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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수가, 관행수가의 55%' 사실이었다
'진료수가, 관행수가의 55%' 사실이었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01.12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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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6월 21일자 국회보건사회위원회 회의록서 확인
당시 보건사회부 실장 "관행수가 55%로 책정 했다" 보고

1977년 의료보험(건강보험)이 도입될 당시 진료수가가 관행수가보다 낮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확인됐다.

그동안 '의료보험이 도입될 당시 수가가 관행수가의 50∼60% 수준에서 결정됐다'는 얘기들이 전해 내려왔으나 명확한 근거가 공개되지 않았다. <의협신문>은 국회 보건사회위원회 회의록을 통해 당시 수가가 관행수가의 55% 수준에서 결정 및 고시됐다는 기록을 찾았다.

현행 진료수가의 원가보존율이 낮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의료보험이 시작될 당시 진료수가의 원가보존율이 얼마나 됐는지 보건복지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자료를 찾기는 쉽지 않았고, 일부 자료에서 관행수가가 언급되는 경우가 전부였다.

대한의사협회에서 발행한 <건강보험 30년과 대한의사협회>(2007년 11월) 자료에서는 "…대한의학협회(현재의 대한의사협회)는 제정된 수가가 관행수가의 55% 수준에 불과함을 들어 이의 시정을 강력히 촉구…" 등만 언급됐을 뿐이다.

그런데 보건사회부(지금의 보건복지부) 담당 공무원이 국회에 정식으로 보고한 내용에서 진료수가에 대한 부분이 포함돼 있어 의료보험이 도입될 당시 의료계가 처했던 상황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게 됐다.

<의협신문> 취재결과 수가문제는 1976년 2월부터 보건사회부 의정국에서 검토되기 시작했다. 이 때 대한의학협회는 의료수가책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수가정책에 관한 의료계의 입장을 정리하고, 같은 해 3월 8일∼11일까지 지방의료기관 수가실태에 관한 현지조사를 실시, 7월 5일 '의료수가기준 책정을 위한 관행수가 조사보고서'를 보건사회부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서 대한의학협회는 수가의 물가연동제, 입원료의 시설별 차등, 의사 및 지역별 평등, 초·재진 구분 등을 요구했으나, 이 건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편으로 보건사회부는 1976년 11월 10일 의료보험수가제정조사위원회를 구성했는데, 대한의학협회 4인, 대한병원협회 3인, 보건사회부 2인 등 9인의 위원과 간사 1인이 참여하도록 했다.

위원회는 약 3개월 동안 자료조사, 일본출장, 회합 등을 거쳐 1977년 3월 '의료보험수가 책정방법 시안'을 작성해 보건사회부장관에게 보고했고, 보건사회부는 이 시안을 토대로 국립의료원 등 9개 종합병원의 관행수가를 조사하고 진료행위별 점수표를 결정, 1977년 6월 8일 최초로 '진료수가기준과 요양급여기준'을 고시했다.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수가 고시다. 

 

 

▲ <국회 회의록 원본. 1977년 6월 21일>

<의협신문>이 취재과정에서 입수한 당시 수가제정과 관련한 국회 회의록(1977년 6월 21일)을 보면 박상열 보건사회부 기획관리실장은 국회 보건사회위원회에 "진료수가는 관행수가보다 약 45% 절감된 55%선으로 책정했다"고 보고했다. 즉, 수가가 관행수가의 55% 선에서 결정됐다고 공식적으로 발표를 한 것.(아래 국회 회의록 참조)

<국회 회의록. 1977년 6월 21일>
"…보험진료수가 및 약가고시를 금년 6월 8일에 고시를 했습니다. 진료수가는 물과 행위를 분리한 수가체계를 새로이 확립했습니다. 다음은 진료행위별 진료행위를 763개 행위로 분류하여 점수단가제를 채택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하한선만 제한했던 수가를 이번에는 하한선을 제한하지 않고 하한선만을 설정했다는 것이 이번 진료수가의 특징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기준수가의 책정에 있어서는 기술행위와 진찰료, 그리고 투약 주사료 입원료를 모두 합해서 관행수가보다 약 45% 절감된 55%선을 책정하였습니다.

진료수가의 상한선으로는 기본진찰료와 기타 진찰료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기본진찰료 중에서 초 재진료 입원실료 이것은 책정점수입니다. 관리료로는 지역별 의료기관별로 점수를 달리 했습니다. 그 다음에 검사료 기타 진료과에 대해서는 책정된 기본점수를 기준으로 지역별 의료기관별로 차등을 두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의료보험이 도입된후 3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의료계는 이 긴 세월 동안 정부의 수가억제 정책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또 원가보존율을 정확히 알지 못한 가운데 의료계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수가협상을 진행해 왔고, 낮은 수가인상률 때문에 매번 좌절을 경험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당당하게 수가인상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의료보험이 도입될 때부터 의료계는 낮은 수가책정으로 희생을 해왔다는 것을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된 것.

최근 보건복지부 담당 공무원이 현행 진료수가의 원가보존율이 75% 수준이라고 공식 석상에서 밝히면서 앞으로 원가보존율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38년 동안 낮게 책정된 수가를 제대로 보전해주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또 수가의 적정성에 대한 의료계의 요구는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박은철 연세의대 교수(예방의학)는 "그동안 수가가 관행수가보다 훨씬 낮았다는 얘기들은 많이 있었는데, 국회 회의록에서 정부 관계자가 직접 수가의 수준이 관행수가의 55% 선에서 결정됐다고 밝힌 것은 중요한 근거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당시 의료보험 수가를 산출한 담당자의 말에 의하면 원가의 90% 수준이었다고 하는데, 이는 건강보험 수가의 도입 때부터 원가를 보전하지 못 했음을 의미한다"며 "앞으로 우리나라 수가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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