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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의료분쟁 늘고 외부 환경 갈수록 '악화'

신년특집 의료분쟁 늘고 외부 환경 갈수록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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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1.07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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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의료 지속 가능한가? ⑧ 안에서 새는 바가지 막아야

▲ 강요한(대한병원준법지원인협회 고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 재건을 고민하던 윈스턴 처칠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유명한 베버리지 보고서를 내놓았다.

"국가가 인간으로서 존엄성 있는 최저 수준의 생활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베버리지 보고서는 이후 많은 국가의 사회보장 정책에 큰 영향을 줬다.

우리나라는 1960년 공무원연금제도를 도입하고, 1963년 의료보험법 제정에 이어 1977년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했다.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시대를 열면서 의료 접근성과 편의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의료의 양적 증가와는 달리 질적인 불균형 문제가 발생하면서 의료인은 물론 환자도 불만을 키우고 있다.

불균형한 의료환경은 정상의료를 왜곡한다. 환자와 의료인 간의 신뢰형성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균형한 환경 정상 의료 왜곡 초래

먼저 의료현장에서 의료분쟁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의료소비는 양적으로 증가했음에도 건강보험을 비롯한 제도적 불균형으로 질적인 뒷받침을 하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에서 인정하는 약만 써야 하고, 환자나 의사가 쓰고 싶은 약을 쓰면 불법이다. 더 질 높은 치료를 받고 싶어하는 환자의 욕구를 의료현장이 따라갈 수 없다.

낮은 수가로 인해 의료기관은 재투자를 할 수 없다. 의료의 양극화로 동네 의원과 중소병원의 경영악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환자의 욕구를 충족할 수 없는 제도적인 규제와 현실적인 장벽, 소비자 권리 향상으로 인해 의료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국민은 물론 의료인도 의료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를 바라고 있다. 예기치 못한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개원가나 중소병원에서는 대한의사협회의 의료배상공제조합 가입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가입률이 그리 높지 않은 실정이다.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불법적인 폭력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미흡하다.
두 번째로 개인정보의 보호 문제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에 대한 일반법으로 의료현장에서는 의료법 및 건강보험법 등이 우선 적용되지만, 별도의 규정이 없는 이상 지켜야 할 법규와 처벌 조항이 만만치 않다.

진료를 위해 환자로부터 얻는 정보는 민감한 정보이며, 질병치료를 위해 가능한 한 많이 수집해야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다. 이런 진료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개인정보보호법의 강화는 환자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최근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의 경우 의료기관이 보험사에 직접 청구하고, 진료정보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사보험사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일 뿐 환자의 개인정보보호는 물론이고, 의료기관의 역할까지 혼란스럽게 한다.

세 번째로 노무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의료현장을 규제로 에워싸고 있는 많은 법률을 준수하기 위해 의료행위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인력을 고용해야 하며, 의료 인력 중 일부는 환자의 진료와는 상관없는 직무에 종사해야 만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상적인 경영으로 의료현장 종사자들에게 급여와 복지를 제공할 수 있는 수익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국가가 강력하게 의료비와 진료행위를 통제하는 시스템에서 지역병원과 중소병원은 적은 수익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인건비와 복지비를 부담하기 버겁다. 문을 열면 열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응급실과 분만실 운영을 포기하고 있다.

특히 몇 년 전 지방대학병원의 소송에서 시작돼 최근 제정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특별법'은 단순히 전공의들의 현실적인 급여와 복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지방병원은 의료인 채용을 위해 병원의 여건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인건비를 제시하지만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다. 간호 인력도 구하기 어려워 적지 않은 지방병원들은 간호등급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건비 부담이 높은 의료기관이 최소한의 인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하지 않으면 적법한 노무관리는 불가능하다.

의료기관 준법 경영 정책적 지원 필요

마지막으로 병원 행정이다.
병원 행정은 복잡한 제도의 틀 안에서 의료기관이 준법경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재무를 분석하고 합리적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병원에서도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총무·원무·시설관리 등 많은 행정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에 드는 비용은 의료수가에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

대형병원의 경우는 비교적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인력을 운용할 수 있지만, 의원이나 중소병원의 행정인력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 의원이나 중소병원에 특화된 인력을 효율적으로 공급받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와 같은 척박한 의료현장에서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불합리한 제도와 의료현장의 왜곡 문제를 개선하고, 국민건강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이고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불합리한 의료제도가 문제이고, 바꿔야 한다는 점에 국민이 공감하기 위해서는 법률과 제도를 엄격하게 준수함으로써 체감 지수를 높일 필요가 있다.

열악한 의료현실 '국민 공감대' 절실

현재와 같이 의료인들이 비용과 제도의 문제점을 혼자 짊어지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제도의 한계점이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환자에게 충분하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 의료분쟁이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기에 급급했다. 의료행위는 물론 행정적인 절차를 포함한 모든 과정을 점검하는 노력도 부족했다.

합리적인 경영을 위한 노력과 준법경영을 위한 장기적인 교육에 투자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의료현장이 붕괴할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와 무역을 하기 위해서는 그 국가의 언어를 먼저 알아야 하듯 의료현장의 언어와 정부·국민의 언어가 다르다는 현실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정책 담당자 또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언어로 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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