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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폐쇄 조치가 메르스 확산 막았다"

"병원 폐쇄 조치가 메르스 확산 막았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5.11.17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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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창립 107주년 기념 인터뷰]
내가겪은 메르스 -100여 투석환자 곁 지킨 손준성 경희의대 교수

 

지난 6월 5일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의료센터를 찾은 환자가 이틀 뒤인 6월 7일 확진판정(76번)을 받으면서 강동경희대병원은 긴장감에 휩싸였다.

이어 강동경희대병원에서 두 번째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165번 환자가 100여명의 환자들이 이용하는 투석실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평택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처럼 메르스 확산 병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강동경희대병원이 뚫리면 2차, 3차 감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강동경희대병원은 감염내과·신장내과를 중심으로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했고, 병원폐쇄라는 결단을 내렸다. 이는 결과적으로 메르스 확산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하면서 현장에서 인공신장실 투석환자를 책임지고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손준성 경희의대 교수(강동경희대병원 감염내과)는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뒤 곧바로 병원을 폐쇄조치한 것이 메르스 확산을 막고, 빨리 극복하는 밑거름이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손 교수는 "메르스 확진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서 대거 발생하면서 인접한 곳에 위치한 우리 병원에도 메르스 환자가 올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또 "감염관리 준비를 하면서 대처방안을 세워놓았지만 매뉴얼에 따른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6월 5일 첫 환자가 발생해 당황스러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매뉴얼에 근거해 곧바로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정부에서 발표한 감염관리 단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격상하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부에서 발표한 것이 1단계였다면, 강동경희대병원은 직접접촉·호흡기접촉·간접접촉에 대비해 3단계 상태로 대응했다.

손 교수는 "환자가 병원 내에 머물렀던 시기에 있었던 공간의 모든 사람들, 그리고 공간을 소독해서 음성으로 나올 때까지 관리를 했다.

처음에는 관리를 해야 할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부담이 됐지만, 처음 노출자를 파악하고 직·간접적으로 노출됐다고 판단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가격리 및 능동격리를 했기 때문에 메르스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모든 발열자와 유증상자에 대한 조사와 의무기록 확인을 통해 8000여건을 감시확인했으며, 의심이 되는 경우 선제적인 격리와 확진검사 과정을 거쳐 환자 여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환자에 의해 노출된 구역 외에도 전 부서에 대한 환경소독을 7차에 걸쳐 시행함으로써 메르스 바이러스에 의한 오염을 방지했고, 이로 인해 서울시와 질병관리본부에서 시행한 환경배양검사에서 병원 전 구역에 걸친 바이러스 검사가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 손준성 경희의대 교수(강동경희대병원 감염내과)

손 교수는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강동경희대병원에서는 확진 환자 내원 후 2차 감염으로 퍼져나간 환자는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이 모든 과정에서 전 직원이 하나되어 노력했다"고 말했다.

강동경희대병원은 인공신장실에 입원해 있는 100여 명의 환자를 제외하고 모든 환자(중증환자 60여 명 제외)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킨 뒤 병원을 아예 폐쇄조치하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주목받았다.

손 교수는 "다른 중환자들도 있었지만 면역력이 약해진 투석실 환자의 감염이 가장 우려됐기 때문에 폐쇄조치를 하게 됐다"며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병원 임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폐쇄조치 이후 투석환자들은 최대한 1인실 격리 및 투석 결정을 내렸는데, 가장 시급했던 것이 인력과 장비였다"며 "정부·지자체·학회·병원·군 시설 및 인력 지원 등 연락할 수 있는 곳은 모두 연락하기도 했다"고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손 교수는 "인공신장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료진(의사·간호사)들이 메르스에 노출돼 자가격리 등의 조치를 당하면서 인력이 매우 부족했는데, 대한신장학회에서 지원한 신장내과 의사 1명을 비롯해 투석 간호사 27명이 강동경희대병원에 파견돼 투석환자들을 문제없이 진료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메르스와 사투를 벌인 강동경희대병원 의료진과 행정직원들에 대한 지역 내 주민들의 찬사도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강동경희대병원이 메르스 유행을 대처하는 과정에서 지역주민들께서 보여준 응원과 격려는 의료진에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역주민들은 60여 개나 되는 격려 현수막을 병원 입구에 걸어주고, 각종 구호품과 음식, 격려편지들을 끊임없이 보내 의료진들을 울리기도 했다.

손 교수는 "앞으로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의 유행은 계속 반복될 것이므로 이번 경험을 잘 활용해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역량만으로 조기에 대응체계를 갖추기 어렵다면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민관이 함께 상시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고, 현재로서는 유일한 선택이기도 하다"고 제안했다.

의료진의 상처가 아직 남아있는 것도 안타까워했다. 손 교수는 "의료진들의 상처가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에 주변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고, 특히 격리조치 됐던 간호사들이 더 많기 때문에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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