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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9 21:53 (금)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않으면 임상연구 타격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않으면 임상연구 타격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10.12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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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번호 활용 제약...사망·생존 확인 못해
예방의학회·역학회 특위 발족...의학회 대응 제안

▲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으로 주민등록번호 수집과 활용에 제약이 생김에 따라 사망이나 생존에 관한 임상연구가 타격을 받고 있다. 대한예방의학회와 대한역학회는 특위를 구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 없음.<사진 제공=인제대 서울백병원>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한 개인정보를 수집·활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임상연구와 의학 발전을 가로막아 궁긍적으로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의학계에서 제기됐다.
지금까지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으면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할 수 있었지만 2014년 8월 7일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에 따라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정보주체와의 계약의 체결 및 이행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필요한 경우 ▲정보주체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있거나 주소불명 등으로 사전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로서 명백히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 등에 한해 개인정보의 수집·이용을 허용하고 있다.

임상연구와 관련해서는 통계작성 및 학술연구 등의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경우로서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형태라는 단서로 인해 주민등록번호 전체를 제시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공공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하는 한계점이 노출됐다.

의학계는 암 환자·뇌출혈 환자 등이 퇴원 이후 사망이나 생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통계청·행정자치부 등의 공공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데 현행 의료관련 법령에 이에 관한 규정이 없어 사망률이나 생존율에 관한 임상연구를 수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기존에 동의를 받아 수집한 주민등록번호도 2016년 8월 6일 이전까지 모두 폐기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서둘러 의료법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개정하지 않는 한 귀중한 연구자원을 폐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공공기관의 경우 주민등록번호 처리가 가능하도록 관련법령 제·개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학·학계·민간기관에서는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한예방의학회와 대한역학회는 '생명윤리법·개인정보보호법 관련 특별위원회'(위원장 지선하·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를 발족, 지난 8월과 9월 두 차례 모임을 열기도 했다.

특위는 이 사안이 두 학회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연구 전반의 공통된 문제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대한의학회 차원에서 대책을 논의해 줄 것을 제안했다.

일본의 개인정보보호법은 언론의 자유·학문의 자유·종교의 자유·정당활동의 자유라는 기본권과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방송기관·신문사·통신사 기타 보도기관이나 보도의 용도에 제공할 목적 ▲저술이나 저술의 용도에 제공할 목적 ▲대학 기타 학술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관 혹은 단체 또는 그에 소속된 자의 학술연구의 용도에 제공할 목적 ▲종교단체의 종교활동의 목적 ▲정치단체의 정치활동 목적 등의 경우 개인정보 취급사업자의 의무규정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조진석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는 "의사나 연구자가 임상의학연구를 수행할 때 연구대상자의 질환이나 생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으로 더 이상 임상의학연구를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며 "이로 인해 암이나 뇌출혈 등 특정 질환자의 생존이나 사망에 관한 임상의학연구를 수행할 수 없고, 의학연구 발전을 저해하는 악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의료산업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장기적으로 의료기술이 발달하지 못해 국민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변호사는 "학회·임상연구자·임상연구기관 등이 임상연구 목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할 수 있도록 의료법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개정하거나 안전행정부령 을 개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선에서 임상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학회 회원들은 "임상연구 자료는 대부분 막대한 국가 연구비 지원으로 조성된 미래 연구자원"이라며 "대학과 민간기관도 연구에 필요한 주민등록번호를 보유할 수 있도록 관련법이나 시행령을 제·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예방의학회는 10월 23일 The-K 경주호텔에서 열리는 추계 학술대회 기간 중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연구 제약과 해결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개인정보보호법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키로 했다.

이원철 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은 "시급한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다.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더불어 여러 학계 등 연구 단체와의 연대가 너무나도 중요하다"며 세미나와 특별위원회에 많이 참여해 좋은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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