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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이 간기능 개선한다는 연구 "설계부터 잘못"
한약이 간기능 개선한다는 연구 "설계부터 잘못"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1.0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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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간학회, 자생한방병원 연구결과 분석 "타당성 부족...해석도 잘못·과장"
"대상군 선정방법·검사 간격 불확실...객관적 평가 의문, 과학적 타당성 없어"

▲ 대한간학회는 내과·외과·영상의학과·병리과·소아청소년과 등 1650여명의 전문가들이 참여, 간·담도 질환 분야 학문 연구와 임상 의학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간학회 홈페이지 초기화면.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는 주장이 잘못된 속설'이라는 자생한방병원의 연구결과가 의학적으로 타당성이 없다는 전문학회의 평가가 나왔다.

대한간학회는 8일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가 의뢰한 '한약복용 환자의 간기능 개선에 관한 한방의료기관 논문의 의과학적 타당성'에 대한 자문의뢰 회신을 통해 "연구 설계 자체부터 잘못돼 있어 한약복용 환자의 간독성에 대한 결론 도출은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자생한방병원 측은 지난해 5월 <Journal of Ethnopharmacology>에 발표한 연구논문을 통해 입원 시 간기능 검사에서 간손상 판정을 받은 환자는 총 354명이었지만 한방치료를 받은 후 퇴원시에는 129명만 간손상으로 판정돼 한약복용 후 간 손상 환자가 64%가량 감소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225명의 환자들은 간기능 이상(143명)과 정상 간기능(82명)으로 상태가 호전됐다고 덧붙였다.

자생한방병원은 이같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자생척추 한약이 간기능 개선에도 효과적"이라면서 "한약이 간기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잘못된 속설"이라고 발표했다.

대한간학회는 자생한방병원의 연구논문을 분석한 결과, "대상군 선정방법과 간기능 손상에 대한 정의의 모호함, 검사 간격의 불확실성 등의 연구설계에서 발생한 중요한 제한점으로 의학적 타당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대한간학회는 1981년 출범한 '한국간연구회'에 뿌리를 두고 있다. 내과·외과·영상의학과·병리과·소아청소년과 등 1650여명의 전문가들이 참여, 간·담도 질환 분야 학문 연구와 임상 의학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영문 학술지<Clinical and Molecular Hepatology>를 발간하고 있다.

간 분야 전문학회가 한의계의 한약 간 호전 관련 연구결과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섬에 따라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간학회는 "해당 논문에서 정의된 간 손상 환자의 경우 간 효소 수치의 비특이적 상승으로 인한 위양성 환자의 존재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방법 및 결론에서 언급됐던 실제 간 효소 수치 역시 기준값 및 상승 정도를 확인할 수 없었다. 연구결과의 객관적인 판단 및 질환 경중을 해석하는데 제한점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연구에 사용된 한약제의 경우, 각 기관마다 처방되는 한약제의 성분의 비율, 용량, 제형이 다르고, 약제 복용 기간 및 용량에 의한 간 효소 수치 변화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며 "한약복용 환자의 간기능 손상 가능성의 낮다는 주장에는 과학적 타당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한약 복용 환자의 간독성에 대한 후향적 연구에 관해서도 "연구 방법론적 제한으로 인해 연구 결과의 과학적 타당성 및 객관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자료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연구 결과의 신뢰도가 중요한 약점이 된다"고 지적했다.

대상 환자 선정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간학회는 "약제 복용 후 최소 5일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5일 미만이거나 90일 이상일 경우 간효소 수치가 낮게 측정되므로 연구결과의 타당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뒤 "이에 대한 뚜렷한 명시 없이 그대로 결과에 사용됐을 것으로 판단되므로 검사 결과에 대한 해석이 삐뚤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본적으로 환자의 과거 약물 복용력, 체중 및 비만도, 음주력, B형을 제외한 A·C·E형 간염 및 바이러스 감염, 자가면역질환 등의 요소 역시 간 효소 수치의 변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요소이므로 간 효소의 영향에 관해 확인이 필요함에도 이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중요한 제한이 있다"고 꼬집었다.

간학회는 "연구 자료에 의한 통계적 유의성은 획득했다 하더라도, 실제 제일 중요한 연구설계 자체가 가지는 제한성으로 인해 한약 복용 환자의 간독성에 대한 결론은 타당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의협은 "자생한방병원 측이 한약을 더 잘 팔기 위해 엉터리 연구방식으로 황당한 연구결과를 도출해 언론과 환자와 온 국민을 기만했다"고 비판하면서 "간학회로부터 정확한 학술적 자문이 나온 만큼 자생한방병원을 비롯한 한방 측은 간손상 등 한약의 부작용에 대해 더 이상 변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논평했다.

한의원에서 한방치료를 받다가 독성간염·신장기능 이상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 응급실을 찾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의협이 2015년 3월 25∼31일 7일 동안 전국 응급의학과 전문의 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97%(64명)가  "응급실 근무 중 한방진료 관련 부작용 사례를 치료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신현영 의협 대변인은 "일부 한의원들이 혈액검사 판독은 물론 수치를 멋대로 해석하며 환자를 유인하고, 허위·과장 광고를 통해 환자를 현혹하고 있어 매우 우려된다"라며 "자생의 경우와 같이 한의원에서 혈액검사 수치를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마치 한방치료가 효과가 있는 것처럼 혈액검사 수치를 악용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간학회에 의학적 자문을 요청한 의협 한특위는 "한방 부작용으로부터 국민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한방의 비과학적 행태를 모니터링하고, 고소·고발 조치 등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자생한방병원은 "간학회와 의협이 연구논문을 편향적으로 해석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자생한방병원은 "연구결과에 대한 학술적인 공방은 저널의 letter(토론)의 형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맞고, 학술적인 토론은 얼마든지 환영한다"며 "하지만 '한약을 더 잘 팔기 위해 국민을 기만했다'는 등의 표현에는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힌 뒤 "이러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더 좋은 연구들을 진행해 국민에게 유익한 정보와 도움을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약복용 환자의 간기능 개선에 관한 한방의료기관 논문'의

의과학적 타당성에 대한 대한간학회 자문 결과

■ 각종 간기능 검사를 토대로 한약 복용 환자의 간기능 손상 가능성이 낮으며, 임상 증상도 양호하다는 결론의 의학적 타당성 여부.

답변=대상군 선정방법과 간기능 손상에 대한 정의 및 검사 간격의 불확실성 등의 연구설계에서 발생한 중요한 제한점으로 의학적 타당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저자들의 연구에서 정의한 약제에 의한 간 손상의 경우 정상 범위의 2배 이상을 간 효소 수치 상승 및 간 손상이라 정의했으나, 최근 약제로 인한 간손상의 경계치는 약제의 관용(awareness) 또는 적응 현상(adaptation) 등을 고려해 AST·ALT 상승의 정의 구간을 5배까지 증가, AST 또는 ALT 상승을 동반한 빌리루빈(Bilirubin) 또는 ALP의 2배 이상 증가로 변경했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 정의된 간 손상 환자의 경우 간 효소 수치의 비특이적 상승으로 인한 위양성 환자의 존재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방법 및 결론에서 언급한 실제 간 효수 수치 역시 기준값 및 상승 정도를 확인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일반 약제·한약제로 인한 간 수치 상승에 있어 실제 정의되는 약제 유발 간 손상 범위로 간주할 수치화된 자료가 없어, 연구결과의 객관적인 비교 및 질환 상태의 경중을 비교·의미 해석이 제한적이다.

또한 연구에 사용된 한약제의 경우, 결론에서 언급했지만 각 기관에서 처방하는 한약제의 성분의 비율, 용량 또는 제형이 달라 한약제의 약물 효과등이 동일하지 않아 약제 노출 기간 또는 용량에 의한 간 효수 수치 변화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한약 복용 환자의 간 기능 손상 가능성의 낮다는 주장에는 과학적 타당성이 없으며, 임상 증상의 경우, 약제 유발성 간 손상과의 비교결과가 없어 한약제의 임상 증상 양호에 관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판단된다.
 

■ 한약 복용 환자의 간독성에 대한 후향적 연구의 적절성 및 연구 근거의 타당성 여부

답변=연구 방법론적 제한으로 인해 연구 결과의 과학적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된다.

한약 복용 환자의 간기능 손상 가능성이 낮다는 저자들의 주장은 연구방법적인 측면에서 이를 뒷받침 하기에는 연구의 객관성(Strength)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2014년 <Counil for International Organizations of Medical Sciences>(CIOMS)에 따르면, 우선 후향적 연구일 경우 객관성이 많이 감소한다. 그 이유는 자료의 질적인 측면에서 자료 선택의 편향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어 연구결과의 신뢰도가 중요한 약점이 된다. 본 연구는 후향적 연구로 자료의 편향성에 의한 삐뚤림 현상을 피할 수 없다.

대상군 선정기준은 하루 이상 입원해 한약제를 복용하고, 2회 이상 간 수치 검사를 한 환자로 선정했으나, 대상환자 선정의 타당성에 다음과 같은 제약이 있다.

약동성 측면을 고려했을 때, 약물로 인한 간 효소 상승 또는 증상의 발현을 위해 통상적으로 최소 5일, 최대 90일 정도 소요된다. 따라서 약제 복용 후 최소 5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만일 그 5일 미만이거나 90일 이상일 경우 간효소 수치가 낮게 측정이 되므로 연구결과의 타당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본 연구의 경우 간효소 검사 간격(입원 및 퇴원 전 검사 일에 대한 언급이 없어 검사 시점에 대한 평가가 힘듬)이 명확하지 않다. 검사 시점이 5∼90일 사이에 해당되지 않을 경우 제외시켜야 하나, 이에 관련한 뚜렷한 명시 없이 그대로 결과에 사용했을 것으로 판단되므로 검사 결과에 대한 해석이 삐뚤어 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연구에서 정의한 간 손상의 정의에 대해서도 미국·유럽·일본의 Drug Induced Liver Injury Expert Working Group의 경우 간효소 중 ALT 수치를 정상 상한치의 5배 이상이 될 경우로 정의했다. 실제 정상 구간에 대한 정의가 낮을 경우 ALT의 비특이적 상승으로 인한 간 손상에 대한 위양성 검사 결과 또는 과진단 가능성이 높이 나타날 수 있어 정상 범위의 설정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간 효소 수치를 상승할 수 있는 요인의 경우, 논문에서는 나이, 성별, B형 간염 유무 및 일반 약제의 복용 그리고 입원 일수로만 산정했으나 이는 실제 간 효소 수치에 영향을 추가적인 요인에 대한 언급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환자의 과거 약물 복용력, 체중 및 비만도, 음주력, B형을 제외한 A·C·E형 간염 및 바이러스 감염, 자가 면역 질환등에 대한 요소 역시 간 효수 수치의 변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요소이다. 따라서 이들 간 효소의 영향에 관해 확인이 필요함에도 이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중요한 제한이 있다.

이상의 이유로, 연구 자료에 의한 통계적 유의성은 획득했다더 하더라도, 실제 제일 중요한 연구 설계 자체가 가지는 제한성으로 인해 한약 복용 환자의 간독성에 대한 결론은 타당하지 못하다고 판단된다.

Reference
1. Fontana RJ et al. Standardization of nomenclature and causality assessment in drug-induced liver injury: summary of a clinical research workshop.Hepatology. 2010 Aug;52(2):730-42
2. Teschke R et al. Drug and herb induced liver injury: Council for International Organizations of Medical Sciences scale for causality assessment.World J Hepatol. 2014 Jan 27;6(1):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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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aschi Eet al. Drug- and herb-induced liver injury: Progress, current challenges and emergingsignals of post-marketing risk.World J Hepatol. 2015 Jul 8;7(13):176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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