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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독감예방접종과 플루파티

청진기 독감예방접종과 플루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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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1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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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종 원장(경기 의정부·김연종내과의원)

▲ 김연종 원장(경기 의정부·김연종내과의원)

지난 여름 메르스의 공포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예방접종이 없는 전염성 질환이 얼마나 큰 사회적 파장과 국가적 손실을 불러 오는지 뼈저리게 경험한 것이다. 그것은 몇 해 전 발생한 사스나 조류독감, 신종플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초창기 합당한 예방접종이 없는 상태에서 신종플루가 유행하자 영국에서는 플루파티를 열었다고 한다. 신종플루에 감염된 환자를 파티에 초대해 항원에 노출함으로써 면역을 획득하려는 것이었다.

자연적인 상태에서 병에 걸리면 우리 몸에서 항체를 만들어 백신을 맞는 것보다 훨씬 나을 수도 있다는 논리에서 시도한 것이었다. 실제로 효과를 거뒀는지는 모르지만 예방접종에 대한 불신과 감염성 질환에 대한 공포에서 기인한 것은 틀림이 없다.

전염성 질환에 대한 공포를 가장 잘 알려준 소설은 알베르트 까뮈의 '페스트'다. 젊은 의사 리유가 출근길 우연히 죽은 쥐를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된 감염병의 공포는 결국 사람으로 이어진다.

40도를 넘는 고열과 함께 온몸에 반점이 생기면서 임파선이 부어올라 죽을듯한 통증을 호소하지만 선뜻 이 병을 페스트라고 진단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원인을 모르기에 더욱 불안해하고 동요한다. 우왕좌왕하는 동안 병은 급속도로 퍼져나간다. 젊은 의사 리유는 피고름을 짜내고 면역 혈청을 주문하는 등 백방의 노력을 기울이지만 한계상황에 이른다.

결국 수 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나서야 지사로부터 한 장의 공문을 받는다.
"페스트 사태를 선언하고 도시를 폐쇄하라." 어, 이 말은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데?
'메르스 병원을 공개하고 응급실을 폐쇄하라.' 그로부터 반 세기가 훨씬 지났는데 말이다.

2013년 국내에서 발간된 정유정의 장편소설 '28'도 매우 유사한 상황을 그리고 있다. 이렇다 할 치료약도 없이 믿을 것이라곤 전염병에 대한 면역 밖에 없는 처절한 상황에서 단 28일 만에 도시 전체가 감염병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병에 걸린 개에 물리고 나서 눈이 빨갛게 붓고 온몸에서 피를 흘리는 남자를 구하던 119구조대원들을 중심으로 정체불명의 감염병이 발생한다. 수도권 인근인 인구 29만의 화양시에서 발발한 감염병이 서울을 포함한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가지 못하도록 국가는 군대를 동원해 도시를 봉쇄한다.

이 또한 우리가 몸소 체험했던 메르스 자가 격리조치와 병원폐쇄 등과 매우 유사한 상황이 아니던가.

군대를 동원해 도시를 폐쇄하는 것이나 병에서 회복한 사람을 이용해 면역혈청을 개발한다는 설정은 2013년 8월 개봉한 '감기'라는 영화에서도 비슷하다.

예방 접종이나 치료약이 전무한 전염성 질환에 대한 공포가 얼마나 극심한지를 보여주는 예인데 이것은 시공간을 초월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서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올해부터 전격적으로 무료 독감예방접종이 병의원에서 시작됐다. 10월 1일부터 65세 이상 노인들은 보건소와 전국 1만 500여 곳 지정 병·의원에서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을 무료로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메르스와 홍콩 독감 등으로 인플루엔자 예방에 대한 높은 관심 때문일까. 초기 예측 실패로 여러 의료기관에서 혼선을 빚고 말았다. 인플루엔자의 위험성에 대해 이토록 관심을 가지는 것은 여러 차례 학습효과에 기인한 탓도 있겠지만 무료 접종이라는 잘 차려진 밥상도 한 몫 거들었을 것이다.

한 달 반에 걸쳐 접종해야할 백신을 불과 닷새 만에 대상자의 절반이 넘는 숫자가 접종을 마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선 병의원에서는 갑자기 밀려드는 환자들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이제 막 예방접종을 시작한 10월의 첫날, 북적이는 대기실을 바라보며 나는 엉뚱하게도 플루파티가 떠올랐다.

질병관리본부의 초창기 수요 예측이 빗나가 10월 중순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선 병의원에서는 여전히 혼선을 빚고 있지만 예방접종에 대한 효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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