필건 한의협회장은 '악의적 공격'이라며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해명에서 조차 무엇이 잘못됐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지난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한의사도 현대의료기기를 잘 사용할 수 있다"며 골밀도측정기로 29세 남성의 골밀도를 즉석에서 측정했다. 그는 측정기 출력값이 'T-score -4.41'이 나왔다며 '골감소증'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T값이 마이너스 4.4 정도면 매우 심각한 골다공증이라며 김 회장의 진단을 '오진'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김 회장은 같은 날 저녁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검사 장비 하나만으로는 확진을 할 수 없으므로 다른 검사를 병행해 확진해야 한다고 얘기한 것을 (의료계가) 악의적으로 해석해서 나를 공격하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의학계는 김 회장이 아직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 알고 있는지 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골밀도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 마저 없다는 것이다.

양규현 대한골대사학회 회장(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은 13일 대한의사협회 기자회견 석상에 나와 한의협회장의 골밀도 측정의 문제점을 낱낱이 지적했다.

우선 측정 부위 부터 잘못됐다는게 양 회장의 설명이다. 김필건 한의협회장은 공개 시연에서 '아킬레스건을 중심으로 한 발목 쪽'의 골밀도를 측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양 회장은 "어디를 측정하는지 정확히 모르고 했다는 말과 같다"고 꼬집었다. 발을 대상으로 골밀도 검사를 한다면 발목이 아닌 발 뒷꿈치 뼈인 종골(calcaneus)을 검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사 자체가 오류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다. 20대 남성의 T-score, Z-score가 각각 -4.41과 -4.30이라면 하위 0.05%에 해당한다는 것. 양 회장은 "-4.4 정도면 85~90세 할머니 중에서도 건강이 좋지 않은 환자에게서나 나올 수 있는 값"이라며 "엉뚱한 곳에 젤을 잔뜩 발라놓고 측정해 말이 안되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31세 남성 환자의 골밀도측정 결과. T-score를 적용하면 골다공증이지만 Z-score에 따르면 골감소증이다. 50세 미만 환자는 Z-score로 골밀도를 진단한다. 

무엇보다 김필건 한의협회장은 골밀도측정값을 해석하는 기본 방법 조차 모르고 있다는게 양 회장의 지적이다. 양 회장에 따르면 T-score는 50대 여성의 골밀도 평균값을 참값으로 가져온 것이므로 20대 남성의 골밀도 측정값은 T-score가 아닌 Z-score를 보아야 한다.

양 회장은 31세 남성의 골밀도측정 결과를 예로 들었다. 골다공증 진단기준에 따르면 T-score -2.5를 기준으로 '골감소증'과 '골다공증'이 나뉜다. 이 남성의 경우 T-score(-2.7)를 보면 골다공증이지만, Z-score(-2.4)에 따르면 골감소증에 해당한다. 어떤 수치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진단명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다.

양 회장은 "김필건 한의협회장의 골밀도 진단 방법과 부위, 처치 내용, 결과 값 해석 등 A부터 Z까지 모두 틀렸다"고 비판했다.

또 "의료기기의 원리와 결과값에 대한 해석, 해석에 따른 처치 방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단순히 기기를 갖다 대면 검사 수치가 나온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인체 해부도를 보고 이쯤에다 침을 놓으면 한방이 말하는 침의 효과가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말했다.

양 회장은 "진단이 다르면 치료의 내용도 달라진다. 측정값을 임의로 해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며) 의사를 모방할 수는 있어도 참된 의술을 할 수는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한의협 회장의 기자회견은 단 하나의 현대의료기기도 한의사에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며 "전국 한의원에서 불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대의료기기에 대해 행정당국이 전수조사를 실시해 행정처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