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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생리의학상은 중의학에 준게 아니다"
"노벨생리의학상은 중의학에 준게 아니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10.0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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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엔 청호(개사철쑥) 없어...한의학, 말라리아 속수무책
과학중심의학연구원 "유효성분 추출한 과학과 현대의학 덕분"

중국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을 놓고 한의계가 "한의학의 효과를 입증했다"고 주장하고 나서자 과학중심의학연구원이 "청나라 황제 강희제의 어의들은 황제의 말라리아를 치료하지 못했다. 한의학은 말라리아에 속수무책이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중국의 투유유 교수는 한의서에 기록된 학질 처방 중 하나인 개사철쑥(한약재명 청호)에서 말라리아 치료제 성분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을 찾아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이에 대해 "말라리아 치료에 중의학을 이용한 것으로써 한의학 역시 신종감염병 치료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과학중심의학연구원은 7일 "한의학의 효과가 입증됐다는 주장은 틀렸다. 사실 한의학은 말라리아에 속수무책이었다"고 지적했다.

과학중심의학연구원은 사이비과학이 환자들의 건강과 재산에 피해를 입히고 의료시스템을 교란시킨다는 문제의식 하에 과학중심의학(Science-Based Medicine)의 확산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민간 연구기관.

한의학의 효과가 입증됐다는 주장이 틀렸다는 근거로 과학중심연구원은 1692년 청나라  어의들이 황제 황제 강희제의 학질(말라리아)을 치료하지 못한 사례를 들었다.

강희제는 프랑스 선교사가 준 킨키나나무 껍질(키니네의 원료)을 먹고 학질에서 낫자 황성 안에 큰 건물을 하사하고, 서양의학의 도입을 추진했다.

과의연은 "조선에서도 학질을 한의학으로 치료할 수 없었다. 대개 한의사가 아닌 무당·중·판수를 찾아가 귀신을 쫓는 굿이나 독경에 의지했다"며 "1800년대 말 서양에서 온 의사들이 진료했던 제중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약이 바로 퀴닌(quinine)이었다. 조선인들이 서양의학에 경외심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외과수술과 함께 퀴닌이 꼽힌다"고 설명했다.

<동의보감>에 학질에 대한 단방으로 19가지를 적고 있지만 이번에 투유유 교수가 꼽은 '청호'는 포함돼 있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과의연은 한의학의 우수성을 입증하려면 <동의보감>에 학질 치료제로 기록된 쥐며느리·지네·뱀 허물·자라 등딱지·호랑이 머리뼈·박쥐의 똥·삵의 똥 같은 한약재들을 말라리아 환자에게 먹였을 때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사철쑥의 아르테미시닌 성분이 말라리아를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해서 개사철쑥이 말라리아를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과의연은 "개사철쑥을 그대로 복용하면 유효성분이 양이 부족할 수 있고, 부작용 때문에 충분한 양을 복용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개사철쑥에 들어있는 다른 물질들이 효과를 방해할 수도 있다"며 "한의학의 효과를 내세우려면 최소한 개사철쑥을 한약으로 달여 복용했을 때 말라리아 치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의서에 적힌 학질 치료제들은 모두 말라리아 치료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과의연은 "투유유 교수가 개사철쑥에서 말라리아 치료 성분을 발견하기까지 2000가지 이상의 한약재를 시험했다"면서 "한의서에 처방이 적혀있는 약초라고 해서 무작위로 식물들을 선정해 시험하는 것에 비해 효율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했다.

"중국은 1993년 한의서에 기록된 처방 10만여 가지를 모아서 <방제대사전>이라는 책으로 엮었다"고 지적한 과의연은 "한의학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개사철쑥에서 말라리아 치료 성분을 찾았다는 일화가 아니라 10만 가지 한의학 처방 중 실제 임상에서 효과가 입증되는 비율이 몇 %나 되는지를 놓고 따져야 한다"면서 "신약 개발 단계에서 약효를 입증하는데 사용되는 임상시험 방식인 이중맹검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double-blinded randomized controlled trial)을 통해 효과를 입증한 한의학 처방이 몇 가지나 있는지 한의협은 고백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노벨위원회도 투유유 교수에 대한 수상이 중의학에 대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 사실을 꼽았다.

수상식에서 투 교수에 대한 상이 중국전통의학에 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노벨위원회는 "절대 아니다"라며 "중국전통의학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약에 대한 의학연구에 대한 상"이라고 답했다.

과의연은 "투유유 교수의 노벨상은 한의학이 아니라 식물에서 유효성분을 추출해내 약으로 쓰일 수 있게 해 준 과학과 말라리아의 병리를 밝혀내고,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를 엄밀히 평가해낸 현대의학에 대한 수상"이라며 한의계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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