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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음성유방암, 아바스틴 급여돼야"

"삼중음성유방암, 아바스틴 급여돼야"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5.11.3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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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화 고려의대 교수(혈액종양내과)

박경화 고려의대 교수
유방암처럼 치료법이 발달된 암이 있을까?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 여성 7~8명 중 1명은 살면서 한 번 유방암에 걸린다고 할 정도로 발생률이 높다보니 질환 연구와 치료법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예후가 가장 나빴던 HER-2 타입 유방암 역시 표적항암제 '허셉틴'이 출시되면서 상황은 호전됐다. 이처럼 유방암의 아형별 치료법이 획기적으로 발전했지만 '삼중음성유방암' 치료 분야에서는 딴세상 얘기다.

에스트로젠과 프로게스테론, HER-2 수용체에 음성인 삼중음성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환자 중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조기발견해도 다른 아형 유방암보다 수술 후 재발과 전이가 잦아 치료가 어렵다. 불과 몇 년 전에서야 삼중음성유방암이 여러 특성이 있는 암이 섞여 있다는 것도 알았다.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의 최신 지견을 듣기 위해 만난 박경화 고려의대 교수(혈액종양내과)는  "그동안 여러 특성이 있는 암을 한 가지 암을 치료하는 방법만을 통해 해결하려 했다니..."라며 아쉬움에 말을 흐렸다.

그나마 최근 들어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이 '무진행 생존기간'을 연장하고 적응증을 승인받으면서 삼중음성유방암 치료 분야에 온기가 돌고 있다. 물론  HER-2 양성 유방암에 대한 허셉틴의 드라마틱한 효과를 생각하면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아쉬움에 최근들어 표적항암제가 주목받던 2000년대 중후반에 비해 드라마틱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박 교수는 세계적인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의 목소리를 빌려 말했다.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매일 세 시간씩 첼로 연습에 몰두하는 카잘스에게 '아직도 연습이 필요한가'라고 묻었더니 늙은 거장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매일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다."

<일문일답>

삼중음성유방암이란?

에스트로젠과 프로게스테론 및 HER-2 수용체 등에 음성인 유방암이다. 전체 유방암 중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수술 후 재발과 전이가 잦아 치료가 까다롭다. 뇌나 뼈로 전이도 잘 된다.

삼중음성유방암에 유전자 변이는?

안젤리나 졸리 유전자로 알려진 'BRCA1·2' 유전자 돌연변이 환자가 삼중음성유방암에 주로 걸린다. 물론 다른 서브 타입도 있다.

BRCA1·2를 강력한 드라이버라는 말인가?

그렇다. 이에 BRCA 1·2 유전자를 타깃으로 하는 약 개발이 몇 년 전부터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유방암에 적응증이 없거나 혹은 임상에 문제가 생겨 현재 국내에서 이를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는 없다. 최근에는 면역항암제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연구가 발표됐지만 3상 연구가 막 시작됐다.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는 재발이나 전이된 후 평균 2년 전후 생존하기 때문에 신약을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또 하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것은 삼중음성유방암은 다른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보다 젊은 환자가 많이 걸린다. 30~40대 젊은 환자가 아프면 사회적으로도 손실이 크다. 한창 일을 하거나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암이 발생하면 참 난감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한국 유방암 환자는 이런 세계적인 특성을 앞서간다. 서구 국가보다 평균 발병 연령이 약 15년 정도 짧고 최근 15년 사이 발병률이 3~4배 정도 늘었다. 일본 유방암 발생률이 높은 편인데 현재는 한국이 일본을 추월할 정도다.

아바스틴 국내에서 허가된 유일한 삼중음성유방암 표적치료제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는 전이성 유방암의 1차 치료제로 권고되고 있다. 국내 학회 가이드라인은 어떤가?

삼중음성유방암이 재발하면 생존 기간이 짧다. 초기 치료에서 1차 치료옵션으로 종양의 양을 줄여주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표적치료제가 아바스틴이다. 삼중음성유방암에 대한 아바스틴 임상시험 데이터를 살펴보면 무진행 생존기간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항암제로만 치료한 경우 항암 치료를 5개월 동안 하면 보통 다른 항암제를 써야 하고 이런 2차 치료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대략 2~3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2~3개월마다 항암제를 바꿔야 하는데 그때마다 힘든 항암 치료 적응과정을 거쳐야 한다.

얼마 전 한 환자가 6∼7번까지 항암제를 바꿔야 했는지 옆에서 지켜보기도 힘들 정도로 환자의 고통이 컸다. 아바스틴을 쓸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바스틴이 급여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삼중음성유방암에 대한 아바스틴 효능은?

아바스틴은 임상시험에서 무진행 생존기간 연장을 입증했다. 개인적인 임상경험으로도 아바스틴을 사용하면 환자의 '튜머 버든(tumor burden)'이 확실히 준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부작용이 심각하지 않아 환자 삶의 질도 훼손되지 않는다. 경제적인 상황만 허락한다면 아바스틴을 쓴다.

유방암처럼 환자 맞춤치료가 가능한 암은 흔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병기가 진행된 상황이라도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사는 동안의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 이것이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허셉틴이나 글리벡 이후 혁신적이라 불릴 정도의 표적항암제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 같다. 표적항암제가 한계에 부딪힌 것은 아닌가?

표적항암제의 성공 스토리를 꼽는다면 허셉틴과 글리벡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초기 암부터 말기까지 병기에 상관없이 효과가 있고 부작용이 적기 때문이다. 유방암에서 HER-2 타깃을 발견하고 허셉틴을 개발한 슬레이먼 박사에게 노벨상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허셉틴은 환자 면역 반응과 연결된 향후 항체 치료제 개발과 생물학적 제제를 환자에게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패러다임도 확립했다. 유방암 뿐 아니라 암 치료 전반에서 허셉틴은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허셉틴을 위암에 적용할 때도 같은 개발 과정을 거쳤다. 허셉틴의 성공으로 퍼제타도 개발했고 'TDM-1(상품명: 캐싸일라)' 치료제도 만들었다. '크리조티닙(상품명: 잴코리)도 의미가 큰 치료제다. 허셉틴의 사촌 격인 'TDM-1'도 2·3차 치료 시 탈모 부작용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환자 중 TDM-1 임상에 참여한 환자가 있는데 현재 36회 투여를 받았다.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항암치료를 병행하고 있는데 일상 생활에 문제가 없다. 좋은 표적항암제는 계속 개발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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