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0 06:00 (토)
신년특집 비정상의 정상화 '의료전달체계 확립'

신년특집 비정상의 정상화 '의료전달체계 확립'

  •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6.01.02 10:51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기의 한국의료 지속 가능한가? ② 보건의료체계 기초가 무너진다

▲ 김계현(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지난해 대한민국을 강타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대해 많은 전문가는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민낯을 드러냈다", "부실한 보건의료체계가 메르스 확산의 주범이다"고 지적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보건의료체계는 보건의료의 이용·의료서비스 제공·조직 등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렇다면 보건의료체계란 무엇인가? 보건의료체계란 보건의료서비스를 생산하는 공급체계와 서비스 생산 비용을 조달하고 이를 배분하는 재정체계로 구성된다. 공급체계와 재정체계는 각각의 고유한 기능을 담당하면서 전체 보건의료체계의 성과를 좌우한다. 또한, 둘은 상호작용하면서 각각의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거나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론적으로 공급체계는 인구집단의 다양한 수준의 의료서비스 필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조직화·단계화해야 하고,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1차 의료기관-2차 의료기관-3차 의료기관으로 단계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의료전달체계다.

우리나라의 공급체계는 합리적인 의료전달체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재정체계의 성과는 물론 전체 보건의료체계의 성과를 하락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의료전달체계의 핵심은 의료기관들의 진료기능에 대한 분업체제다. 따라서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정책의 방향은 각 의료기관이 종별과 유형에 따라 각각의 역할과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해 의료의 계속성을 확보하고, 의료공급의 효율성을 향상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지난해 가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의료전달체계의 현황을 분석했다. 결과는 ▲동네의원의 위축 ▲대형병원의 외래진료 확장 ▲동네의원과 기능이 중복되는 중소형 병원의 급증 ▲유명무실한 의뢰회송제도로 인한 의료기관 간 협력체계 상실과 이로 인한 고비용·비효율의 발생으로 요약된다.

먼저 건강보험 급여비에서 동네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45.5%에서, 2009년 34.9%, 2014년 27.5%로 지속해서 줄었다. 반면 상급종합병원의 외래진료로 인한 수입의 비중은 2003년 21.5%에서, 2009년 29.9%, 2014년 31.3%로 꾸준히 증가했다.

또 병상은 2000년대 이후 가파른 속도로 증가해 2014년 현재 요양병원의 병상을 제외하고도 전체 급성기 병상의 26%를 30∼199병상 규모의 병원과 종합병원이 차지하고 있다.

상급종합 경증질환자 회송률 650분의 1

한편 2009년부터 2014년 사이 동네의원의 외래 내원일수는 0.8% 감소했지만, 300병상 미만 병원급 의료기관의 외래 내원일수는 13.1% 증가해 동네의원과 중소형 병원의 직접적인 경쟁이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밖에 2014년 기준 전체 상급종합병원의 외래환자 중 16%의 환자가 경증질환자임에도 650명의 외래 경증질환자 중 한 명 정도만 동네의원으로 회송했다. 43곳 상급종합병원 중에서 단 한 명의 환자도 동네의원으로 회송하지 않는 병원은 18곳에 달한다.

정부도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2011년 3월 정부가 마련한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기본계획'에서는 의원은 외래진료 중심, 병원은 입원진료 중심, 대형병원은 중증질환과 연구중심으로 특화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를 뒷받침할 많은 정책수단도 함께 제시했다.

일부 제도들(경증 외래환자 약국 본인부담 차등제·연구중심 병원 지정 및 평가 등)은 시행했으나 현재까지 괄목할만한 성과는 없는 듯하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려는 접근방법은 이미 알고 있듯이 의료기관 종별로 기능과 역할을 명확히 설정해 의료기관들이 제각각 기능과 역할을 잘 수행하게 하고, 의료기관 종별 연계체계가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각 의료기관이 각각의 기능과 역할에 집중하고, 효율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 의료기관 종별 주요 기능과 역할에 대한 보상체계를 합리화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종별 기능·역할 보상체계 합리화 절실

의료계 역시 한국 보건의료의 미래를 위해 의료전달체계 확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각자의 기능에 충실하기 위해, 또한 환자를 위한 진료협력체계를 원활하게 작동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이 과정에서 제공체계의 가장 기초가 되는 1차 의료기관에 대한 적극적인 고려도 필요하다.

1차 의료는 전 세계적으로 국민 건강관리 핵심전략으로 국민의 건강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다. 대부분 국가는 각국이 직면하고 있는 노인 인구의 증가와 만성질환 증가, 이에 수반하는 의료비나 의료서비스의 질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1차 의료에 주목하고, 다양한 시도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어느 나라보다 질 좋은 1차 의료 인프라를 갖춘 우리나라의 특징을 잘 살려 한국의 특수성을 반영한 다양한 형태의 1차 의료 강화 정책들을 개발해 시범적으로 운영하면서 우리 현실에 적합한 정책들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메르스 사태로 인해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많은 문제점이 주목받았다. 특히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중요한 과제로 급부상했다. 정부는 다시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최근에는 진료의뢰·회송체계 등 의료전달체계 관련 시범사업들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몇 가지 시범사업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보건의료체계의 개선을 위한 많은 제도를 기획 및 운영하고 평가하기까지 의료계와 원활하게 소통하면서 제도의 완결성을 갖춰나가야 한다.

큰 틀에서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문제점은 국민의 건강 수준과 이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투입요소에 대한 국가 수준의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보건의료체계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하부 요소들 즉 인력·시설·재원 등에 대한 세부 정책들 역시 혼선을 빚고 있다.

보건의료체계의 지속 발전을 위해서는 보건의료와 관련된 국가 수준의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중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수립해 일관성 있게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해에는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미래를 설계하고, 향후 100년을 바라보는 보건의료체계의 큰 그림을 그리는 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