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현장엔 '무책임한 정부'만 있었다"
"혼란의 현장엔 '무책임한 정부'만 있었다"
  • 고수진 기자 sj9270@doctorsnews.co.kr
  • 승인 2015.11.17 0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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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창립 107주년 기념 인터뷰]
내가겪은 메르스 -메르스 최전선 평택 지역에 역학조사관으로 파견된 A 공보의
 

지난 6월 당시 메르스 사태의 최전선으로 불렸던 평택에는 역학조사관 인력이 부족해 22명의 공보의가 파견됐다. 각 지역에 있는 내과 전문의들이 역학조사관으로 임무를 맡게 된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역학조사관으로 파견됐던 A 공보의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무책임한 정부만 존재했다고 회고했다.

A 공보의는 <의협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파견 바로 전날인 금요일 저녁 6시에 연락이 와 다음날 9시까지 집결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날이 주말이기 때문에 개인 일정이 있을수도 있고, 진료가 있을 수도 있는데 무조건 다음날 집결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가까운 지역에 있는 공보의뿐만 아니라, 전라남도에 있는 진도·완도 등의 섬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보의까지 통보를 받은 것이다.

A 공보의는 "역학조사관이 모자라니까 공보의를 파견한 것인데 기준도 없고 막무가내로 지역에 상관 없이 다음날까지 집결하는 것이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추가 공보의 파견은 단지 질병관리본부가 역학조사관을 투입해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도 부실했다. 기존 업무를 하던 역학조사관이 역학조사관의 업무만 간단히 설명했을 뿐이다. A 공보의는 "평택에 갑작스럽게 파견됐지만, 한동안 임무는 주어지지 않았다.

제대로 된 설명이나 교육도 없이 숙소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며 "질병관리본부조차도 우왕좌왕하며 전반적인 상황을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지 못했다. 어떤 일을 시켜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 평택에 역학조사관으로 파견된 A공보의는 메르스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무책임한 정부'만 존재했다고 말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 없음>.

공보의는 국가에 소속된 공무원 신분인데도 정부의 보호 조치는 허술했다. 메르스 환자를 진료할 때 보호장비 착용도 없었다. 모든 것을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는 "공보의들은 언제든지 불러다 써도 되는 값싼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필요에 의해서 부르지만, 결국 배려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당시 식비나 숙박비는 모두 사비로 충당해야 했다. 갑작스럽게 동원되다보니 사후에 정산해주겠다는 약속만 한 것이다. 다행히 지출한 비용은 8월이 돼서야 지급됐다.

파견된 공보의는 비상진료소에서 의심환자 확진검사를 분류하는 일을 맡게 됐지만, 이조차도 굳이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10명이면 충분히 할 일인데도 기존 34명에서 22명까지 투입된 것이다.

A 공보의는 "우리는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하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데, 제대로 된 업무도 없었다"며 "질본은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업무를 처리했다. 의료인력이 필요한 지방에서는 오히려 공보의가 파견 나가면서 의료공백이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으로 일어날 감염병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학조사관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감염병이 발생하면 그때서야 인력을 추가 투입하고 어떤 업무를 맡겨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시스템은 개선돼야 한다"며 "역학조사를 담당하는 전문인력을 제대로 교육하고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군대에서도 전쟁이 났을 때를 대비해 비상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교육하고 있는데, 감염병과 같은 국가 비상사태에서는 아무런 준비가 없다"며 "가이드라인을 체계적으로 만들고 담당할 업무를 전달하도록 역학조사 현장에 전반적인 상황을 관리감독 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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