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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몸집키우기에서 체질개선으로..."
"유한양행, 몸집키우기에서 체질개선으로..."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6.01.1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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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 CEO 릴레이 인터뷰①]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이사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이사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는 2016년을 맞아 출발선에 섰다. 그런데 출발선에 선 이 대표와 유한양행의 각오가 여느 해와 좀 다르다.

챔피언 벨트를 내어준 디펜딩 챔피언이 다시 벨트를 찾겠다는 절실함이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2013∼2014년 제약계 대표선수는 유한양행이었다.

국내 제약사의 몸집이 글로벌 제약사보다 작다보니 매출 1조원 돌파는 국내 제약계의 1차 숙원사업이 됐다.  유한양행은 그 목표에 가장 근접했다는 이유로 대표선수가 됐다.

유한양행은 2014년 결국 매출 1조원 목표를 달성하며 국내 제약계의 숙원을 이뤘지만 찬사는 오래가지 않았다. 한미약품이 2015년 초부터 기적적인 기술수출 러쉬를 이어나가며 글로벌 진출에 먼저 첫 발을 내디뎠기 때문이다.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는 지난해 한미약품이 이룬 성과를 "대단했다.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알았는데 (한미약품이) 해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이전 챔피언으로 박수치고만 있을 수는 없는 심정도 밝혔다.

"유한양행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할 수 길에 근접했지만 현실적으로 준비가 부족했다"고도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2016년은 유한양행이 실질적인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현실적인 출발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2016년 R&D 규모를 2015년보다 50% 가까이 키웠다고 밝혔다. 전체 매출액 대비 자기상품 비중도 늘리겠다고 했다. 그동안 몸집 불리기에 집중했던 추진력을 체질개선에 쓰겠다고 선언한 것이라 눈에 띈다. 경직된 조직문화를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바꾸겠다고도 약속했다.

키를 잡고 있는 이정희 대표의  '기어' 변속이 가져올 올해 유한양행의 변화가 기대된다.  

<일문일답>

유한양행의 2016년 성장목표는?

지난 한 해 직원들이 열심히 노력해 매출 규모가 10% 성장했다. 올해 목표는 9.4% 성장이다. 대략 매출액이 1조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오픈 리노베이션'과 R&D에 주력할 계획이다.

2015년 R&D 비용 700억원을 넘어 올해는 1000억원을 넘게 투자하려 한다. 지난해에도 R&D와 오픈 리노베이션에 힘을 기울여 신제품 파이프라인을 2배 정도 늘렸다.

보수적인 조직문화도 역동적이고 유연하게 바꾸려 한다. 유한양행의 상품 구성비도 3년에 걸쳐 재조정하려 한다. 새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노령화에 따른 만성질환 치료제가 해답이 될 듯하다. 다만 연구개발비 등을 대폭 책정해 올해 영업이익 등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걱정도 되지만 어쨌든 가야할 길이다.

올해 한미약품이 대단했다.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을 만나면 축하와 함께 고맙다고 말한다. 한미약품이 지난해 이룬 성과로 한국 사회의 제약산업을 보는 시선이 많이 좋아졌다. 획기적인 걸음이었다고 본다. 많은 제약사에게 영감과 희망을 줬다. 유한양행도 글로벌 제약이 되기 위해 준비를 했지만 현실적인 준비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괄목할만한 성과가 없었다. 유한양행 전 직원이 글로벌 제약사를 갈망하고 있다.

유한양행 대주주도 한미약품 성과 이후 기대가 커졌다. 올해 R&D 비중을 크게 늘린 것도 현금성 자산 5000억원 중 20% 가까이 투자할 수 있었던 것도 한미약품 성과와 이로인해 국내 제약계가 자신감을 가진 탓이 크다고 본다. 기술투자가 과거보다 훨씬 공감을 얻고 있다.

한미약품을 본받으려 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10여년 전부터 엄청난 불확실성을 끌어안고 신약개발에 거금을 투자했다. 지금 결과가 좋으니 그런 결정을 쉽게 보는 면이 있지만 어려운 결정이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신약 '레바넥스'를 개발하다가 중간에 제네릭 개발로 역량을 돌린 것도 아쉽다. 한미약품은 오히려 제네릭 개발을 중시하다 신약 개발로 선회했는데 우린 그러지 못했다. 2000년 의약분업 시행도 너무 준비없이 맞은 것 같아 아쉽다.

글로벌 유한양행으로 가기 위해 계획 중인 사업은?

퇴행성디스크 질환치료제(YH14618)가 해외 제약사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임상2상 결과가 나오는 올 상반기 기술이전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당뇨와 면역항암제에도 무게를 두고 R&D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그 분야에서 임상을 몇개 시작한다. 궁극적으로 제반기술을 획득해야 하는 만큼 국내사 뿐 아니라 외국 회사와도 활발한 채널을 통해 기반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조만간 기술수출 성과도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출액 대비 보통 6% 정도하던 R&D 비용도 올해 9%까지 올렸다.

주인없는 유한양행은 부담이 큰 결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말도 있다.

주인이 있고 없고가 중요하다고 보지 않는다. 그런 결정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주변에서 주인이 없으니 과감한 결정이 어렵지 않겠느냐고 걱정을 한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대표이사가 되고 나서 그런 한계를 느낀 적이 없다. 오히려 대주주가 경영진을 믿고 맡기는 편이다. 최근 개발 중인 신약후보 물질을 경영진의 결단으로 엎었다. 물론 믿고 맡기는 체제다보니 책임을 크게 느낀다. 잠이 안 올 정도다. 유한양행 조직도 유여하게 바꾸려 한다. 책임자나 중관관리자가 올라 온 결재를 48시간 안에 결정해 처리하도록 하는 것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회사 내 헬스클럽을 만들어 근무시간에 관계없이 직원이 이용하도록 하는 것도 조직 유연화 조치다. 영업사원 출신인 경험에 비춰 보면 결국 직원의 마인드가 중요하다. 근무시간을 고정화해 감시하고 관리하고 그래도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일 안한다. 근무하다가도 컨디션이 안좋으면 헬스클럽가서 운동하고 샤워하고 근무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믿는다. 자율을 중시하고 싶다.

처음에는 직원들도 반신반의했지만 최근에는 경영진이 가진 자율근무에 대한 신뢰가 커지는 것 같다. 물론 이런 변화에 따른 공과는 다 내가 가져가는 거다.

그밖에 유한양행이 올해 중점을 둔 사업은?

상대적으로 일반의약품이 전문의약품에 비해 약하지 않나 생각한다. 일반의약품 매출이 1000억원이 안되는데 그래도 1000억원은 넘어야 하지 않겠나. 예전에는 삐콤씨 등 대형 일반의약품이 있었다. OTC 활성화를 위해 먼저 품목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시장 최적화 품목과 대형품목으로 육성 가능한 품목을 선별해 마케팅과 영업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신제품도 대략 두 가지 정도 내놓을 계획이다. 매출이나 수익성 증대를 떠나 유한양행하면 떠오를 대표 일반의약품 하나는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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