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9 06:00 (금)
해방둥이 학회들 "한국사와 고락 함께했다"
해방둥이 학회들 "한국사와 고락 함께했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5.12.28 11:5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학의 패러다임 변화·정부 정책 등으로 또 한번 위기 맞아
학술 활동 위주에서 제도 개선·국민속으로 외연 넓혀

광복 70주년이 되는 올해 대한의학회 산하 회원학회 7곳도 그 역사를 함께했다.

1945년 창립한 학회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1945년 9월 7일)·대한영상의학회(1945년 10월 5일)·대한소아과학회(1945년 10월 6일)·대한비뇨기과학회(1945년 11월 10일)·대한피부과학회(1945년 11월 10일)·대한생리학회(1945년 11월 30일)·대한내과학회(1945년 12월 15일)이다.

1945년에 태동한 학회들은 해방둥이처럼 온갖 시련과 고통을 겪었으며, 지금은 우리나라 의학계의 큰 버팀목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70년이라는 세월 동안 역경을 이겨온 학회들은 성장의 뒷면에 또 다른 위기와 변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당면하고 있다.

학회가 세분화되면서 모학회의 위상이 흔들리고, 학문 세분화로 인한 영역 간 갈등, 이로 인한 대외적인 신뢰도 하락, 최근 정부 정책 변화에 따른 위기 상황 등 총체적으로 학회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창립 70주년을 맞이한 학회들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비전과 목표를 갖고 있는지 알아봤다.<편집자>

모두가 하나같이 '위기 극복' 외쳐

해방둥이 학회들은 출범할 당시 거의 대부분이 소수 인원에서 출발했다. 한 예로 내과학회는 14명에서 출발해 지금은 1만 85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고, 9개 연관학회와 각 연관학회 산하의 세부전문학회가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학회의 규모가 커지고, 다양한 분과학회가 생겨나면서 의학발전에 기여했지만, 70주년을 맞이한 지금 약속이나 한든 모두가 '위기 극복'을 외치고 있다.

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영상의학회는 올해 열린 추계학술대회에서 '대한민국의 정신건강의학이 왜 위기인가', '대한영상의학회의 미래: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주제로 학회의 발전방안을 논의했다.

기초의학회 가운데 가장 먼저 창립한 대한생리학회는 기초의학 붕괴라는 총체적인 위기 국면을 함께 하고 있고, 비뇨기과학회는 전공의 지원율 최저라는 기록을 세우면서 전공의 수련교육 자체가 힘들어지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의료의 근간이라고 하는 내과학회도 마찬가지다. 지난 10월 24일 추계학술대회에서 '한국의 내과 어디로 가야하나?'를 주제로 창립 7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고, "내과가 무너지면 한국의료의 근간이 무너진다"며 내과를 살릴 수 있는 방법으로 최근 호스피탈리스트(입원환자전담전문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 대한내과학회는 10월 24일 '한국의 내과 어디로 가야하나?'를 주제로 창립 7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모학회와 분과학회 간 괴리…학문적 통합 절실

학회의 발전은 세부적인 영역으로 확대됐지만, 부작용도 함께 따랐다. 모학회를 기반으로 분과학회, 그리고 다양한 세부전문학회들이 연이어 생기면서 모학회의 역할과 기능이 축소되고, 학문적 통합도 이루지 못했기 때문.

실제로 신경정신의학회는 22개 지부학회, 23개 전문학회, 대한신경정신과의사회로 구성되는 등 모학회의 손이 닿지 않을 만큼 팽창했다.

내과학회도 9개 연관학회와 각 연관학회 산하의 세부전문학회로 구성되는 등 회원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줄 다양한 학회들이 창궐했다.

하지만 내과 전공의 수련과 1차의료를 담당하는 내과 전문의의 평생 교육은 연관학회가 추구하는 학문적 분화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대한내과학회와 연관학회 간의 학문적 통합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내과학회는 통합학술 세션이나 심포지엄을 기획하고 있으며, 전공의 수련과 전문의 평생교육, 그리고 향후 신설될 호스피탈리스트의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힘스고, 모학회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소아과학회도 9개의 분과학회가 활동하는 등 70주년을 맞이한 다른 학회들의 처지와 별반 다를게 없어 앞으로 모학회의 역할과 기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의 활동은 너무 좁다…이제는 세계 무대로

국내 학회는 최근 20년전부터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만큼 학술활동이 성장했으며, 세계학회에서도 국내 의사들이 주요 강연을 할만큼 위상이 높아졌다.

대표적으로 내과학회과 피부과학회는 세계학술대회를 개최할 만큼 성장했다.

이수곤 내과학회 이사장은 "다양한 국제활동을 통해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2014년 세계내과학회(WCIM) 성공적 개최 등 국제활동을 하고 있고, 세계 의학발전에 기여하는 최고의 내과학회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피부과학회는 2011년 세계피부과학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을 비롯해 많은 국제학회를 개최하는 등 국내외적인 위상을 높이고 있다.

비뇨기과학회와 영상의학회도 국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명수 비뇨기과학회장은 "대외적으로도 대한비뇨기과학회의 위상을 높이고 국내뿐 아니라 국외 연구자들과 선도적인 연구를 진행하기 위한 국제 학회의 유치 및 성공적인 개최, 학회지의 SCI(E) 진입, 국내 젊은 연구자들의 해외 연수 지원, 훌륭한 국내 연구자들의 해외 유수학회에서 주도적인 위치 확립 등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류경남 영상의학회 기획이사는 "우리나라의 영상의학은 해외에서도 학문적인 성과를 인정하고 있으며, 앞으로 해외 학회들과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학술활동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제도개선에 능동적 대처

학회들이 학문적 발전에만 신경을 쓰는 동안 정부의 정책, 그리고 보험수가 개선 등 건강보험제도와 관련된 일에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뿌리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근간이 사라졌고, 각 학회들은 정부의 정책 변화에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모양새가 됐다.

대표적인 것이 보험수가 정책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고, 그 다음이 전공의 수급과 관련된 문제였다.

실제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모든 학회들은 보험수가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목표로 정했으며, 좀 더 나은 진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학회 뿐만 아니라 개원가와 공조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소아과학회는 대정부 활동을 강화해 소아·청소년과 관련된 정책 수립에서 자문역할을 강화함으로써 올바른 정책 수립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우리사회가 경제 양극화의 고통과 높은 자살률·학교 폭력·인터넷 게임·세월호 사건을 통해 정신건강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활동의 범위를 지역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비뇨기과학회도 제도개선에 능동적으로 임하겠다는 각오다. 주명수 비뇨기과학회장은 "학회의 역량을 총 결집해 의료정책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학회의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한비뇨기과학회 창립 70주년 기념 테이프 커팅식이 열렸다.

국민·개원가와 함께하는 학회로 거듭나야

학회의 규모가 커지고, 세분화되면서 최근 공통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이 국민과 함께하는 학회, 그리고 개원가와 함께하는 학회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강진한 소아과학회장은 "학회의 전문성, 회원들의 실질적 경영 개선 방안, 분과학회와의 협조를 통한 획일적 학회 운영, 회원들 간의 연령 및 시대적 차이의 극복, 회원들의 학회를 위한 자발적 참여 의식 고취 등을 심도 있게 생각해야할 시기"라고 말했다.

또 "분과학회와 개원의협의회를 위한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지속적으로 찾아 해결하려는 노력과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엿다.

국민들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려는 학회도 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1968년부터 4월 4일을 정신건강의 날로 제정하고, 국민적 무관심으로 부터 소외받고 있는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에게 치료와 사회복귀의 기회를 제공해오고 있다.

피부과학회는 학회의 단합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대한피부과의사회와 공동으로 학술대회 및 심포지엄을 개최해 피부과 개원회원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 것이 대표적이다.

내과학회는 지난 창립 70주년 행사에서 '우리는 보건의료의 중심학회로서 의료선진화에 앞장서고 국민건강을 책임진다'는 미션과, '최고의 내과학회, 국민의 내과의'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면서 또 다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