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민사합의 15부는 지난 14일 이모씨가 부주의한 초기진찰로 질환이 악화됐다며 G의료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8,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의 병명 진단이 쉽지 않은 점과 K의료원에서 신속히 수술을 했다고 하더라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에 비춰 피고의 책임을 20%로 제한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결국 초진 부주의에 대한 경종으로 결론이 났지만 이면에는 의심이 가는 환자에게 CT조차 마음대로 찍을 수 없도록 하고 있는 보험규제의 장벽이 도사리고 있다.
본지가 지난해 3월 창간특집으로 실시한 회원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사 2명 중 1명이 의료분쟁 경험이 있다고 답했을 정도로 의료분쟁이 빈번한 실정이다. 특히 최근의 판결을 보면 예전과 달리 환자가 의사의 과실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강화되고 있다. 환자 승소율도 점점 높아져 1990년대 초 20% 불과하던 것이 최근에는 60%를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분쟁이 대폭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배경에는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와 의료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우선 꼽을 수 있다.
여기에 의료전문변호사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달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는 신규 법조인 800명 중 예비판사 110명, 검사 90명, 군입대 169명 등 진로가 결정된 369명을 제외한 431명은 법무법인, 기업체, 기관 등의 문을 노크해야 하는 형편이라고 한다. 변호사 과잉시대에 의료, 노무 등 전문분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하다. 의료분쟁은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의료분쟁의 증가와 소송비용이 높아지는 것도 문제지만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의사들의 방어진료가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눈에 드러나지 않는 방어진료의 피해는 결국 환자들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재판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설명의 의무는 치료결과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그럴 시간에 단 1분이라도 더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진정으로 환자를 위한 것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아쉽다. 의료현실을 십분 감안한 법원의 판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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