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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1차의료 지원 강화 정책 세계적 추세"
신년특집 "1차의료 지원 강화 정책 세계적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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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1.0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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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의료 지속 가능한가? ④ '보장성 강화'의 올바른 방향

▲ 조비룡(서울의대 교수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2008년 WHO는 'Primary Health Care; Now More Than Ever' 라는 제목으로 World Health Report를 발간했다.

1979년 Alma Ata 선언에서 'Health for All'을 달성하기 위한 주요 전략으로 1차의료 강화를 제시한 뒤 30년만에 다시금 1차의료 강화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를 전후해 영국을 포함한 많은 OECD 국가들도 1차의료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여러 제도를 재정비하기 시작했으며, 미국은 Affordable Care Act(ACA)를 통해 1차의료 강화 및 활성화를 강력하게 지원하고 있다.

여러 선진국들의 1차의료 활성화 시도는 이들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오히려 위축되고 있는, 1차의료를 다시 강화하려는 각 국가들의 몸부림이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비감염성 만성질환(Non communicable disease·NCD)과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의 증가 및 삶의 질 저하, 의료서비스의 분절화, 신종질환에 대한 빠른 대처 등을 위해서는 1차의료의 본 기능인 의료의 '포괄성·지속성·조정성·접근성'이 절대적으로 확립돼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차의료의 위축은 예외없이 나타나고 있으며, 최근의 상황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건강보험통계연보 결과를 보면 전체 건강보험에서 동네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3년의 45.5%에서 2014년 27.5%로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런 1차의료의 위축은 다양한 원인으로 설명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1차의료 본연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인식과 보상의 부족이다.

1차의료의 본질적 가치는 '포괄성·지속성·조정성·접근성'이다. 1차의료는 국민에게 급성질환은 물론 만성질환에 대해서도 근거 중심의 비용-효과적인 관리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질병이 없는 사람에게도 질병예방과 더욱더 건강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는 신체적인 것에만 머물지 않고 영양·운동·스트레스·공해 등 사회·환경·정신적인 것을 포함해야 하며, 적절한 시기에 지속적으로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

또 추가적으로 필요한 상급병원의 서비스나 여러 건강관련 서비스에 대해 충분한 조정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1차의료의 기본속성에 대한 보장성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는다면 1차의료기관들이 본연의 역할을 추구하기 어렵게 되며, 이런 결과는 상급병원 대비 질 낮은 의료로 자리매김하게 되고, 결국 국민의 신뢰를 잃고 도태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1차 의료 위축 땐 의료비 늘고 국민건강 악화

1차의료가 위축되면 의료비는 증가하지만 국민의 건강수준은 더 나빠진다.
과거 경제여건과 건강수준이 좋지 못했을 때는 의료서비스의 양 자체가 부족했다. 이 때는 기본적인 서비스만으로도 환자들은 만족하고 건강수준도 좋아졌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임시방편적인 의료서비스만으로는 국민이 만족하지 못할 뿐 아니라, 다양하고 복잡한 건강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게 됐다.

고혈압·당뇨 환자들에게 중풍과 심근경색같은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적절한 약물의 단순한 처방과 제공만으로는 그 효과를 충분히 기대하기 어렵다.

신체활동·식사방법에 대한 적절한 교육과 상담을 제공해야 하며, 이런 것이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는지 모니터링해야 한다.

이에 대한 동기가 부족할 경우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 동기도 유발해야 하며, 순응도를 떨어뜨리는 스트레스가 있을 경우는 이 또한 해결해줘야 하는데, 의료기관에서 해결할 수 없다면 좋은 지역사회의 자원을 연결시켜 줘야 한다.

만약 근처의 체육관이나 좋은 식당까지 추천해 줄 수 있다면, 직장에서 권장되는 역할까지 '소견서'로서 도와줄 수 있다면 고혈압과 당뇨로 인한 합병증을 훨씬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불행히도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제도와 수가는 이런 것까지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당뇨 약물만 처방하는 경우와 당뇨의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운동·식사에 대한 교육상담과 지역사회의 적절한 자원을 소개시켜주고,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피드백을 주며, 급작스런 지역사회에서의 일에 대해 전화로 상담을 해주는 포괄적이고 가치있는 서비스에 대해 거의 차이를 부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차의료가 포괄적인 본연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무리다. 이렇게 제대로된 더욱더 효과적인 본연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1차의료가 그렇지 못한 의료보다 더 적게 보상받지는 않아야하는 것이 최소한의 제도적 여건이다.

가치있고 포괄적인 본연의 1차의료 서비스 토양 마련해야

이를 위해서는 물론 1차의료가 해야할 가치와 본질적인 역할이 어떤 것인지를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확립된 역할에는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하는데, 의료제공자 뿐 아니라 의료수요자, 즉 국민도 이런 서비스를 부담없이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런 가치있는 역할을 많이 제공하고 국민이 많이 받아들일수록 국민의 건강수준이 향상되고 총 의료비는 오히려 줄어들기 때문이다.

1차의료 수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미국의 ACA에서도 이런 1차의료 역할 중 하나인 '복합만성질환의 제대로 된 관리'에 대해 2015년부터 1인당 1년에 480불씩 추가 지원을 시작했다. 인두제가 근본인 영국도 QOF(Quality and outcomes framework)를 통해 가치로운 1차의료 역할에 대해 추가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국가들에서는 추가 지원한 이상으로 국민의 건강향상과 합병증의 발생으로 인한 의료비의 증가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최근 부분적으로 발표되는 결과보고들은 이런 양상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1차의료는 가장 1차의료다울 때 제일 큰 보상을 받아야 하며, 그 보상의 정도는 적절하게 제공돼야 한다. 그래야 1차의료가 딴눈 팔지 않고, 상급의료와 경쟁하지 않고, 서로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적어도 1차의료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엉뚱한 역할을 하는 1차의료인들 보다는 보상이 더 적지 않아야 한다. 의료인들이 갈등없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늦기 전에 우리나라에 맞는 1차의료의 본질적인 가치가 무엇인지를 재고하고 이런 가치에 대해 좀 더 제대로된 보상과 제도적인 보장을 해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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