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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원전, 죽음의 유혹
[신간] 원전, 죽음의 유혹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6.01.0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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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스미스 지음/강병철 옮김/꿈꿀자유 펴냄/1만 9000원

 
원자력은 원래 대량살상무기를 만들 목적으로 개발됐다. 환경과 생태계의 오염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례없는 살상과 파괴가 가능한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세계는 2차대전 이후 원자력을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환경친화적인 데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값싼' 에너지원으로 재포장했다. 오늘날 '원전마피아'들은 원전이야말로 세계가 맞닥뜨린 에너지와 환경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녹색' 해결책이라고 떠들고 있다. 과연 그럴까?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풀뿌리 운동을 지향하는 탐사보도 계간지 <어스 아일랜드 저널>의 명예 편집자이자 <전쟁에 반대하는 환경운동가들> 공동 설립자인 가 스미스가 쓴 <원전, 죽음의 유혹>이 출간됐다.

원전은 결코 싸지 않다. 석탄만큼 비싸다. 환경 오염은 오히려 더 심하다. 물론 안전하지 않다. 폐기물 문제는 대책이 없다. 그런데 왜 국민을 속일까? 누가, 무슨 이득을, 얼마나 보는가?

저자는 "지금까지의 원전에 관한 논의는 '유해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원전이 해롭지 않다고 해도 원전을 거부해야 할 이유는 수없이 많다"며 원전의 환상에 빠져 있는 우리에게 화두를 던진다. 그리고 명토박아 말한다. '대안은 있다. 원전을 닫아라!' 

원자력의 가장 큰 문제는 방사능 누출과 핵폐기물이라는 엄청난 위험을 사회가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 위험은 상상을 초월한다. 원전사고가 났다하면 광활한 지역이 사람이 살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어지간한 국가는 국가 부도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핵무기 개발 위험을 논외로 하더라도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한다는 것은 핵폐기물을 1만년 이상 격리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누가 이런 역사적 책임을 감당할 것인가?

대부분의 국가의 정부는 '대안이 없다'는 논리로 위험을 애써 외면한 채 원전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황을 용인하는 것은 에너지에 눈 먼 정부만이 아니다. 상당수의 대중도 에너지업계의 현란한 광고에 현혹돼 '원전의 우월성'에 매몰되고 있다.

대안이 없다는 것도 거짓말이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촉발된 후쿠시마 제1원전 사태후 독일은 1년도 안돼 모든 원전을 폐쇄했다. 재생에너지는 이미 원전보다 값싼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경제를 살리려면 원전을 버려야 한다. 우리의 집중력과 기술 수준이라면 시장을 선도하고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다. 지금 뛰어들어야 하는 이유다. 

이 책은 왜 원전이 죽음의 유혹인지 14가지 이유를 들어 차근차근 가르쳐주고 전 세계 원전에서 지금 이 순간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고한다. 그러나 이 책의 미덕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원전을 포기했을 때 어떤 대안이 있는지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 조목조목 알려주는 것이다. 우리는 원전을 포기해도 얼마든지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낮은 가격에 더 풍족하게 쓸 수도 있다. 이 책이 그려내는 에너지의 미래는 지구를 학대하지 않고, 어느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으며, 보다 안전하고 보다 풍요로운 세상을 건설하는 모습이다.

이 책의 제1부는 위에서 언급한 '원전에 던지는 14가지 질문'으로 시작한다. 2부 '은폐와 그 결과'에서는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원전들의 예를 들어 안전성 보다 이윤을 추구하는 정경유착의 문화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3부 '나아갈 길-대안은 있다'에서는 다양하게 날로 발전하고 있는 재생에너지를 조망하고 올바른 대안을 제시한다. 다양한 대체에너지를 신속하게 보급해 과열된 산업경제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한 단계 낮추는' 방법이 담겨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원전 완전 폐쇄'는 허황된 구호가 아니라 깨어있는 시민사회의 단합된 힘으로 얼마든지 성취할 수 있는 실질적 목표라는 인식에 다다르게 된다.

서민 단국의대 교수는 추천사에서 "이 책은 원자력 마피아들이 안전하다, 별 일 아니다, 걱정할 것 없다라고 할 때가 정말 위험할 때라는 것, 그들의 마수로부터 벗어나는 것만이 진정으로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가르쳐준다"며 "우리나라에는 23기의 핵발전소가 있는데 앞으로 10년간 11기를 더 짓겠다고 한다. 이를 저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시민사회의 힘뿐이다. 이 책은 아직 부족한 이 힘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하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탈핵>의 저자 김익중 동국의대 교수는 "이 책은 지금까지 출판된 어느 책보다 종합적으로 원자력발전을 비판하고 있다. 안전성·경제성에 윤리성에 이르기까지 원자력계의 주장을 생생한 사례를 들어 조목조목 반박하며 원자력의 대안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살피고 있다. 이 책을 읽은 후에도 원자력에 미련을 갖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을 우리 글로 옮긴 강병철은 소아과전문의로 현재는 전문 번역가이자 출판인(꿈꿀자유·서울의학서적 대표)으로 살고 있다. 옮긴 책으로 <살인단백질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 <존스 홉킨스도 위험한 병원이었다> <제약회사들은 어떻게 우리 주머니를 털었나?> 등이 있다(☎ 070-881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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