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가혹한 상처 딛고 보건의료 새 틀 도약
신년특집 가혹한 상처 딛고 보건의료 새 틀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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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1.04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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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의료 지속 가능한가? ③ 메르스 사태의 교훈

▲ 기모란(국립암센터 교수·예방의학회 메르스위원장)

2015년 한국 보건의료계의 가장 큰 화두는 메르스 유행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메르스(MERS-CoV) 첫 환자가 확진된 것은 5월 20일이었다. 이후 마지막 환자의 확진일인 7월 4일까지 45일동안 총 186명이 확진됐다. 이 중에서 사망자는 38명으로 치명률은 20.4%에 이르렀다. 또 메르스 접촉자로 자택격리조치를 받은 사람은 총 1만 6752명이었고 능동 감시를 받은 사람은 약 7만여명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메르스 유행은 병원에서 병원으로 전파돼 총 17개 병의원에서 유행했다.

환자들의 감염 경로를 살펴보면 전체 186명 환자중에 182명은 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보여 대부분의 환자가 병원감염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가족감염으로 추정되는 환자가 2명, 지역사회 감염 추정이 1명이었고,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환자도 1명 있었다. 메르스 감염자는 확진자와 동일한 병동에 입원했거나 같은 응급실에 있었던 환자가 44%(82명)이었으나, 가족(59명)·간병인(8명) 또는 방문객(4명)이 38%(71명)이었고, 의료진도 17%(31명)에 이르렀다.

메르스 전파고리를 분석해보면 첫환자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판단되는 1세대 감염자는 28명(15.1%)이고 이들 환자로부터 감염된 2세대 감염자는 125명(67.2%), 3세대 감염자는 32명(17.2%)으로 추정돼 감염 전파가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병원별로는 첫 환자에 의해 유행이 시작된 평택성모병원이 36명(19.4%), 이 병원에서 감염된 14번째 확진자에 의한 삼성서울병원이 90명(48.4%), 평택 성모병원에서 감염된 16번째 확진자에 의한 대청병원·건양대병원이 25명(13.4%)이었다.

또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76번째 확진자에 의해서 경희대병원과 건국대병원에서 9명(4.8%)이 감염됐다. 또 확진자 186명 중에서 처음에 예상한 것과 달리 20%에 이르는 높은 치명률을 보였는데, 특히 기저질환이 있던 환자중에서는 치명률이 35%(27명/77명)에 이르렀고, 기저질환이 없었던 환자중에서도 10%(11명/109명)의 치명률을 보였다.

우리가 몰랐던 문제, 문제들…

그런데 한국의 메르스 유행은 중동에서 들어온 단 한명의 환자로 시작된 유행이었고, 첫 환자 증상 발생 후 1주만에 확진된 것을 생각하면 예상외로 큰 규모의 유행이었다. 한국에서 이렇게 메르스 유행이 커진 이유가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는 병원감염 관리 취약 문제·의료전달체계 문제·공공보건의료 부족 문제·방역기관의 전문성 부족과 인력부족 문제 등등 많은 요인들이 거론됐다.

특히 초기 방역 실패가 주요한 문제로 거론됐는데 초기에 감염된 환자들이 통제되지 않고 여러 병원을 거쳐가면서 질병을 유행시키게 된 원인은 첫 환자가 확진된 5월 20일 이후 격리 대상을 설정할 때 같은 병실 환자와 가족, 의료진만으로 너무 한정되게 정한 것이었다.

다른 병실에서 확진자가 나온 5월 28일에야 격리 대상 선정이 너무 제한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그 때는 이미 감염이 된 몇몇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가 버린 이후였다.

처음에 격리 대상자 선정 기준을 확진자와 2미터 이내에서 1시간 이상 같은 공간에 있었던 '밀접 접촉자'로만 제한하고, 환자의 분비물에 오염된 환경과 접촉할 가능성이 있는 '일상적 접촉자'는 제외했는데 이는 질병관리본부의 가이드라인에 두 종류의 접촉자 모두 자가격리와 능동감시를 시행하도록 한 것에 맞지 않은 조치였다. 또 메르스 감염 환자들이 전국의 여러 곳으로 가서 감염시킨 근본 원인은 병원감염에 취약한 한국의 의료시스템과 문화적 특성이 관련돼 있다.

첫째, 한국은 전국민 건강보험체계를 통해 비교적 저렴하게 의료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 병원은 4인실 이상의 다인실을 50%이상 유지하고 있고, 환자 간병은 보호자에게 맡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병실에는 항상 환자와 간병인으로 복잡하다.

둘째, 한국 의료전달체계는 매우 느슨하게 돼 있어 환자들이 전국의 어느 병원이라도 환자 본인이 선택해 바로 갈 수 있다. 1차진료를 받은 후에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려면 진료의뢰서가 있어야 하지만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실로 가면 진료의뢰서 없이도 진료를 받거나 입원할 수 있다.

셋째, 병원간에 약물 중복 처방을 방지하기 위한 의약품안심서비스(DUR) 시스템은 있으나 환자의 과거 질병력이나 치료 반응에 대한 내용, 검사 결과에 대한 것 등에 대해서는 진료의뢰서에 기록돼 있는 내용 이외 자료가 공유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문화적 특성으로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병문안을 가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 병원을 직접 찾는 방문객이 많다. 이는 병원을 혼잡하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또 메르스 유행을 통해서 이러한 병원감염관리와 방역을 책임지는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도 중요한 이슈로 떠 올랐다.

한국의 경제·의료 수준을 감안할 때 질병관리본부의 규모나 위상이 이렇게 낮을 수가 있는지 하는 부분은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경험 많은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역학조사를 공중보건의사에게 맡겨 놓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

의료계는 이번 메르스 유행을 겪으면서 환자진료에 매진하는 의료진에 대한 국민의 성원에 큰 힘을 얻기도 했고, 전국민이 병원을 감염의 온상으로 생각해 기피하면서 병원경영에 큰 타격을 받기도 했다. 1차진료의사도 신종감염병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새로운 의학 지식 습득에 더욱 노력해야 함을 깨닫기도 했다.

하지만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듯이 이번 메르스 유행은 한국의 보건의료계가 새롭게 도약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어느 나라도 신종감염병에 대한 대응이 완벽할 수 없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대비한다면 그 피해는 최소화 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가와 단체들이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고 정부도 이를 받아들여 보건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검토를 통해 하나씩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단발적 대응책 보다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보건의료계 전체가 다 같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세계가 한국의 메르스 유행을 통해 메르스 역학·치료·예방·관리 방안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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