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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급여환자 "돈 없다는 이유로 치료 못받는 건 건강권 침해"
의료급여환자 "돈 없다는 이유로 치료 못받는 건 건강권 침해"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12.3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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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지원하는 2770원으론 전문의 상담 커녕 약 처방도 못 받아
의료급여 환자 10명 "존엄권·행복추구권 침해" 헌법소원 제기

정신건강의학과 의료급여 환자들이 8년째 묶여 있는 진료비 때문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며 12월 29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의료급여 환자를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고도는 "정신질환 의료급여환자 10명이 인간의 존엄 및 행복추구권의 기초가 되는 건강권을 돈이 없다는 이유로 위협받고 있다"며 "의료급여환자라는 이유로 건강보험가입자에 비해 차별받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의료급여 환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진료비를 지원하지만 미리 정해 놓은 금액 내에서만 치료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고 있는 의료급여 환자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비는 8년째 동결돼 있다. 식대는 2000년 이후 계속 제자리다.

지자체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의료급여 환자에게 지원하고 있는 하루 진료비는  2770원. 상담과 약물 복용을 비롯해 입원 치료도 받아야 하지만 2770원으로는 하루 약 값에도 못미친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의료급여환자들은 "정신분열증에 쓰이는 약 한 알이 2000원 인데 하루치 약값도 안 된다. 전문의 상담은커녕 제대로 된 약을 처방받기도 어렵다"면서 "무조건 값싼 약을 처방받아야 하고, 상담이나 입원도 거부당하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의료급여 환자들은 건강보험 환자에 비해 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의료급여 기준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 기준을 따르게 돼 있지만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

건강보험은 매년 상대가치점수 당 단가를 계약을 통해 정하고 있어 조금이라도 올라가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의료급여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당 정액수가를 정하고 있어 계속 동결되고 있다는 것.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가 의료급여의 기준 및 수가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정기적인 소집이나 심의에 관한 법적 근거가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위원회는 거의 열리지 않고 있다. 그나마 지난 8월 열린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는 정신건강의학과 의료급여 환자의 정액수가 개선에 대한 안건은 상정하지 않았다.

이용환 법무법인 고도 대표변호사는 "의료급여 환자는 수년째 묶인 규정으로 인해 값싼 약물과 치료만을 제공받는 등 건강권 및 평등권을 침해받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정신건강의학과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건강권 침해는 우리나라 대학병원에서 의료급여 환자를 받지 않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며 "의료급여 정신질환자의 건강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집계한 통계자료를 보면 한 해 약 200만 명의 환자가 정신질환으로 진료받고 있다. 입원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약 7만 명이며, 이 중 80%인 5만 6000여 명이 의료급여수급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분석한 연구자료에는 의료급여 수급자가 정신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비율은 약 25%로,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4배 이상 높다.

하지만 진료비 지원이 부실하다보니 양질의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 가입자의 하루 진료비는 2만 7704원인데 비해 의료급여 환자는 1/10에 불과한 실정이다.

하루 입원비 또한 건강보험 가입자는 평균 7만 2000원이지만 의료급여 환자는 4만 7000원에 불과하다.

의료급여 환자의 입원비는 병원 등급(G1·G2·G3·G4·G5)에 따라 다르다. 가장 많은 G3 등급은 3만 7000원이며, 입원일로부터 180일이 넘으면 조금씩 삭감하고 있다.

의료급여 환자는 과에 따라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
일반 진료과의 의료급여는 건강보험 진료비의 97% 수준이지만 정신건강의학과는 건강보험의 6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알츠하이머 환자가 신경과에 입원하면 진찰료·입원료·투약료·주사료·검사료 등을 받을 수 있지만 정신건강의학과나 정신병원에 입원하면 입원비 만 인정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료급여 환자의 한 가족은 "하루 2770원만 지원하는 정액수가로 인해 MRI나 CT 등의 검사는 엄두를 못 낸다"고 하소연 했다.

정신건강의학과나 정신병원의 경우 의료법상 진료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의료급여환자 진료로 적자가 나더라도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이강표 음성소망병원 이사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제대로 된 치료를 위해서는 지금의 정액제로는 한계가 있다"며 "진료를 보면 볼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에서 병원 경영난이 한계치에 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곽성주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장은 "의료 인력과 시설 기준은 건강보험과 동일하면서 의료급여 환자의 수가만 묶어놓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며 "의료급여환자와 병원 모두를 배려한 수가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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