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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19 15:07 (화)
'역풍' 맞은 한의사 대표의 대국민 쇼
'역풍' 맞은 한의사 대표의 대국민 쇼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6.01.1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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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밀도기 불법 시연하며 "고발해봐"...그나마 '오진'
의료계 "기계 수치 읽는게 의료인가? 몰상식의 극치"
▲김필건 한의사협회장은 12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골밀도측정기를 시연한 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을 요구했다. 

'연명의료법'에 한의사를 끼워넣으려다 국회 심의가 중단돼 국민적 비난을 샀던 한의협이 이번에는 현대의료기기 사용 여론몰이를 위해 공개적으로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나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김필건 한의사협회장은 12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음파골밀도측정기를 시연했다. 미리 대기 시킨 29세 남성의 복숭아뼈 부위 골밀도를 측정한 김 회장은 "일본에서는 약국과 헬스클럽에서 아무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진단기"리며 "몸에 가져다 대기만 하면 골밀도가 측정되고 수치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초음파와 엑스레이를 비롯한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나 부터 나설 것"이라며 "의료기기를 직접 사용하고 고소·고발 당함으로써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사회에 알려 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의 돌출 행동은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한다는 발표를 하도록 보건복지부를 압박하고, 국민에게는 한의사도 얼마든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겠다는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그러나 그의 행위는 전문가인 의료인 단체의 수장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다.

우선 김 회장이 의도한대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시연은 현행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현행 의료법 제27조는 의료인도 면허 외의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의사는 현대의학적인 원리로 개발된 현대의료기기나 의약품은 사용할 수 없다. 지금까지 법원의 판례도 의료법 취지와 일관되게 일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08년 유권해석을 통해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하는 행위는 한방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실제로 한의사가 골밀도 측정기를 이용해 성장판이 조기에 닫힐 위험이 있다고 거짓 주장을 하며 고가의 한약을 팔아 이익을 챙기다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 받은 전례도 있다.

특히 김 회장의 퍼포먼스는 애초 의도와 달리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을 역설적으로 보여줬다는 비아냥을 사고 있다.

김 회장이 이날 29세 남성에게 사용한 골밀도측정기에서는 'T-score -4.4'란 값이 출력됐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이 환자는) 골밀도가 정상수치에서 많이 떨어져 골다공증이 나이에 비해 진행되고 있다. 골수보충 치료약을 사용해서 이런 상태를 개선시킬 수 있다"면서 "이게 무슨 어려운 내용이 있나. 누구나 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기자가 '골감소증'인지 '골다공증'인지 분명히 해달라고 요구하자 "골감소증으로 봐야 한다"며 "X-ray 등 다른 검사장비를 활용해 확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사들은 김 회장의 진단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T-score가 -1.0~-2.5이면 '골감소증'에 해당하는데 이 경우 약물치료가 권장되지 않으며, -2.5 이하일 경우 '골다공증'으로 진단돼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20대 젊은 남성이 -4.4 수치를 나타내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 다른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의는 "80세 이상 노인도 T-score가 -4 이하로 내려가는 것을 보기 어렵다. 29세 남자가 -4.4 라는 것은 다발성골수종 등 심각한, 희귀한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김 회장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 사용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야심차게 기획한 시연은 '오진'이 아니냐는 의구심만 유발한채 막을 내린 셈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2일 "단순히 기계 값을 읽을 수 있다는 것과, 의학적 분석 및 소견을 통하여 이를 치료하는 문제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며 "29세 남성의 골밀도 수치가 떨어진 원인이 무엇인지 김 회장은 의학적 근거에 기반해 명확히 답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의협은 또 "골다공증의 사전적 위험인자에 대한 요인분석이 전혀 없으며 이에 대한 의학적 소견도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수치만 계량화해 '골밀도가 낮으니 한약을 처방해야 한다'고 기자회견을 여는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면서 "몰상식한 작태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개탄했다.

이어 "측정치에 대한 잘못된 판독이나 부정확한 해석이 잘못된 치료결과로 이어져 국민건강에 치명적 위해를 가할 수 있음을 한의사들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면서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려는 데에는 현대의료기기를 통한 각종검사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한방의료행위를 증가시키기 위한 의도가 숨어있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보건복지부가 한의협의 압력에 눌려 단 한 개의 현대의료기기라도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오는 1월 30일 전국대표자궐기대회를 거쳐 전국의사대회까지 열어 11만 의사들이 면허를 반납하고서라도 강력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의료혁신투쟁위원회는 김필건 한의협 회장의 바람대로 그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12일 오후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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