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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아파도 마음은 풍요로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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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12.1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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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산재병원 '잡 코디네이터' 활동 눈길
직장 복귀율 제고 작업능력 평가·강화 프로그램 도입
▲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에서 산재 환자를 대상으로 선보이고 있는 판화 공예 프로그램 & 근로복지공단 대전병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미술 치료프로그램.

김윤찬씨가 사고를 당한 것은 2014년 7월 1일. 선실 가구를 제작하는 한일산업에서 목수로 근무한 지 13년차인 김 씨였지만 사고는 순식간이었다. 합판을 재단하려 손을 내민 순간 전기톱이 스쳤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절단 사고는 면했지만 엄지와 검지 손가락 골절과 함께 혈관·신경·인대가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목수인 김씨에게 손가락 부상은 치명적이었다. 

두 번의 큰 수술과 두 달 가까운 입원이 그를 기다렸다.
"목수가 손을 제대로 쓸 수 없다는 게 가장 두려웠습니다."

일손을 놓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할 무렵 이인우 한일산업 대표가 그의 병실로 찾아왔다.

이 대표는 "목수 일을 못하게 된다면 손에 무리가 가지 않는 도장 업무와 자재관리를 하면 된다"며 손을 잡았다.

희망이 생겼다.
속내까지 털어놓으며 지내던 김수경 근로복지공단 부산지역본부 잡 코디네이터도 직장 복귀와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불안해 하던 그에게 용기를 줬다. 김 코디네이터는 창원병원은 물론 직장동료 화합 프로그램까지 동행하며 김 씨를 응원했다.

지금까지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 전문가인 잡 코디네이터가 산재근로자와 사업주와의 심층 면담과 직장복귀지원금 등을 통해 원직장 복귀를 유도해 왔다.

▲ 집단 상담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산재환자가 잡 코디네이터에게 받은 꽃을 받아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하지만 장기요양과 신체장애로 원직무 수행이 어렵고, 재발 가능성이 있다며 사업주가 복귀를 거부하는 사례가 많아 치료가 끝난 후에도 원직에 복귀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산재근로자의 작업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작업능력을 강화하는 훈련 프로그램.

'작업능력평가'는 의학적 검사를 통해 산재근로자의 신체기능과 작업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후 이를 바탕으로 직업복귀 소견서를 발급하는 제도. 2012년 안산·인천·대구·순천 병원에 도입했으며, 올해 1월부터 대전·창원 병원까지 확대했다.

'작업능력강화 프로그램'은 작업능력평가 결과, '원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소견이 있는 경우, 2∼12주 동안 신체기능 향상을 위한 훈련과 수행 직무에 맞는 모의·현장 훈련(잡 시뮬레이션)을 통해 원직무 수행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2014년 안산·대구 병원에서 시범 실시했으며, 올해 4월부터 인천·창원·순천·대전 병원까지 확대했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2014년 작업능력평가를 통해 직업복귀소견서를 발급받은 329명의 원직장 복귀율은 71.8%에 달했다. 기존 프로그램의 원직장 복귀율(48.2%) 보다 23.6% 더 높은 수치.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원직복귀 전 산재근로자의 현재 상병 상태와 예전의 일을 다시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하고, 작업능력 강화가 필요한 경우에는 신체기능 향상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은 산재 환자를 위해 도자기 공예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창원병원 의사는 작업능력평가를 받기 위해 찾아온 김 씨에게 긍정적인 소견을 내놨다.
직장에 복귀한 뒤 김 씨는 현재 목수 일보다 손을 덜 쓰는 도장업무와 자재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직업복귀소견서와 '작업능력강화 프로그램'이 큰 힘이 됐다.

"사고 이전보다 마음이 더 편해졌어요. 욕심을 내려놓게 됐다고나 할까요? 이번 사고를 통해 근로자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공단의 진심을 느꼈습니다. 큰 의지가 됐고 정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직장에 복귀하면서 회사와 동료들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는 김 씨는 "비록 몸은 다쳤지만 마음은 더 풍요로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환자 마음은 물론 가족까지 살펴

근로복지공단 직영병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주간재활센터는 산업재해 이후 겪게 되는 근로자의 고통과 어려움을 동료들과 함께 나누며 각 분야의 전문가(재활의학전문의·재활간호사·사회복지사·임상심리사·미술재활교사·물리치료사·작업치료사·영양사·외부 전문 강사)를 통해 재활 의욕을 높여 사회복귀를 돕고 있다.

주간재활센터는 집단상담 치료·미술·음악·악기배우기·서예·생활 공예·소풍·영화관람·요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근로복지공단 직영병원에서는 산재근로자들의 신체적 재활은 물론 마음까지 치료함으로써 직장과 사회 복귀를 앞장기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가족 상담·리마인드 웨딩촬영을 통해 환자 가족의 마음까지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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