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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최선 다한 의료진에 의료과실 책임 묻지마"

"치료 최선 다한 의료진에 의료과실 책임 묻지마"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10.12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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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결과 발생했다고 과실이라 평가할 수 없어...손해배상 기각
서울중앙지법 "생명 위태로운 응급상황 가족 동의·설명의무 예외"

▲ 서울중앙지방법원
치료 결과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의료진에게 과실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운 응급상황에서까지 가족에게 에크모(체외막산소화요법) 실시 여부에 대한 동의를 받는다거나 부작용·합병증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의무를 의료진에게 부담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재판장 김종원)는 최근 A환자를 비롯한 가족 6명이 제기한 6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A환자는 2010년 6월 28일 친구집 화장실에서 목을 맨 채 발견, 119구급대에 의해 B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B병원 의료진은 환자의 의식이 혼미한데다 동공반사가 감소했음을 확인하고, 곧바로 응급처치를 시행했다. 응급처치 후 자발호흡과 동공반사는 회복했으나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의사소통이나 지시 수행이 전혀 불가능했으며, 혼미한 의식상태가 지속됐다.

경과관찰을 계속하던 의료진은 7월 6일 오전 7시 30분경 환자의 앞니 1개가 흔들리는 것을 파악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경 치아가 결손돼 보이지 않자 오후 5시 41분 흉부 엑스레이 검사에서 우측 폐로 흡인된 것을 확인했다. 의료진은 이날 오후 6시 10분 기관지 내시경으로 흡인된 치아를 제거하려 했으나 실패한 데 이어 9일 오후 4시 30분 경 재차 실패하자 7월 12일 오전 11시 경 C대학병원으로 전원조치했다.

C대학병원 의료진은 7월 12일과 13일 잇따라 기관지 내시경 시술을 시도했으나 치아가 잘 제거되지 않자 우측 폐하엽 부위 절제술을 시행했다. 절제술 이후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이 관찰되자 폐포복원술·기관지루 결찰술 등을 시행했으며, 7월 30일 에크모 치료에 들어가 8월 20일 중단했다. 9월 8일 좌측 중대뇌동맥 영역에서 아급성 및 만성 뇌경색 소견을 발견, 항혈소판제를 투여하고, 경과 관찰을 계속했다.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환자는 12월 8일 C대학병원에서 D재활병원으로 전원했으며, 현재까지 저산소성 뇌질환으로 인한 의식 및 인지기능 저하, 좌측 중뇌동맥 뇌경색으로 인한 우측 편부전마비·폐섬유화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다.

환자의 가족들은 B병원 의료진이 치아가 흔들리고 있었음에도 기도 흡인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곧바로 흉부방사선검사와 기관지 내시경 시술을 실시하지 않은 채 방치한 점, 숙련되지 않은 내시경 시술자가 더 깊이 흡인되도록 한 점, 상급병원으로 전원조치를 지연한 점, 기관지 내시경 시술에 앞서 시술의 부작용·후유증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C대학병원에 대해서도 폐손상 위험이 있는 환자에게 무리하게 기관지 내시경을 했으나 실패한 점, 폐렴 증세를 보였음에도 곧바로 폐 절제술을 시행함으로써 상태를 더욱 악화시킨 점, 보조시술을 시행하지 않아 후유증을 발생케 한 점, 수술이나 치료에 앞서 보호자에게 부작용이나 후유증을 설명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대법원(2005다5867) 판결을 인용,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은 사정들을 갖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며 "의사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지며, 진료의 결과를 놓고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의사의 설명의무는 의료과정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등 침습이나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사망 등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등과 같이 환자에게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만을 대상으로 한다"며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지 않니하는 사항에 관한 것은 위자료 지급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는 없다"고 판결했다.

C 병원 의료진의 과실을 주장한 데 대해 재판부는 "폐 손상을 이유로 기관지 내시경 시술을 자제했어야 한다는 주장은 의학 상식에 부합하지 않고, 치아를 방치할 경우 폐렴 호전은 물론 폐렴을 악화에 사망하게 되는 결과를 발생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에크모 시술에 대해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에크모 외에 대체할만한 다른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생명이 위태로워진 위험이 있는 응급상황에서까지 가족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거나 부작용 및 합병증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 없다"며 "가족들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거나 설명을 하지 않았더라도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지법은 "의료상 과실이 있다거나 설명의무를 위반했음을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해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없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원고의 청구는 이유없으므로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소송비용도 모두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다.

최선을 다한 의료진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한 이번 판결은 엘케이파트너스(담당변호사 송진호·허아영·정성연·이경권)가 피고측인 의료기관의 변호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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