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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치료불응 갑상선암 표적항암제 투여 적기는?

기존 치료불응 갑상선암 표적항암제 투여 적기는?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5.11.2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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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기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송영기 울산의대 교수
무려 갑상선암 치료에서도 애를 먹는 경우가 방사성 요오드 치료에 불응하는 진행성 분화 갑상선암이다. 방사성 요오드를 지속해서 투여해도 반응하지 않거나 처음부터 아예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해당된다.

지난해부터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가 불응성 진행 분화 갑상선암 치료에 급여되면서 딱히 치료방법이 없던 진행성 분화 갑상선암 영역에 새 옵션이 생겼다.

송영기 교수를 최근 만나 방사성 요오드 치료에 불응하는 진행성 분화 갑상선암에 대한 최신 치료지견과 넥사바의 임상경험 등을 들었다.

<일문일답>

갑상선암은 비교적 치료가 쉬운 암 아닌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전체 갑상선암 환자 중 5% 내외가 원격전이된다. 원격전이를 동반해도 동위원소, 즉 방사성 요오드를 투여하면 조절되는 경우가 1/3이다. 나머지는 반응이 좋지 않고 일부 환자는 처음부터 동위원소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이런 방사성 요오드 치료 불응 진행성 분화 갑상선암에 대한 치료방법이 많지 않았다.

표적항암제 '넥사바'가 급여되면서 동위원소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의 생존기간이 늘어났다. 아직 국내에서는 불응 환자에게 표적항암제를 쓰기보다 기존 동위원소 치료를 유지하려는 경향도 있지만 표적항암제를 적기에 쓰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임상경험상 일단 표적항암제를 일찍 쓰면 쓸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늦게 쓴다고 효과가 없지는 않았지만 조기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에 불응할 때 곧바로 넥사바를 써야 한다는 말인가?

동위원소에 반응한다면 동위원소를 계속 사용하는 것이 정답이다. 동위원소에 반응하지 않으면 몇 년 동안 상태를 보면서 표적항암제 사용 적기를 찾아야 한다. 넥사바 말고 또 다른 표적항암제 '렌바티닙'이 최근 국내 허가를 받아 선택의 폭이 더 넓어졌다.

넥사바만 있을 때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더 이상 쓸 치료제가 없어 조심스러웠다. 이젠 치료제가 두 가지가 됐으니 보다 과감하게 쓸 수 있다. 치료제를 상대적으로 조기에 쓰면 그만큼 이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몇 년 지나 효과가 없어지면 렌바티닙을 쓰면 된다. 렌바티닙은 내년쯤 급여될 것으로 기대한다.

방사성 요오드 불응 환자를 미리 알 수 있는 마커는 없나?

현재는 없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해보기 전까지는 알기 어렵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에 웬만하면 듣는다고 생각하는 의사가 있는데 실제로 반응하는 환자는 1/3 정도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누구나 한 번은 해보지만, 효과가 없으면 또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 한번쯤 더 해볼 수 있겠으나 더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최근 유전자 등 생물학적 표식자에 대한 연구를 통해 마커를 찾아보려는 시도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넥사바의 적정투여 시점에 대한 국내외 지침이 있나?

방사성 요오드 치료에 반응이 없는 경우 넥사바를 투여하면 된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통해 조금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으나 병변이 커질 때를 '반응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수 차례 방사성 요오드를 투여했지만 병변이 줄지도, 늘지도 않을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논쟁은 진행형이다.

치료에 반응해 병변이 커지지 않는 것이라며 효과가 있다는 의견도 있고, 효과없이 이상반응 가능성만 커진다는 견해도 있다. 의견은 제각각이지만 이런 상태에서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계속한다해도 완치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에는 의견이 일치한다.

방사성 요오드를 어느정도까지 투여한 후 반응이 없다고 생각하면 되나?

팽팽한 찬반의견이 있어 '얼마 이상 투여 후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하지 마라' 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30여년 전에는 방사성 요오드를 투여하는 기준이 누적 용량 1000mCi까지였고 섭취가 있다면 여기서 50%를 추가로 더 투여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600mCi를 넘어가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니 치료방법을 바꾸라고 권고한다. 프랑스의 슐럼버제 교수가 그런 견해를 가진 대표적인 의학자다.

그럼 국내에서는 600mCi를 치료 변경의 기준으로 삼나?

그렇지만도 않다. 참고할만한 견해라는 말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불응성 갑상선암 환자의 치료 가이드는 없나?

국제갑상선암학회(ITC)가 최근 '암 치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흥미로운 점은 TKI 치료를 '3차 병원(Tertiary Hospital)'이 아닌 전문화된 센터에서 받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전역에 갑상선암 센터라고 할 만한 곳은 5∼6곳 정도다. 경험이 충분하지 않으면 치료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만큼 환자경험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자기 환자를 다른 의사에게 잘보내지 않는 국내 문화에 아쉬움이 있다.

TKI 치료는 한 두 케이스 해보고 덤벼들어서는 안된다. 2007~2008년 임상연구 설계 때부터 지금까지 7∼8년 정도 넥사바를 사용했는데 개인적으로 최소 50명 정도의 치료경험이 축적돼야 자신있게 사용할 수 있다고 본다. 국내에서 방사성 요오드 치료에 불응하는 환자는 매년 몇 백명 정도다. 충분한 경험이 있는 국내 4∼5개 센터가 이런 환자를 전문적으로 보는 것이 맞다. 경험이 없는 곳에서 치료를 받다가 표적항암제로 인한 부작용에 잘 대처하지 못해 사용을 중단하면 다시 급여받을 수 없는 낭패를 맞는다.

여기서 말하는 센터란 흔히 말하는 대형병원이나 3차 의료기관이 아니다. 모든 전문가가 모여 신속히 조치할 수 있는 특화된 경험과 시스템을 갖춘 몇몇 기관을 말한다. 이런 곳에서 불응성 환자를 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넥사바를 임상에서 쓰면서 느꼈던 특징은?

급여결정에 기반이 된 'DECISION' 연구결과에 따르면 넥사바 치료군의 '무진행 생존기간'이 10.8개월로 위약군 5.8개월보다 5개월 더 길었다. 위약군보다 무려 질병진행이나 사망위험을 41%나 줄인 결과다.

임상시험과 별개로 넥사바를 10년 이상 사용했다. 임상시험을 하기 전부터 '오프라벨'로 사용했다. 넥사바는 부작용이 드문 항암제다. 피부 발진이나 손발 물집 정도다. 아프고 고통스럽긴 하지만 솔직히 다른 항암제의 부작용을 생각하면 부작용 축에도 끼지 못한다. 3∼4달 정도만 잘관리하면 문제되지 않는다.

그에 비해 렌바티닙은 효과가 훨씬 강력한 대신 부작용도 치명적이다. 렌바티닙은 임상시험 과정에서 부작용으로 6명이 사망했다. 넥사바의 중대 부작용이 피부발진 정도인데 렌바티닙은 혈전이나 색전증, 극심한 고혈압, 신증후군 정도의 단백뇨 등 처치하기 곤란한 중증 부작용이 많다. 효과와 부작용이 강한 만큼 뼈까지 전이된 중증의 경우 렌바티닙을 쓴다. 보통 뼈로 전이되면 보통 넥사바가 잘듣지 않는다.

결국 넥사바를 먼저 사용하고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 렌바티닙으로 전환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렌바티닙을 사용하는 중이라도 암이 진행되면 넥사바를 쓰기도 한다. 그럴 경우 대부분 효과를 보기 때문에 어느 것을 먼저 사용해야 하는가가 큰 문제는 아니다.

갑상선암 의료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갑상선암 치료는 한 가지 방법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수술이 중요하긴 하다. 수술을 통해 뗄 수 있는 종양은 떼어내야 그 다음 다른 치료를 할 수 있다. 외과 의사가 아주 정교하게 수술을 잘 해야 한다. 요즘처럼 아주 초기 환자를 치료한다고 해도 최소 15∼20% 환자는 수술만으로 완치되기 어렵다. 그런 환자에게는 동위원소 치료가 절대적이다. 동위원소 치료를 받으면 절반이 완치된다. 문제는 나머지 절반이다.

그 상태에서는 종양이 자라는 것을 최대한 억제해 진행을 늦춰야 한다. 그 상태로 몇 년, 몇 십 년을 정교하게 추적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결국 종양이 커져 문제가 된다. 마지막에 최선을 다해 환자가 불편하지 않게 몇 년 더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TKI 치료의 역할이다.

첫 치료인 수술이 제일 중요하고 수술로 완치가 안되는 환자는 괴롭더라도 몇번이고 동위원소 치료를 해야 한다. 더는 동위원소 치료가 도움이 안된다면 표적항암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가능하면 빨리 경험이 충분한 전문 센터로 보내야 한다. 효과가 없는 동위원소 치료를 계속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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