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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은 환자 고통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

"헌혈은 환자 고통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6.01.0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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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간 100회, 총 4만 5000cc 헌혈
헌혈명예장, 경주지역 의료인으로서는 처음

21년간 바늘에 찔린 횟수는 100번, 총 4만 5000cc의 피를 뽑았다. 김민섭 으뜸요양병원장은 지난해 12월 14일 헌혈명예장을 받았다. 헌혈명예장이란 헌혈 100회를 채운 사람에게 한국적십자사가 주는 헌혈 유공장으로, 경주 지역 현직 의사로는 김 원장이 처음이다.

▲ 100번째 헌혈 중인 김민섭 으뜸요양병원장.
그가 처음 헌혈을 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에 헌혈차가 와 친구들과 '군중심리'에 했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헌혈에 큰 뜻은 없었다. 수능을 치른 후 대구가톨릭대학 가톨릭의대 면접에서 사회봉사 경력을 묻자 "헌혈 2번"을 말한 게 전부였다. 본과 3학년 시절 PK 실습을 돌면서 환자들을 보던 그때서야 '내가 나중에 의사가 되겠구나'란 생각이 들어 헌혈을 시작하게 됐다.

"저도 환자에게 주사를 놓으면서 누군가를 많이 찔러야 할텐데, 나도 한번 찔려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부터 한 달에 한 번 꼴로 매년 열 번 정도 헌혈을 했죠."

21년간 꾸준히 헌혈을 하게 된 계기로 그는 '바늘에 찔려보는 아픔'을 들었다.  "의료인이니까 환자가 고통스러워 해도 침습적 치료를 할 수밖에 없잖아요. 환자를 더 잘 이해하려면 같이 겪어보는 게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김 원장은 공보의를 마친 후 경주 산내면에서 개원했던 이야기도 들려줬다. 시골마을 산내면에서 병원이란 김 원장이 운영하는 곳 하나. 간호 인력을 구하기도 어려워 김 원장은 의사와 간호사의 1인2역을 모두 해야 했다.

"수액이나 주사도 직접 놨어요. 연세 많으신 분들은 주사 놓을 때 라인 잡는 게 잘 안 돼요. 치료를 안 할 수는 없고 환자는 힘들어 하니, 마음에 상당한 짐이 됐죠. 그런 마음을 헌혈 바늘에 찔리는 데서 위안을 받기도 했어요."

대한적십자사는 헌혈 30회에 은장, 50회는 금장, 100회는 명예 헌혈 유공장을 준다. 횟수가 늘수록 상을 주니 100번을 꼭 채워보겠다는 목표가 생겼고, 그 목표는 지난해 말 이뤘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도 헌혈을 '전파 중'이다. 8년째 강의를 나가는 서라벌대학교와 경주대학교 간호학과 학생들에겐 매년 헌혈을 권유하는 과제를 낸다.

"학생들 반응이 괜찮아요. 헌혈 과정을 리포트로 제출하는 게 굉장히 의미 있다는 강의평가를 받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포항헌혈원에서 간호학과 제자도 우연히 만났어요. 제 수업을 듣고 그게 동기가 돼 헌혈을 스스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뿌듯했죠."

세월이 흐를수록 조금씩 달라지는 헌혈증 디자인을 살펴보는 것도 그만의 보람이다.
"20년 전과 지금 헌혈증 모양이 완전히 달라요. 가끔씩 펼쳐보면 기분이 약간 남다르죠. 빈혈이나 루프스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50장 정도 나눠줬어요. 주위에서 도와달라는 사람들이 있을 때마다 주고 있거든요."

김 원장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연간 4∼5번은 헌혈을 계속할 계획이다. 
"너무 많이 해도 건강을 챙기는 게 어렵잖아요. 헌혈할 때는 수술이나 내시경도 못 받고 약을 먹을 수도 없으니까요. 헌혈에 의료진이 앞장 서면 좋을 것 같아요. 환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테니까요."

한 가지 아쉬운 점으로는 "경북지역에 헌혈원이 있는 곳은 포항, 안동, 구미뿐"인 점을 들었다. 경주에 거주하는 김 원장은 늘 대구 아니면 포항에서 헌혈을 해왔다.

"경주에 헌혈원을 만들어 달라고 건의했는데 매번 거절당했어요. 경주에는 헌혈 할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요. 너무 경제논리 같아요. 헌혈원이 생기면 더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하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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