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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아픔 막는 진료에 '신뢰'…한결같은 '의사'
더 큰 아픔 막는 진료에 '신뢰'…한결같은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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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1.17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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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의사선생님을 소개합니다'
공모전 최우수작…[작은 병원, 큰 역할-'김기중내과']

대한의사협회는 창립 107주년을 맞아 환자들의 건강지킴이로서 1차 진료현장에서 활동하는 동네의사들을 소개함으로써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관계를 돈독히 하고 원만하고 친밀한 의사상을 발굴하기 위해 '우리동네 의사선생님을 소개합니다' 공모전을 실시했다.

공모는 지난 10월 5~31일까지 '스토리텔링'·'사진&소개글' 부문으로 나뉘어 시행됐다.

■ '우리동네 의사선생님을 소개합니다' 공모전 입상작

 

부문 제 목 이름 수상내역
스토리텔링 작은 병원, 큰 역할-우리 동네 '김기중 내과' 박익범 최우수상
  그분이 그리울지도 모르겠다 장미자 우수상
  언제라도 참 좋은 선생님 남윤영 장려상
  우리가족 주치의 이윤재
  파크사이드재활의학병원 뚱보 맘 박인선 원장선생님 김미자
사진&소개글 내과? 무화과! 선생님 김민주 최우수상
  My Great Mentor 이하영 우수상
  환자와의 동행-굿닥터 원호석 장려상
  선생님과 함께 큰 우리 아이들 김수아
  우리동네 팀닥터 대전 중구 씨앤유피부과 윤지석원장님 이웅갑

박익범<서울 노원구>

허름한 상가 건물 2층으로 올라가면 '김기중 내과의원'이 있습니다. 그 곳에 늘 변하지않는 두 간호사님이 있습니다. 그리 친절하지는 않습니다. 2005년에 당고개역과 가까운 이 아파트로 이사왔을 때에도 두 간호사님이 저를 맞아주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리 친절하지 않다'는 것은 동네 이웃으로 생각하기에 호들갑스럽게 고객처럼 대하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소소한 이야기도 주고받는 동네 이웃인 것이지요. 부담스럽지 않은 참 따뜻한 분들이지요. '김기중 내과'는 예전부터 쭉 그곳에 있던 마을 속 한 공간이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독거노인이 많이 사는 동네이기도 하고, 초등학교가 두 개나 있는 젊은 맞벌이 부부들이 많이 사는 동네이기도 하고, 가난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동네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김기중 내과'는 가난하고 힘없고 아픈 사람들이 많이 오기도 하면서,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병원이라 진료시간이 길기도 합니다. 대학병원처럼 두 시간 기다려 10분 이내의 진료를 받는 곳이 아니지만 그렇기에 30분 이상 기다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예약제로 운영하는 병원이 아니니까요.

제가 진료를 받으러 가면 김기중 원장 선생님은 이렇게 물어보시죠. "우리 박익범 씨는 어디가 아파서 오셨나요?" 어디가 아프다고 대답하면 또 이렇게 말씀하시죠. "아, 그렇군요. 그곳이 아프시군요." 이렇게 조근조근 다정하게 말씀하시는 선생님은 신뢰를 가득 담아 진료하십니다.

제 딸이 아파 진료를 받으러 가도 똑같이 대하십니다. "우리 세영이는 어디가 아파서 왔어요?" 라고요. 어른이나 아이나 환자를 대하는 마음이 한결같이 따뜻하고 곱습니다. 그래서 아프면 꼭 그곳에 가죠. 저희 장모님도 그 병원을 자주 가시는데 저는 장인어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장인어른은 병원을 엄청 싫어하셨어요. 병원에 가면 병을 옮아온다고 '의사놈'들은 다 사기꾼이라고 말씀하시곤 했죠. 마른 체형이긴 하셨지만 자기 관리를 잘 하는 분이셨습니다. 술은 드셨지만 적당히 하셨고, 담배도 적당히 피우는 분이셨습니다.

2006년 3월 경 장인어른은 가슴에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노인들이 그렇듯 별거 아니라고 그냥 지내셨는데 며칠 째 계속되니 장모님이 억지로 장인어른을 모시고 '김기중 내과'를 찾아갔습니다. 그토록 병원 가기 싫어하셔서 화를 내며 억지로 끌려갔습니다.

▲ 일러스트=윤세호 기자

툴툴대는 장인어른께 원장 선생님께선 조근조근 다정하게 물어보셨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를 더 물어보셨고 검사를 해주었습니다.

작은 내과에서 그렇게 안 해주셔도 되는데 한결같이 어르신들껜 공손하고 자세하게 진료를 보십니다. 그리고 장모님께 말씀하셨죠.

"소견서를 써줄테니 종합병원을 가보세요"라고요.

그렇게 장인어른은 2006년 4월 '위암'판정을 받으셨습니다. 건강하시던 분께서 위암 판정을 받으셨으니 말씀은 '오진'이라고 하셔도 종합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고 수술 받으셨습니다. 위를 60% 이상 잘라냈고 2주일 동안 입원한 후 퇴원하셨습니다.

현재 장인어른은 완치되셨고 당신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장모님과 건강하게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장모님은 자주 '김기중 내과' 원장님을 말씀하십니다. 그 선생님 아니었으면 더 힘든 치료를 받으셨거나 아마도 슬픈 일을 겪으셨을지 모른다고요.

저는 동네 병원의 역할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조건 '대학병원'을 선호하는 것은 실력있는 의사 선생님이 계시기도 하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힘든 기다림을 겪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네의 작은 병원이지만 이웃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의사의 소임을 다하는 동네 병원들이 많다면 그것이 신뢰가 쌓여 동네 병원의 역할이 더 커질 것입니다.

동네에 녹아들어 동네의 상징이 되고 가벼운 아픔에도 함께 걱정해 주는 김기중 원장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의 마음이 아마도 동네 병원의 역할이 아닐까요.

더 큰 아픔을 겪기 전에 아픔을 찾아내고 갈 길을 찾아주는 별자리처럼 항상 그 곳에 계시는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정면에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보입니다.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읽어내려갑니다. 뭉클하면서도 따뜻한 글이 감동입니다.

그렇게 병원 정면에 보이게 한 것은 환자나 의사 선생님이나 늘 함께 보면서 '의사'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라는 뜻일 겁니다. 큰 아픔이 되기 전에 1차적 역할을 다하는 '김기중 내과'의 김기중 원장선생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원장 선생님이 저희들과 함께 나이들어가는 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동네와 함께 성장하며 작은 병원이지만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소중한 분임을 가슴에 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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