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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재난 노출 의료진 우울·스트레스 시달려"

"감염재난 노출 의료진 우울·스트레스 시달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5.11.17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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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창립 107주년 기념 인터뷰]
내가겪은 메르스 -메르스 의료진 상담한 이소희 과장

 

메르스라는 국가적인 재난의 현장에서 환자를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치료에 매진했던 의료진의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는 언론보도를 통해 간헐적으로 알려졌지만 메르스 후속 대책을 논의하는 수 많은 토론회·심포지엄·간담회에서도 간과된 채 묻히고 있다.

메르스가 한창 유행할 때 재난현장에 노출됐던 의료진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지켜봤던 이소희 과장(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은 이번 메르스 사태를 '국가 재난사태'에 비유하면서, 일반 재난이 아닌 감염재난이었기에 치유되고 복구되는데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한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감염재난은 일반재난과 달리 재난 현장에 생업을 이어가는 의료진이 그대로 노출돼 있기 때문에 의료진이 곧 재난경험자가 된다.

눈에 보이는 재난이 아니라 바이러스성 감염재난이기 때문에 공포감도 더 컸다"며 "처음에 원인이 잘 밝혀지지 않은 감염이었고, 신종감염병의 특성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재난상황에 그대로 노출돼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덧붙였다.

이 과장은 "재난현장에 있었던 일부 의료진을 상담한 결과 그 때 상황이 계속 꿈에 나타나고 잊혀지지 않는다고 한다. 더군다나 심패소생을 했던 경험, 피가 흥건한 상황 등도 계속 떠올라 힘들어 했다"고 전했다.

또 "확진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이든, 발생하지 않은 의료기관이든 의료기관에서 근무했던 의료진은 언제 어떤 상황을 겪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생업현장에서 일을 했다"며 "가족들에게 미치는 영향, 만약 문제가 생기면 의사로서 드는 죄책감, 사회의 따가운 시선 등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 등도 함께 겪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확진자가 발생했던 의료기관은 감염 공포와 사회적 낙인감이 문제가 될 수 있고, 확진자를 치료했던 의료진은 감염 공포, 업무 소진에 취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과장의 상담내용에 따르면 "격리병동에 근무했던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가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을 안고 근무할 수밖에 없으며, 치료 현장에 있었던 의료진은 그 때 상황이 계속 꿈에 나타나고, 잊혀지지 않아 힘들어 하고 있다. 환자 사망 경험, 심폐소생을 했던 경험이 있는 의료진은 더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 이소희 과장(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이 과장은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한 의료진도 장비 착용에 따른 부담감, 직접 의심환자와 대면해야 하는 상황, 땀을 많이 흘리다보니 감기로 인한 고열로 고생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많은 병원의 의료진이 당시 근무 중 열만 발생해도 자택격리가 되는 상황을 겪게 되면서 불안감은 물론 화병도 생기고 답답했을 것을 생각하면 감염재난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해 앞으로 많은 고민을 할 필요가 있음을 알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현재 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회에서는 감염병 관련 정신건강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메르스 등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면서 의료진을 비롯해 격리조치 됐던 일반 국민들의 스트레스가 심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 용역으로 관련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심리치료프로그램은 나와 있는 것이 없다"며 "의료인들의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어떻게하면 줄일 수 있을까 등의 내용이 매뉴얼에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과장은 "외국 문헌을 보면 사스 이후 의료진의 20∼50%가 우울증 및 스트레스 증상 등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메르스 사태가 한창일 때 스트레스 반응(진단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이 20∼30% 정도가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들이 평소 처럼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보상정책이 너무 물질적인 것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도 지적했다. 이 과장은 "많지는 않지만 메르스 때문에 피해를 입은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고 있어 다행스럽다. 의료진 및 병원 종사자들이 메르스로 인한 스트레스를 치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장은 "우울증이나 스트레스에 대해 상담을 받고 싶어도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할 수도 있고, 상담을 통해 자신이 이같은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답했을 때 올 수도 있는 불이익 등이 거짓된 상담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메르스를 겪었던 의료진에게 업무시간 조정이나, 휴가 등을 통해 쉴 수 있도록 하고, 자신의 고통이나 괴로움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치유프로그램'에 들어갈 수 있다"며 "정부는 이같은 부분까지 고려해 비용 손실을 책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이번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모든 의료기관들이 메르스 확진 환자 경유 및 치료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는데, 앞으로는 감염병 전문병원이 꼭 만들어져서 이 곳에서 집중적인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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