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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명의로 병원 개설했더라도 바지사장이면 '위법'
자신 명의로 병원 개설했더라도 바지사장이면 '위법'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11.1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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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명의 빌려 한의원 개설하고 월급받아...의료법 위반
대법원, 의료인이 비영리법인 명의 빌렸더라도 실질적 권한있다면 합법

자신의 명의로 한의원을 개설해 운영했더라도 월급을 받는 고용형태인 경우에는 의료법 개설 위반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A·B 한의사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2015구합57901)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한의사는 2011년 11월 1일∼2013년 6월 13일까지, B한의사는 2013년 6월 14일부터 최근까지 자신의 명의로 C한방병원을 개설, 한방의료행위를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D씨가 A·B 한의사들로부터 명의를 빌려 C한방병원을 개설·운영한 것은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도록 규정한 의료법 제4조 2항 위반이라며 A한의사에게 지급한 요양급여비용 2억 3825만원을, B한의사에게는 4억 169만원을 환수처분했다.

A·B 한의사는 D씨와 동업해 C한방병원을 공동으로 개설·운영했다며 명의를 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설사 명의를 대여했더라도 C한방병원 한 곳만을 개설·운영했으므로 의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으로부터 명의를 빌려 1개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까지 금지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D씨가 부인 E씨 명의로 건물을 임차했고, 임대차보증금등 병원개설 자금을 전부 부담한 점, A한의사가 B한의사에게 병원 허가권·시설물 일체를 양도한다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대가를 받지 않은 점, A·B 한의사가 아닌 D씨가 인사와 재무를 관리한 점, A·B한의사가 경찰조사에서 월급을 받았다고 진술해 공동약정에 따라 이익배분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C한방병원에 근무한 직원들이 최종 결제를 D씨가 했다고 진술한 점 등을 보면 원고들은 D씨에게 고용된 후 자신의 명의로 C한방병원을 개설해 줌으로써 명의를 대여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의료인이 고령이나 신용상태가 나쁜 의료인으로부터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의료법 위반행위를 저지르거나 영리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할 가능성이 있다"며 "의료인이 1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도 금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의료법 제4조 제2항은 의료인이 수 개의 의료기관을 설립하는 것을 막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의료기관 개설·운영에 관한 책임소제를 분명히 하고, 의료인이 의료법상 의무를 위반하는 것을 방지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국민건강보험의 건전한 운영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과잉금지원칙 위배라는 항변에 대해서도 "의료법 조항이 의료인의 영영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으나 달성하려는 공익이 이로 인해 침해되는 의료인의 불이익보다 작다고 볼 수 없다"며 무게를 두지 않았다.

한편, 대법원(2014도7217, 2014년 9월 25일 선고)은 의료인이 비영리법인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한 사안과 관련, "의료법 33조 2항이 금지하는 의료기관 개설행위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시설·인력 충원·관리·개설신고·의료업의 시행·필요한 자금 조달·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있는 의료인이 비영리법인 등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있는 자로부터 명의를 빌려 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했더라도 그러한 행위만으로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사기죄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의 이같은 판례는 의료인이 주도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비영리법인의 명의를 빌린 경우에는 의료법 위반이 아니며,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지급받는 것도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즉, 의료인이 인사·결제권 등 실질적인 병원 운영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비영리법인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해도 위법하지 않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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