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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정액제' 부작용...아파도 참아 병 키운다
'노인정액제' 부작용...아파도 참아 병 키운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10.2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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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5000원 정액 기준 15년 전 그대로...노인부담 1500원, 5000원대 껑충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 "호미로 못막아 가래로 막는 격"...당·국회서 문제 제기

▲ 24일 전남의사회 추계학술대회장을 찾은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오른쪽)이 이필수 전남의사회장과 의료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
 노인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려 도입한 노인정액제가 오히려 아파도 참아 병을 키우는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인정액제는 총진료비가 1만 5000원 이하인 경우 노인환자가 1500원만 내면 되며, 1만 5000원을 넘은 경우에는 총진료비의 30%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필수 전라남도의사회장은 24일 광주 무등파크호텔에서 열린 전라남도의사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노인정액제 1만 5000원 기준이 15년 째 바뀌지 않으면서 오히려 노인의 부담을 늘리는 제도로 변질됐다"며 "기본진료 외에 물리치료만 받아도 1만 5000원 기준을 넘어 30%(4500∼5000원)를 부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전남지역은 노인인구 비율이 높고, 진료비에 대한 부담 때문에 아파도 참으며, 병을 키우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의협이 의정협의를 통해 노인정액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계학회 축사를 위해 참석한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은 "이필수 회장으로부터 농어촌 지역 어르신들이 노인정액제로 인해 병을 더 키워 고통받고 있어 힘들뿐만 아니라 오히려 건강보험료가 더 나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것은 지역 어르신에게 큰 피해와 고통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인정액제로 인한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해서 관심을 갖고 앞장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정현 의원은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문제를 얘기했고, 앞으로 국회 예결위와 본회의에서도 질의할 것"이라며 "국민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관심을 갖고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이진석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서울의대 교수·의료관리학교실)이 24일 전라남도의사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의료전달체계의 현황과 개선 과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

이날 추계 학술대회에서 '의료전달체계의 현황과 개선과제' 주제 강의를 한 이진석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서울의대 교수·의료관리학교실)은 노인의료비와 노인정액제와 관련,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의료비 지출이 급증하고 있고, 인구 고령화로 의료비 지출이 급증한다는 통계를 전가의 보도처럼 내놓으며 의료계의 적정수가 인상과 노인 외래정액제 개선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일본·영국·호주·캐나다 등은 이미 1990년대부터 노인의료비가 비노인에 비해 4∼5배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한 이 실장은 "2008년 이전 우리나라 노인의료비는 비노인 의료비의 2∼3배에서 2008년 이후 4.1∼4.2배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그동안 억눌렸던 노인의 의료수요가 충족되는 정상적인 과정이고, 국제적인 추세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고령화로 인한 재정 전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재정 적자 문제를 부각시키는 자료로 활용했다는 분석도 내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05년 5조원과 2020년 16조원 적자를 전망했고, 건보공단은 2005년 6조원과 27조원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계하면서 고령화에 대한 경각심을 지속해서 제기했지만 2015년 현재 건강보험 재정은 누적 흑자 17조원에 달한다"며 정부와 연구기관의 재정 추계가 빗나갔음을 지적했다.

GDP 대비 국민의료비가 OECD 평균에 미달하는 데 대해 이 실장은 "그만큼 우리나라 국민이 OECD 국가 국민이 평균적으로 향유하는 건강보장 혜택을 받지 못했고, 의료계도 정당한 대가를 돌려받지 못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국제학술지 랜싯은 최근 노령화 특집호를 통해 고령화 자체로 인한 의료비 급증은 불분명하고, 노인의 건강상태와 장애 정도에 의해 의료비가 좌우된다는 분석을 내놨다"면서 "심각한 장애가 없이 건강한 노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의료비 지출이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 랜싯의 결론"이라고 소개했다.

"전체 노인 의료비 가운대 60%는 사망 1년 전에, 40%는 임종을 앞둔 6개월 이내에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힌 이 실장은 "건강한 노화가 진행되면서 의료비 지출이 낮아지고 있는데다가 최근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사망 직전에 급증하는 노인의료비 지출은 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실장은 "동네의원의 외래 진료 지속성 수준이 높으면 입원치료 가능성이 줄어들고, 외래 지출은 늘겠지만 입원이 줄면서 전체 의료비 지출은 줄어든다"며 "아픈 노인이 지속적인 외래 진료를 받아야 큰 병을 막을 수 있다. 동네의원의 외래 접근성을 떨어뜨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 전남의사회 추계학술대회에 참가한 한 회원이 강의 내용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b>

서경원 전남의사회 학술이사가 사회를 맡아 진행한 추계학술대회에서는 ▲성폭력 예방 교육(안재훈 전남의사회 법제이사·법무법인 온 변호사) ▲개인정보보호법 자율점검(박효철 전남의사회 정보이사) ▲의사들이 놓쳐서는 안되는 피부암(윤숙정 전남의대 교수·화순전남대병원 피부과) ▲의료전달체계의 현황과 개선 대책(이진석 서울의대 교수·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 ▲병원내 감염관리(윤나라 조선의대 교수·조선대병원 감염내과) 등 일선 의료 현장에서 눈여겨 봐야 하는 내용을 소개했다.

이 회장은 "후보 시절  공약한 대로 16개 시도 가운데 처음 대의원 직선제를 도입해 회원이 직접 뽑은 대의원이 중앙에 가서 일선 현장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도록 민주적인 틀을 마련했다"면서 "열악한 의료현실 속에서 회원들의 낸 귀중한 회비를 유용하고, 투명하게 사용하자는 취지에서 도의사회 홈페이지에 예산 사용 내역을 공개해 투명한 회무 집행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분쟁이나 현지조사·실사 등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회원들을 위해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고충처리위원회도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충처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회장은 "검사 출신의 안재훈 변호사와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의 전영선 국장을 대외이사로 영입해 의료분쟁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국민건강보험공단의 실사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회원들이 전화를 주면 즉각 달려가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회원들이 진료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언제라도 전화를 주면 즉시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회원을 위해 밤낮으로 뛰고 있다"는 이 회장은 "도의사회 활동에 관심과 성원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추계학술대회에서는 전남의대와 조선의대에 진학한 지역 인재들과 유공회원 자녀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학술대회에 참석한 500여명의 회원들은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 전라남도의사회는 24일 추계학술대회에서 의대생과 유공회원 자녀에게 장학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의협신문 송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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