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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조사 7년 후 행정처분..."재량권 일탈"
현지조사 7년 후 행정처분..."재량권 일탈"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15.09.0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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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현지조사 7년 8개월 후 내려진 1개월 자격정지 "위법"
"처분 늦춰지며 의사가 방어방법 충실히 갖추기 어려웠을 것"

의료인에게 내려진 행정처분에도 공소시효가 있어야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이 다시 한 번 수면위로 떠오른 가운데, 현지조사 이후 수년이 지난 후 내려진 행정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제4부는 최근 보건복지부 현지조사 후 7년 8개월이 지나고서야 내려진 1개월 자격정지 행정처분은 위법이라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해당 처분의 취소를 명령했다. 보건복지부는 항소를 포기하고 자격정지취소 판결을 받아들였다.

2005년 1월 A씨가 운영하는 정형외과의원은 보건복지부 현지조사를 받게된다. 조사 기간은 2004년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이었다. 조사결과 보건복지부는 A씨가 이 기간 일부 수진자에게 단순운동치료를 실시하지 않고 실시한 것처럼 허위로 요양급여비용 등을 청구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사기간 허위청구금액은 168만여원으로 진료급여비용총액의 0.52%로 나타났다.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따르면 월평균 허위청구금액 20만원 이상 40만원 미만, 진료비 허위청구비율이 0.5%에서 1.0% 사이라면 1개월의 자격정지 행정처분이 내려지도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보건복지부의 행정처분은 현지조사로부터 7년 8개월여가 지난 2012년 10월에서야 내려졌다.

이에 A씨가 재량권 일탈·남용을 이유로 해당 처분의 취소를 법원에 주장하게 된 것이다.

A씨는 "허위청구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허위청구비율이 자격정지처분 기준인 0.5%를 불과 0.02% 초과했을 뿐이고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8만 4000원에 불과하고 7년여가 지난 지금에서야 행정처분을 내리는 것은 정당한 신뢰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당 행정처분으로 얻게 되는 공익적 효과는 미미한 반면 본인의 신뢰이익과 환자들의 편익은 지나치게 침해되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해당 사건의 과징금과 부당이득환수의 경우 현지조사 후 바로 처분이 이뤄진 반면, 행정처분은 현지조사 후 7년 8개월 이상 경과하고 사전 통지와 의견 제출 후에도 4년이 지나서야 이뤄졌다"며 "오랜시간 경과 후 행정처분이 이뤄져 A씨가 자신의 방어방법을 충실히 갖추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기간 A씨는 불안정한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있고 보건복지부가 처분에 이르기까지 이 같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볼만한 하리적인 사정을 찾기 어렵다"며 "해당 행정처분을 하면서 처분 지연의 사정을 형량의 요소로도 참작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A씨의 허위청구비율은 처분 기준을 0.02% 초과했을 뿐이다. 해당 금액을 환산하면 8만 4000원에 불과하다"며 "행정처분 규칙 별표 및 부표에 따르면 한 사건에 관해 기소유예의 처분을 받거나 선고유예의 판결을 받은 경우 해당 처분 기준에서 2분의 1, 3분의 1의 범위에서 감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A씨에 대한 형사절차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보면 A씨에 대한 행정처분은 보건복지부 참작해야 할 형량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재량권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며 "이에 1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의료인 행정처분은 공소시효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형사적으로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하더라도 행정처분은 언제든 내려질 수 있다.

행정처분에 시효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것에 대해 법적 형평성과 안정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의료계에서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입법까지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2013년 4월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의료인 자격정지처분 관련 규정에 '처분의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5년이 지났을 때에는 이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을 추가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당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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