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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카세린' 의미있는 효과…부작용 적은게 장점
'로카세린' 의미있는 효과…부작용 적은게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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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2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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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신종감염병 '비만'
의협신문 연중기획-비만병을 치료하자 ④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인 성인의 비만 유병률은 남성 37.6%, 여성 25.1%로 나타났다. 비만인은 정상인보다 당뇨병·고지혈증·고혈압·관상동맥질환 등 만성질환에 잘 걸리며, 각종 암과 관절질환의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의료비를 증가시키고,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비만을 '21세기 신종 감염병'으로 규정했다.

국가 차원에서 21세기 신종 감염병인 '비만'을 관리하지 않으면 국민의 건강 수준을 떨어뜨려 인적 자원의 질을 저하시키고, 개인은 물론 국민의료비 증가로 경제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도 2018년부터 식이조절이나 운동 등으로 치료가 어려운 병적 고도비만 환자의 수술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키로 했다.

<의협신문>에서는 비만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효율적인 비만 관리 방법을 알리기 위해 총 11회에 걸쳐 연중기획 <비만병을 치료하자…21세기 신종 감염병 '비만'>을 시작한다.<편집자>

사람들은 주변 사람이 휴가가서 체중이 불어 오면 "너 살쪘다"라고 말한다. 그럼 비만의 정의가 무엇일까? 좀 어렵게 들릴지 모르지만 "비만이란 지방 조직의 과도한 축적"이다.

▲ 이창범 교수(한양대학교 구리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또 '살'의 의미를 살펴보면, 뼈 골격 이외의 부드러운 부분을 말하는 우리 말이다. 그래서 과학적으로 말하자면, "너 살쪘다"가 아니고 "너 지방이 많아 졌다"라고 해야 한다.

현대인과 비만

다시 말해, 몸의 정상생리를 유지하기에 적당한, 필요량 이상의 지방이 축적됐을 때를 비만이라고 한다. 비만하면 때론 여유있고 자비로와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비만이 의학적 관심사인 이유는 그것이 몇몇 질병들, 특히 심혈관 질환 및 당뇨병을 일으키고 그에 따른 사망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과거 인간도 동물처럼 살아야 할 때가 있었다. 인간도 수천 년 전부터 최근 수십 년 전까지 기아로부터의 생존은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다음 끼니까지의 굶주림의 날들은 생각보다 길어서 살아 남으려면 많은 양의 에너지를 체내에 저장해야 했다.

즉 인간은 섭취된 음식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남은 여분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저장하는 생리로 진화했다. 예를 들어 수분이 많은 글리코겐보다 수분이 적은 지방조직은 많은 양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훌륭한 저장 창고였다.

그러므로 인간은 운 좋게 많이 먹을 수 있을 때, 남은 영양 에너지를 지방조직에 저장하게 진화됐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인간이 비만을 생각하게 된 것은 그리 길지 않다. 비만 발생 가능성의 물고를 튼 급작스런 문명의 변화가 있었으니, 그것이 서양의 산업혁명이었다.

산업 혁명은 기계로 하여금 정제된 탄수화물을 손쉽게 만들어 내게 해줬다. 또 교통수단 발달이 이루어지게 됨으로써, 지금까지 수천 년간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상상할 수도 없었던 과도한 양의 에너지를 인체 생리에 가져다 줬다.

하지만 아직 이런 과도한 영양 상태를 해결하기 보다는 기아 극복에 맞추어진 인체 생리는 과다 에너지를 지방에 저장해 발생하는 비만 상태에 속수무책이 돼버린 것이다. 결국 복부지방에서 분비되는 단백질 등은 대사증후군이라 일컫는 당뇨병·고지혈증·고혈압 등의 유병률을 증가시키게 됨을 많은 연구에서 알게 됐다.

수난의 항비만약물 개발사

항비만약물 개발은 최근 수년간 급진적인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비만의 궁극적 치료인 식욕감소-유도약제 개발은 어려운 수난의 역사였다. 수천 년의 인간진화를 단 수십년에 바꾸려는 어려운 과정이었다.

식욕감소-유도약제 개발의 슬픈 실패의 역사는 serotonin(5-hydroxytryptamine, 5-HT) 수용체 연구의 역사와 비슷하다. Serotonin 효과를 중재하는 수용체는 5-HT2a 5-HT2b 를 포함해 14개의 수용체가 알려져 있다.

5-HT2c 수용체는 중추신경계에만 발견된다. 특히 시상하부의 pro-opiomelanocortin(POMC) 신경세포의 5-HT2c 수용체는 식욕감소에 매우 중요하다. 그 밖에 5-HT2a 수용체는 대뇌 피질과 hippocampus에 분포해 수면제 등 다양한 정신질환 약제 개발에 이용된다.

그러나 5-HT2a 수용체는 심장 혈관이나 심장 판막에서도 발견된다. 또 5-HT2b는 심장 섬유모세포와 같은 심장세포와 심장판막에서 발견된다.

그러므로 지속적인 5-HT2b 수용체의 자극은 카르시노이드 증후군과 같은 병리 상태를 초래해 심근병증(cardiomyopathy) 또는 심장판막의 심내막섬유증(endocardial fibrosis) 등을 초래할 수 있다.

기대되는 비만치료제로 주목을 받았던 dexfenfluramine은 5-HT2c 수용체에 작용하지만, 수용체 특이성이 낮아 다른 수용체도 작용하게 되면서 심장판만 부작용을 유발해, 미국식품의약품안전청(FDA)이 퇴출시켰다. 그 후 심혈관계 득과 실을 고려해 sibutramine이 자진 철수했다.

또 rimonabant·taranabant와 같은 약제는 승인 전 임상 연구에서 의미있는 부작용이 확인돼 개발단계에서 중단되고 말았다.

Lorcaserin의 발견

새로운 분자 화합물인 Lorcaserin의 화학명은 [1R]-8-chloro-1-methyl-2,3,4,5-tetrahydro-1H-3-benzazepine hydrochloride이다. 2개의 고리구조를 가지며 5-HT2c 수용체와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효능제이다(그림 1).

▲ 그림 1 Structure of lorcaserin

Lorcaserin과 5-HT2c 수용체의 선택적 결합은 5-HT2a에 비해 8~15배, 5-HT2b 에 비해 45~90배로 매우 강력하다. 이런 약제의 약리기전이 기존의 dexfenfluramine과 유사하나, 심장 밸브에서 발현되지 않는 세로토닌 2C 수용체에만 작용해 원치 않는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

결국 원하는 약리작용인 포만감 증가를 유발하고 심장과 심장 판막에 안전함이 확인돼 FDA는 2012년 오랜만에 lorcaserin을 항비만약물로 승인했다.

이 항비만약제는 임상연구에서 의미있는 체중감소를 보여줬다. 2011년에 발표된 BLOSSOM(Behavioral Modification and Lorcaserin Second Study for Obesity Management) 연구는 무려 4008명의 비만 또는 과체중 환자를 대상으로 lorcaserin의 체중감량·심혈관계 위험인자 개선·부작용을 조사하고자 시행된 대규모 무작위 이중맹검 대조군 연구였다.

총 2224 명(55.5%)이 1년 시험을 완료했다. 대상환자들을 lorcaserin 10mg 일일 2회(BID), 일일 1회(QD), 그리고 위약군, 3개 군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적어도 5% 이상의 체중감량을 성공적으로 이룬 환자들의 비율은 lorcaserin 복용군(BID: 47.2%, QD: 40.2%)이 대조군(25%)에 비해 의미있게 높았다(p<0.001).

부작용은 두통·오심·어지지러움이 가장 빈번했다. 심장초음파를 사용해 우려됐던 심장 판막에 대한 부작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심장 판막이상 빈도는 위약군에서 2%, lorcaserin BID 군에서 2%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물론 이 연구는 약제의 의미있는 체중감량 효과를 확인했지만, 심장초음파 안전성 분석에서 통계적 의미의 제한성 등의 연구 제한점을 보여 향후 연구가 좀 더 필요한 단점이 있다.

이 약제가 비만한 당뇨병환자에게 사용될 수 있다는 호의적인 결과를 보여준 것은 BLOOM-DM(Behavioral Modification and Lorcaserin for Overweight and Obesity Management in Diabetes Mellitus)이었다.

연구는 제2형 당뇨병을 가진 604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으나 환자숫자가 적은 아쉬움이 있었다. 이들은 당화혈색소 7~10% 정도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metformin·sulfonylurea 또는 복합처방 중이었다. 5% 이상의 체중감량을 이룬 환자는 lorcaserin BID 요법 환자의 37.5%(p<0.001), QD 요법에서 44.7%(p<0.001)이었으나, 위약군에서는 16.1% 의 낮은 성취율을 보였다.

평균 체중감량은 BID -4.5±0.35%(P<0.001), QD -5.0±0.5%(P<0.001) 이었고, 위약군은 -1.5±0.36%이었다. HbA1c는 BID/QD/위약에서 각각 0.9±0.06/1.0±0.09/0.4±0.06(각각, p<0.001 vs 위약). Lorcacerin 투여군의 약 반수에서 7% 이하로 감소했다.

이 수치는 위약군에 비하여 약 2배에 해당된다. 그러나 실제로 lorcaserin이 체중감소 효과에 무관하게 당 수치 조절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당뇨약제가 병용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동물실험에서 이미 시상하부 POMC 신경세포의 5-HT2c 수용체가 혈당·인슐린·글루카콘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이 입증되었기에, 이 약제의 당뇨병 치료 효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약제의 약물역동학은 lorcaserin의 장점을 보여준다.

장관에 매우 빠르게 흡수하는데, 약 30분 만에 혈액 최고 농도에 이르고, 약 1시간에 중추신경계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혈액과 중추신경계에서 제거되는 반감기는 4~6시간으로 짧지 않다. 이 약제는 주요 배출 경로는 소변(92%)이며, 주요 소변 대사물질은 lorcaserin N-carbamoyl glucuronide이다.

맺음말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의 비만 치료의 실정을 보면, 인터넷을 통한 비만에 대한 부적절한 정보 홍수, 비의료인에 의한 비만 치료기관 난립, 안정성과 효과가 확립되지 않은 식사보조제와 약물의 남용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비만은 미용적인 일과성 치료의 대상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비만은 지방조직이 과다해서 발생하는 대사적 질환의 원인으로 생각해야 한다.

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개발된 lorcaserin 체중감량 효과는 그렇게 강력하다고 할 수 없는 중등도 정도이며 부작용은 적은 약제이다. 체중감소는 임상연구에서 보여줬듯이 약제에 반응군과 비-반응군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비반응군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남은 유일한 항비만약제인 Orlistat를 사용할 수도 있겠고, 그리고 phentermine 복합처방을 생각할 수 있으나 아직 임상연구 결과가 없다.

이 약제는 임상연구에서 1%에 가까운 당화혈색소 감소를 보여주어 최근 각광받고 있는 DPP-IV inhibitor에 가까운 효과를 보여줬다.

물론 이것이 체중감소 무관한 것인지는 확인 할 수 없었으나, 이전의 동물실험이 이 약제의 당뇨병 호전효과가 체중과 무관함을 보여줬으므로 lorcaserin의 비만한 당뇨병 환자 치료 적응은 향후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희망적인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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