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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실금 사기죄' 의사들 7년 만에 누명 벗었다
'요실금 사기죄' 의사들 7년 만에 누명 벗었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1.08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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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2009년 삼성생명 고발한 산부인과 의사들 '무혐의' 처분
이동욱 요실금대책위원장 "수술 전 '요역동학검사' 학문적 타당성 없어"

▲ 전국의사요실금대책위원회가 2009년 12월 18일 한겨레신문 1면에 게재한 요실금 고시 철회 광고.
2009년 요실금 급여기준을 위반했다며 민간보험사로부터 사기죄로 고발, 경찰·검찰 조사는 물론 보건복지부로부터 면허정지·업무정지·5배 과징금 등 삼중 처벌로 경제적 손실까지 감당해야 했던 소위 '요실금 사기죄 사건' 피의자 50명이 무혐의 처분을 받아 7년 만에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됐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최근 '요실금 보험사기'로 고발당한 산부인과 의사들을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피의자들이 요실금 환자를 대상으로 실제 요류역학검사(요역동학검사)를 실시한 후 요실금수술을 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와 함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실사에 대비해 요류역학검사그래프를 조작한 사실만으로 피의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요누출압이 120cmH2o 미만인 것처럼 조작해 요양급여를 편취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검찰은 요실금 환자의 평균 요누출압이 75.9∼88.8cmH2o이고, 정상인의 경우에도 요누출압이 120cmH2o 이상을 만들기 어렵다는 과학적 근거에 무게를 실었다. 이와 함께 보건복지부가 2011년 11월 25일 고시(제2011-144호)를 개정, 요누출압 120cmH2o 미만 부분을 삭제한 점도 손꼽았다.

7년이라는 길고 험난한 분쟁에 좌절하지 않고 검찰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 내는 데 앞장선 이동욱 전국의사요실금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수억의 과징금과 병원업무 정지까지 삼중 처벌을 받았다. 면허정지 10개월은 개원 의사에게는 사형선고와 같은 것"이라며 "많은 회원들이 의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지 않냐고 하소연하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개원의사들을 설득해 시작한 요실금 분쟁은 3번의 헌법소원 기각과 행정소송 패소라는 실패와 좌절의 연속이었다.

"의사로서 양심에 어긋난 일을 환자에게 한 일이 없다"고 밝힌 이 위원장은 "오히려 불합리한 고시를 지키는 것이 의사로서 양심에 반하는 것이었고, 환자를 속이는 것이었기에 끝까지 매달렸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무모하다는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진리는 분명히 있다는 것을 믿었다"며 "의사로서의 양심을 처벌하라고 싸웠다"고 언급했다.

요실금 수술 땐 500만원 지급...삼성생명 보험상품 분쟁 촉발

요실금을 둘러싼 분쟁은 1998년 삼성생명이 요실금 수술을 할 경우 500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상품을 판매, 약 200만 명이 보험에 가입하면서 시작됐다.

2000년 경 개복이 아닌 골반 기저부 피하조직에 인조테이프를 삽입하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요실금 수술법(TOT·TVT 수술)이 국내에 소개되고, 2006년 건강보험 급여까지 받게 되면서 요실금 진료인원은 2002년 2만 5000여명에서 2009년 12만 7013명으로 5배 가량 증가했다.

건강보험 급여로 요실금 수술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 보건복지부는 2006년 11월 요실금 급여기준을 강화, 요실금 증상이 있더라도 운동치료등이 가능한 경증환자를 급여에서 제외하고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 대해서만 보험적용을 인정했다. 2007년 1월 23일에는 '인조테이프를 이용한 요실금 수술 인정기준 세부 인정사항'을 개정, 요류역학검사(방광 내압 측정 및 요누출압 검사) 결과, 요누출압이 120cmH2o 미만인 경우에만 보험급여를 인정키로 했다.

200만 명에게 요실금 수술 정액 상품을 판매한 삼성생명은 급격히 요실금 수술이 늘어나자 보건복지부의 고시를 근거로 2009년 수술을 집도한 산부인과의사 100여 명을 보험사기로 고발했다.

이로 인해 산부인과 의사 50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보건복지부는 이들 산부인과 의원을 대상으로 실사를 벌여 고시를 위반한 산부인과의원에 대해 10개월 업무정지와 5배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정상적으로 요류역학검사를 실시하고, 요누출압이 120cmH2o 미만인 환자들만 수술을 했다는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요실금 수술 전 요역동학검사 의무화...환자들도 반발

보건복지부가 요실금 수술 억제를 위해 고시를 강화하자 요실금 수술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요역동학검사는 요도와 항문에 가는 관을 삽입해야 하므로 고통과 출혈 등 부작용 위험은 물론 수치심을 유발한 것.

요류역동검사 방법은 압력 측정센서를 부착한 도관 1개를 여성의 요도를 통해 방광에 삽입하고, 다른 1개는 항문을 통해 직장에 삽입하는 과정으로 진행한다. 방광에 식염수를 주입한 상태에서 기침을 하게 하거나 복부에 힘을 주게 해 소변이 새는 동안의 압력을 그래프에 나타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의사는 여성의 요도를 관찰하면서 소변이 새는 순간의 압력을 그래프로 측정하게 된다.

▲ 이동욱 전국의사요실금대책위원회 위원장

사회경제적으로도 낭비라는 지적을 받았다. 환자는 17만 원 가량 검사비를 더 내야 하며, 의료기관은 요역동학검사를 위해 20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장비를 도입해야 했다.

2009년 미국(Value study)과 2010년 유럽(VUSIS study)에서 각각 3년간의 대규모 다기관 후향적 검증 연구결과, 요실금 수술 전 요역동학검사를 시행한 그룹과 시행하지 않은 그룹 사이에 요실금 수술 결과에 차이가 없다는 내용과 함께 비용 대비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분위기가 역전됐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여성 복압성 요실금 환자에게 수술 전 요역동검사 시행이 유용한지에 대해 미국과 유럽에서 3년간 대규모 다기관 연구를 진행한 결과, 요역동학검사를 시행한 그룹이나 그렇지 않은 그룹 사이 어떠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학문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검사 기준이라고 반박했다. 언론도 보건복지부 고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경종을 울렸다.

결국, 보건복지부는 2011년 11월 25일 고시(제2011-144호)를 개정, '요누출압 120cmH2o 미만'이라는 부분을 제외했으나 수술 전 요역동학검사는 그대로 남겨뒀다.

산부인과 의사들과 요실금을 환자들은 요실금 수술 전 의무적으로 검사하도록 규정한 요양급여 적용기준과 방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까지 제기했으나 기각결정이 났다. 이와 함께 국민권익위원회 불필요한 요실금 진단 검사가 환자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며 요역동학검사 폐지를 청원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술 전 요역동학검사는 학문적 근거가 없다는 대규모 다기관 연구결과가 나왔음에도 보건복지부는 요실금 수술 전 요역동학검사 고시를 바꾸지 않았다. 현재까지도 요역동학검사 기준을 요실금 수술 진료비 삭감 잣대로 활용하면서 소송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삼성생명이 사기죄로 의사들을 고발하고, 심평원의 심사 삭감과 보건복지부의 면허정지·업무정지·5배 과징금 등 3중 행정처분이 이어지면서 요실금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한 환자는 2009년 12만 7013명에서 2010년 11만 8969명으로, 건강보험 진료비 역시 2009년 602억 9136만 원에서 2014년 516억 6800만 원으로 줄었다.

올해 1월 미국 유타의대·캘리포니아의대 등 다기관 연구팀은 <Neurourology and Urodynamics>에 '수술 전 요역동학의 비용:값 시험의 이차 분석(The Cost of Preoperative Urodynamics:A Secondary Analysis of the ValUE Trial)' 임상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2009년 미국 'ValUE study'의 2판 격이다. 다기관 연구팀은 "수술 전 요역동학 검사를 시행한 군과 시행하지 않은 군 간의 수술결과에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놨다. 이와 함께 "요역동학 검사를 하지 않음으로써 수천만 달러의 의료비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욱 요실금대책위원장은 "보건당국은 학문적 진리를 끝까지 왜곡하고, 잘못된 제도를 통해 수십만 명의 국민에게 하지 않아도 될 검사를 하도록 해 건강보험 재정을 누수하고도 끝내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면서 "보험사 역시 보험가입자에게 마땅히 지급해야 할 보험금 채무를 지급하지 않고,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사를 사기꾼으로 몬 데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보건복지부는 더 이상 요실금 수술 억제를 위해 학문적 근거도 없이 환자들에게 불편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면서 "학문적인 근거 없이 침습적인 요역동학검사를 강요하는 요실금 고시를 하루 빨리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김동석 새 산부인과의사회장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계기로 무분별한 고소 고발을 지양해야 한다"며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고, 장비 구입비용과 환자의 부담을 늘리는 고시를 하루 빨리 개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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