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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기형적 전달체계에 한국의료 '허우적'

신년특집 기형적 전달체계에 한국의료 '허우적'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01.07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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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의료 지속 가능한가? ⑨ 대형병원의 그늘

▲ 일러스트=윤세호 기자

지난해 5월 우리나라를 패닉상태에 빠지게 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는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의 붕괴에서 비롯됐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환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무조건 큰 병원을 선호하다보니 대형병원 응급실로 환자들이 몰릴 수밖에 없었고, 메르스 확산의 주요 원인이 됐다는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제2·제3의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환자들이 대형병원을 먼저 찾게 하기보다, 1차 의료기관부터 찾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개선안들이 곳곳에서 제시됐다. 그러나 현실은 '빅5 병원'으로 환자들이 쏠릴 수밖에 없는 기형적인 의료전달체계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빅5' 독주…죽어가는 동네의원

지난해 7월 보건의료 분석평가 전문사이트인 팜스코어에서 발표한 전국 43곳 상급종합병원의 2014년도 진료비 청구실적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빅5 병원의 진료비 청구액은 2조 9798억원으로 전체 청구액(8조 6549억원)의 34.8%를 차지, 우리나라 환자들의 대형병원 선호도를 그대로 반영했다.

팜스코어 자료를 보면 청구실적 1위는 서울아산병원, 2위는 삼성서울병원이 차지했다. 3위는 세브란스병원, 4위는 서울대병원, 5위는 서울성모병원이 차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요양기관종별 요양급여 비용 심사실적 자료를 보면 상급종합병원의 외래 청구건수는 2010년 2414만 1806건, 2011년 2501만 1435건, 2012년 3543만 2279건, 2013년 3674만 4481건, 2014년 3681만 1820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종합병원 외래 청구건수도 2010년 3641만 6038건, 2011년 3810만 9031건, 2012년 5301만 7216건, 2013년 5584만 3733건, 2014년 5911만 7580건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의원은 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과 사정이 달랐다. 의원의 외래 청구건수는 2010년 5억 258만 728건, 2011년 5억 900만 4867건, 2012년 5억 2303만 5920건으로 증가하다가, 2013년 5억 1324만 1024건, 2014년 5억 1796만 7362건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또 의원의 요양급여비용 점유율도 2002년 31.3%를 보였으나, 10년이 지난 2012년에는 21.7%로 급속도로 감소했다. 대형병원들이 몸집을 부풀리는 동안 의원급은 곤두박질했음을 알 수 있다. 경영악화를 버티지 못해 폐업을 신고한 동네의원수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이 지속되면서 동네의원은 설 자리를 잃고, 이같은 현상이 특단의 대책이 없이 장기화될 경우 대형병원만 살아남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원칙없는 정책 대형병원 외래진료 늘린 주범

대형병원들도 할 말은 있다. 정부의 각종 정책이 병원경영을 더욱 더 어렵게 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대형병원 한 관계자는 "원가보다 낮은 수가정책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한 몸집이 커진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래환자를 많이 진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의료전달체계가 개선돼야 한다는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는 더 많은 환자들이 동네의원이 아닌 병원으로 오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정부의 4대중증 보장정책, 특히 선택진료비 등을 없앤 것도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쏠리게 한 원인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선택진료비 등이 사라지면서 환자들이 대학병원에서 진료받을 때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감소하고, 동네의원을 갈거면 오히려 대형병원으로 가겠다는 심리도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수가현실화 등 근본적인 개선책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또 의료전달체계를 살려야겠다는 정부의 원칙없는 정책이 오히려 기형적인 의료전달체계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형병원은 중증환자만…환자 회송시스템 만들어야

의료전달체계가 개선될 기미가 없자, 보건복지부는 지난 12월 18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2016년 1월중으로 '의뢰-회송 활성화를 위한 시범사업 방안'을 보고했다.

시범사업은 환자가 상급종합병원 외래진료를 받기 위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발급받고 있는 요양급여의뢰서에 대한 별도의 발급 수가를 적용하고, 경증환자가 대형병원을 찾았을 때 1차의료기관으로 다시 되돌리는 회송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환자 회송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될지 의문이다.
정부가 시범사업을 실시하기 이전에도 몇몇 대형병원에서는 이같은 시스템을 운영했다. 하지만 메르스 확산을 막는데는 한계를 보였다.

삼성서울병원은 진정한 3차 의료기관으로서의 모델을 만들겠다며 중증환자 중심의 진료를 하고, 경증환자는 1차의료기관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3년전부터 강조했다.

무엇보다 삼성서울병원은 1995년 7월 국내 최초로 '진료의뢰센터'를 개소해 지역사회 의사들과 '의뢰'·'되의뢰'·'회신'을 통한 환자교류 뿐만 아니라 협력네트워크 강화 등 다양한 노력을 했다.

그러나 병원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메르스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삼성서울병원은 환자 의뢰 시스템은 있었지만 응급실로 몰려드는 환자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환자 회송을 위한 시스템은 갖춰져 있었지만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국민의 인식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채 의료전달체계는 또 다시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1차의료 살리기 대안은 무엇인가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이다. 의료의 건전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제대로 된 의료전달체계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외래환자는 의원에서, 입원환자는 병원에서 진료한다'는 아주 간단명료한 의료전달체계의 원칙이 지켜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대한의사협회가 수십년 동안 주장해왔던 것은 병원의 입원진료비와 의원의 외래진료비 본인부담금을 인하할 수 있도록 수가를 조정하고, 대형병원이 본연의 역할인 교육·연구·의료기술 개발 등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의료비절감이라는 것에만 신경을 썼을 뿐, 우리나라의 잘못된 의료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겠다는 의지는 없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 최근 의료정책연구소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의료전달체계 확린 개선과제'를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

의협이 요구한 개선안에는 ▲상급종합병원의 역할 재정립 ▲1차의료 활성화를 위한 수가체계 개선 ▲환자 의뢰-회송체계 강화(진료의뢰수가 신설, 회송수가 현실화) ▲의원 역점질환 확대 동네의원의 1차의료 활동 지원(건강증진관리료, 생활습관병 관련 외래수가 신설, 왕진수가 신설 등) ▲무분별한 병상 증가 억제를 위한 병원 개설 허가 권한 강화이다.

의협은 병원은 중증환자 입원진료 및 보건의료인력의 교육,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의원은 지역사회에서 경증질병을 치료하고, 지역주민의 지속적인 건강관리 및 질병관리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의료전달체계가 바로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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