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 기괴한 코미디, 연극 '꼬리솜 이야기'
슬프고 기괴한 코미디, 연극 '꼬리솜 이야기'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5.11.1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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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차이무' 창단 20주년 맞아 세 번째 무대 펼쳐
 

이번 달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술마당 2관에서 이상우 예술감독의 창작 연극 '꼬리솜 이야기'가 무대에 오른다. 이번 연극은 극단 차이무 창단 20주년을 맞아 올리는 무대로 지난 1월 첫 뮤지컬 '달빛 요정과 소녀', 8월 연극 '거기'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이다.

극단 차이무는 탄탄한 배우진과 다양한 라인업을 통해 작품성과 대중성으로 '연기 잘하는 배우사단'으로 불린다. 출신 배우들로는 초창기 문성근·명계남·박광정·류태호·송강호·유오성·문소리·전혜진 등 이름만 들어도 익히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으며, 사회문제에 대한 예리한 감수성과 비판의식을 통해 꾸준히 관객과 소통했다. '늘근도둑 이야기'·'거기'·'비언소'·'양덕원 이야기'·'슬픈연극'·'바람난 삼대'등이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졌다.

'꼬리솜'에서 벌어진 아주 슬프고, 기괴한 코미디

이번 공연은 가상의 나라인 꼬리솜(Korisom)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상 역사드라마다. 700여 년 전 사람들이 정착해 살던 꼬리솜은 세계전쟁이 끝난 후 중꿔와 아메리카가 각각 통치하는 남과 북으로 분리된다. 이 가상의 나라가 단 엿새만에 사라지게 되는 이야기를 세 개의 트랙으로 엮어 보여준다.

첫 번째 이야기는 꼬리솜에 사는 마금곱지 할머니가 자신의 딸에게 보내는 편지와 그녀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엮어서 들려주는 독백극이다. 마금곱지 할머니는 미군 위안부로 살며 착취당했던, 일생을 영문도 모르고 커다란 힘에 의해 희생된 사람이다. 이 이야기는 실제 미국위안부의 김정자 선생의 증언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김정자 선생의 증언은 한울 출판사의 '미군 위안부 기지촌의 숨겨진 진실'에서 가져왔다). 일본 위안부 문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미군 위안부의 생생하고도 참혹한 이야기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첫 번째 이야기….

두 번째 이야기는 꼬리섬을 통치하던 중심세력인 비서부장·국무부장·군사부장으로 구성된 벙커 트리오 이야기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기득권층이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축적해 나가는 부패한 모습, 권력이 국민을 대하는 태도, 차라리 허구라고 생각하는 것이 나을듯한 믿을 수 없는 사건과 사고들이 세 명의 우스꽝스러운 대화와 행동으로 그려진다.

마지막 세 번째는 마금보로미박사가 꼬리솜을 멸망케한 기생충에 관한 이야기다. 꼬리솜이 멸망한 원인이 바로 사람의 몸속에 기생하는 기생충 때문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람들이 믿는 가치와 정신세계를 조종하는 우리 사회를 좀먹는 세력, 끝을 모르는 욕심과 분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는 이 불온한 시대를 기생충이 사람의 몸속에 파고드는 과정에 빗대어 풀어냈다.

세 개의 트랙이 교차로 엮인 '꼬리솜 이야기'는 허구이지만, 분명 우리가 겪은 일이기도 하다. 관객들은 실제와 허구가 뒤섞여있는 블랙코미디를 보면서 우리가 알고 있지만 외면하고 있었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약육강식의 논리에 의해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꼬리솜 사람의 증언을 통해 2015년 차이무의 무대 위에 기록된다.
 

 

TV와 영화를 종횡무진…막강한 배우진 뭉쳐

무대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이고 있는 배우 전혜진과, 대학로에서 주목받고 있는 김소진이 예순다섯살의 마금곱지 할머니로 분장해 연기한다. 독백으로 이뤄져 집중력과 에너지를 요하는 이 역할에 두 배우가 선보일 서로 다른 개성이 기대된다.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성민과 민복기는 비서부장으로 분하며, 정석용과 송재룡은 군사부장 역할을, 오용과 이중옥은 국무부장을 열연한다. 벙커 트리오의 이들은 그 동안 쌓아왔던 찰떡같은 궁합으로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웃음을 선사하는 역을 보여준다. 마금보로미 박사는 노수산나와 안은진이 맡았다.

한편, 이상우 연출은 이 연극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과연 우리 아이들이 함께 살만 한 더불어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인가 라고 질문하는 연극이다"라며 기획의도를 전한다. 이번 창단 20주년 공연은 오는 12월 4일 민복기 연출의 신작 '원파인데이', 2016년 1월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차이무의 대표작 '양덕원 이야기'를 끝으로 지나온 20년 세월을 갈무리하고 앞으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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